'긴밀공조 강화' 외친 韓美 외교장관 "러북 군사협력 매우 큰 우려"

"이-팔 사태 등 국제적 현안에도 공조"
러북 밀착에 '중국에 건설적 역할' 촉구

박진 외교부 장관(오른쪽)과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부 장관이 9일 서울 종로구 사직로 외교부 청사에서 열린 외교장관 회담에 앞서 악수하고 있다. /임영무 기자

[더팩트ㅣ조채원 기자] 박진 외교부 장관과 방한 중인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은 9일 한미동맹의 흐름세를 이어 나가며 러-북 군사협력과 북한의 핵 문제, 이스라엘·팔레스타인 사태 등 국제적 현안에 대해 긴밀히 공조하겠다는데 뜻을 모았다.

박 장관과 블링컨 장관은 이날 오후 서울 종로구 외교부 청사에서 한미 외교장관 회담을 마친 후 공동 기자회견을 열었다. 박 장관은 모두발언에서 "국제정세가 불안할수록 한미동맹이 글로벌 포괄적 전략동맹으로서 더욱 강력해져야 한다는 데 인식을 같이했다"며 협력 방안에 대해 발표했다.

박 장관은 "한미 양측은 확고한 연합방위태세를 유지하는 가운데 확장억제 실행력을 지속 강화해 나가기로 했다"며 "북한의 어떠한 위협에도 단호히 대응하겠다는 한미동맹의 강력한 메시지"라고 평가했다. 이어 "러북 군사협력은 명백한 안보리 결의 위반이자, 전 세계에 대한 심각한 위협"이라며 "북한은 소위 위성 발사를 포함해 일체의 도발을 즉각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블링컨 장관도 "북한이 러시아에 제공한 군사 장비가 우크라이나 침공에 활용되고 있고 러시아는 기술적인 지원을 북한에 제공하고 있는데 한미 양국이 매우 큰 우려를 갖고 있다"고 언급했다. 이어 "우리는 러시아가 유엔 안보리 결의 위반에 해당하는 대북 군사 기술을 이전하지 않도록 압력을 가할 것에 대해 동의했다"며 "한국은 유엔안보리 비상임 이사국으로서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고 기대를 표했다.

블링컨 장관은 양국 간 경제 협력과 관련해선 "미국은 한국과의 경제 파트너십을 굉장히 중요하게 생각하고, 한국과 긴밀한 협조를 통해 경제적 의존도를 줄이고자 한다"며 "다음 주, 미국이 개최하는 APEC(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 정상회담에서 강력하고 회복력이 있는 지속 가능한 미래를 만들어 가기 위해 함께 토론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부 장관(왼쪽)과 박진 외교부 장관이 9일 서울 종로구 외교부에서 열린 한미 외교장관 공동기자회견을 마친 뒤 악수하고 있다./뉴시스

양국 장관은 러북 군사협력과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 고조에 대해 중국의 건설적 역할을 주문하기도 했다.

박 장관은 '러북 밀착 상황에서 중국은 어떤 역할을 해야 한다고 보느냐'는 질문에 "러북 간 군사협력 또는 무기 거래로 동북아의 긴장이 고조된다면 중국의 국익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한미는 주변국과 국제사회의 우려를 감안해 그러한 위험한 거래가 이루어지지 않도록 역할을 촉구할 수 있는 노력을 함께 기울일 것"이라고 답했다.

블링컨 장관도 "중국 고위급에 '중국이 안정을 중시한다면 북한이 불안정을 야기하고 있다, 그런데 중국은 북한과 독특한 관계를 갖고 있기 때문에 이에 따른 영향력이 있다'라는 점을 강조했다"며 "북한이 위험 행동에서 발을 떼도록 중국이 영향력을 행사해 줄 것을 요청하고 있다"고 말했다. 앞서 모두발언에서도 "중국에 대해 우리가 전략적으로 함께 공유하는 접근에 대해서도 얘기를 나눴다"고 밝혔다.

미 국무장관의 방한은 2021년 3월 17일 서울에서 한미 외교·국방(2+2) 장관회의가 열린 이후 약 2년 반 만이다.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한미 외교장관회담은 네 차례 개최됐지만 국무장관 방한은 이번이 처음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이날 블링컨 장관 등을 서울 한남동 관저로 초청해 오찬을 함께했다.

chaelog@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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