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 '필리버스터 철회'에 허 찔린 野…'이동관 탄핵안' 향배는
민주, 김의장에 내일 본회의 개의 요청…못 열면 '철회→재발의' 복안이나 與는 "철회 불가능"
(서울=연합뉴스) 고상민 김철선 기자 = 국민의힘이 9일 국회 본회의에서 필리버스터(합법적 의사진행 방해를 위한 무제한 토론) 계획을 전격 철회하면서 더불어민주당이 추진하던 이동관 방송통신위원장 탄핵소추에 급제동이 걸렸다.
여당의 필리버스터 포기로 4박 5일 간 본회의를 열려던 계획이 무산되면서 이 위원장의 탄핵소추안은 공중에 붕 뜬 셈이 됐다. 여당의 예기치 못한 '일격'에 민주당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민주당은 이날 본회의 직전 이 위원장 탄핵소추안을 당론으로 발의했다.
이날부터 닷새간 쟁점 법안들에 대한 본회의 필리버스터가 예정돼 적절한 시점에 탄핵안을 표결 처리하겠다는 심산이었다.
탄핵안은 본회의에 보고된 이후 24시간 이후 72시간 내 투표에 부쳐져야 하는 만큼 민주당은 빠르면 10일 오후에라도 본회의 처리를 밀어붙이려 했다.
그러나 국민의힘이 필리버스터 포기로 급선회하면서 민주당으로선 허가 찔린 셈이 됐다. 이날 예정된 안건을 여당의 불참 속에 다 처리해버린 뒤 본회의를 산회해야 했기 때문이다.
다만 민주당 홍익표 원내대표는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여당이 필리버스터를 하지 않거나, 조기 종결해 탄핵안을 무산시킬 가능성 등 여러 시나리오를 충분히 예상했었다"며 원내 지도부의 '전략 미스' 논란을 일축했다.
일단 민주당은 표결 시한이 남은 만큼 자당 출신인 김진표 국회의장에게 신속히 추가 본회의를 열어달라고 설득할 방침이다.
실제 원내 지도부는 이날 본회의 후 의장실을 찾아 '10일 본회의 개최'를 요구했다.
이에 김 의장은 "양당이 협의했으면 좋겠다. 숙고해서 결정하겠다"고 답했다고 홍 원내대표는 전했다.
이제 공은 김 의장에게 넘어간 상황이지만, 김 의장이 표결 시한 내에 별도 본회의를 열어줄지는 미지수다. 그간 김 의장은 민주당의 일방적 법안 처리를 위한 본회의 개최에는 미온적이었다.
11일부터 시작되는 김 의장의 해외순방 일정도 탄핵안 향방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부의장이 대신 본회의를 진행할 수도 있지만, 휘발성이 큰 사안인 만큼 김 의장이 부의장에게 위임하진 않을 것이라는 관측에 힘이 실린다.
민주당은 탄핵안이 72시간 내 표결 무산으로 자동 폐기될 경우를 대비한 '플랜B'도 고려하고 있다.
국회법상 '폐기'는 '부결'로도 봐야 한다는 주장도 있는 만큼 '일사부재의' 논란을 피하기 위해서라도 탄핵안을 스스로 철회한 뒤 재발의하는 방안이다.
앞서 여야가 예산안 처리를 위해 이달 30일과 12월 1일에 연달아 본회의를 열기로 합의한 만큼 그때 탄핵안 처리를 다시 추진하자는 것이다.
탄핵안 발의를 주도한 고민정 의원은 "11월 30일 예산안 통과를 위한 본회의가 있으니 그때 다시 탄핵안을 올릴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홍 원내대표는 "(주말을 고려하면) 내일 오후 6시까지 철회 여부를 결정해야 하는 것 같다"며 "불가피한 경우 탄핵안을 철회하고 본회의가 이틀 연속으로 열리는 시점에 다시 추진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반면 국민의힘은 당장 '이동관 탄핵안' 추진에 급제동을 건 만큼 필리버스터 철회로 사실상 실익을 챙겼다는 분석이 나온다.
어차피 4개의 쟁점 법안은 필리버스터 종료 이후 다수 의석을 점한 야당의 단독 처리가 예상됐기 때문이다.
더구나 민주당이 야권 공조를 통한 필리버스터 무력화 전략을 공개한 마당에 굳이 무제한 토론으로 정쟁 이미지를 부각할 필요가 없다는 판단도 깔린 것으로 풀이된다.
이러한 원내 지도부의 '필리버스터 취소' 전략은 이날 오후 본회의 도중 열린 의원총회에서야 소속 의원들에게 공유됐고, 김기현 대표도 오후가 돼서야 보고받을 만큼 은밀히 추진된 것으로 전해졌다.
국민의힘은 본회의 추가 일정은 여야 합의로 정해야 하는 만큼 탄핵안 처리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면서도 향후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국민의힘은 민주당이 고려 중인 탄핵안 철회도 법적으로 불가능하다고 주장한다.
원내 관계자는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탄핵소추안과 같은 인사안건은 보고되는 순간 법적 효력이 발생한다"며 "사실상 안건이 상정된 것인 만큼 철회 자체가 불가능하다"고 주장했다.
gorious@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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