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왜 NGO] ‘나 같은 사람’도 잘 살기 위해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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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 전, 인터넷을 돌아다니다가 우연히 '동아시아 사회운동 동동'이라는 뉴스레터를 알게 되었다.
뉴스레터에는 동아시아의 노동자, 여성, 성소수자, 빈민 등 '나 같은' 사람들이 아래로부터 사회를 바꾸기 위해 싸우는 모습이 담겨 있었다.
각 방면에서 일어나는 사회운동을 알리는 글을 쓰고, '동아시아 공부 모임' 성원들과 함께 책을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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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왜 NGO]
김현빈 | 플랫폼씨 반상근활동가
2년 전, 인터넷을 돌아다니다가 우연히 ‘동아시아 사회운동 동동’이라는 뉴스레터를 알게 되었다. ‘중국 : 음식배달 라이더들의 저항’이라는 제목이 눈에 들어왔다. 뉴스레터에는 동아시아의 노동자, 여성, 성소수자, 빈민 등 ‘나 같은’ 사람들이 아래로부터 사회를 바꾸기 위해 싸우는 모습이 담겨 있었다. 발행처인 ‘플랫폼씨(C)’라는 사회운동단체에 호기심이 생겨 회원으로 가입하고 총회에 참석했는데, 시작하면서 ‘플랫폼씨 평등약속’이라는 내부 규약을 모두가 한 문장씩 소리 내어 읽었다.
“하나. 우리는 나이, 성별, 성적지향과 정체성, 가족형태, 장애, 병력, 신체조건, 출신 지역, 학력, 사회적 지위, 경제적 상황 등에 따른 차별에 반대하고, 평등한 관계를 지향합니다.”
이 문장을 읽으면서, 내가 이곳에 오래 있을 것이란 사실을 직감했다. ‘아랫사람’, ‘비정상인’으로 취급받을 때 감정들이 너무 싫어서 모두가 평등하게 대우받으면 좋겠다고 생각해 왔기 때문이다. 성소수자로서 받은 일상적 차별도 지긋지긋했지만, 무엇보다 위계서열에 대한 반감이 깊이 뿌리내려 있던 내게 뜻깊게 다가왔다.
이후 책읽기 모임과 월례포럼 등 플랫폼씨 활동들에 참여하면서 많은 사람을 만났다. 대안적 세상을 함께 얘기하면서 혼자 공부할 때 느꼈던 의문을 해소할 수 있었고, ‘동지’가 있다는 희망도 생겼다. 어느 날, 함께 활동해보는 건 어떻겠냐고 제안하기에 흔쾌히 수락했다.
그렇게 반상근활동가로 일하게 된 플랫폼씨는 사회운동 사이의 연대를 통해 운동을 확장하고, 억압받는 이들의 동아시아 국제연대와 활동(가) 재생산을 주된 과제로 삼고 있다. 우리는 책모임과 포럼을 통해 사회운동에 관심 있는 이들과 토론하며, 누구든 일상에서 사회운동을 접할 수 있게 돕는다. 각 방면에서 일어나는 사회운동을 알리는 글을 쓰고, ‘동아시아 공부 모임’ 성원들과 함께 책을 냈다.
정세에 따른 사안을 긴밀히 따라가며 연대하고, 서로 다른 투쟁이 연결될 수 있는 플랫폼의 역할도 한다. 일방적 구조조정에 맞선 청소노동자들의 파업 투쟁에 함께하고, 서로 다른 직종의 여성노동자들이 회사의 횡포와 성폭력에 맞선 경험을 얘기하는 자리를 만들었다. 세계 곳곳의 전쟁과 학살을 규탄하는 집회를 열고, 심화하는 기후위기 책임을 묻는 기후정의행진에 참여한다.
활동가는 타인과 지속해서 평등한 관계를 쌓아야 한다. 그 과정에서 배우는 점이 많지만, 남에 대해 궁금해하지 않고 처음 보는 사람과 소통이 어려운 천성을 극복해 내야 했다. 또 변하는 사회를 따라가기 위해 끊임없이 공부하고 성찰하는 것도 쉬운 일은 아니다. 그런 사회화의 과정은 고통스럽지만, 변해온 나 자신을 돌아보면 대견스럽기도 하다.
지금 이 길에 서 있는 이유는 사람들을 조직하고 설득해 우리 편으로 만드는 과정이, 날 변화시키고 결국엔 사회를 변화시키리라 믿기 때문이다. 억압에 맞서 싸우는 이들에게서 슬픔과 인내를 보지만, 정의롭지 않은 억압에 굴복하지 않는다는 자긍심을 엿보기도 한다. 나 또한 그와 함께한다는 자긍심이 삶의 원동력 같다. 공공운수노조 서울지부 덕성여대분회장님이 하셨던 말씀이다.
“계란으로 바위 치기는 가능하다. 계란으로 바위를 치면 그 주변을 새가 날아와서 쪼기 때문에, 그것이 바위에 균열을 만들어 낼 것이다.”
‘각자도생의 시대 나는 왜 공익활동의 길을 선택했고, 무슨 일을 하며 어떤 보람을 느끼고 있는가?’ 시민사회단체 활동가들의 투고(opinion@hani.co.kr)를 환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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