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객석] 흑인으로서 정체성 음악 영감이 되었다
자작곡 'Come As You Are', 체임버 오케스트라와 만나 합주
"색소폰의 기원은 클래식… 변화무쌍한 소리로 감정 노래해"
'그래미상' 빌리 차일즈와 협주 초연에 흑인 작가作 담아
월간객석과 함께하는 문화마당 색소포니스트 스티븐 뱅크스
미국과 한국을 대표하는 젊은 색소포니스트가 만났다. 색소폰을 통해 클래식 음악계의 새로운 활기를 불어넣고 있는 두 사람은 11월에 각각 내한공연과 색소폰 오케스트라 창단 공연을 한다.
클래식 색소폰을 알리고, 악기의 새로운 가능성을 모색한다는 점에서 공통점이 있는 두 색소포니스트가 만나면 무슨 이야기를 나눌까. 악기에 대한 진지한 고민이 담긴 그들의 일문일답을 들어봤다.
-색소폰을 만날 수 있는 두 공연이 11월에 오릅니다. 이번 내한 프로그램에 대한 소개 부탁드립니다.
"세종솔로이스츠와 함께하는 이번 공연에서는 슈만부터 쥘 데메르스망(1833~1866), 폴 크레스턴(1906~1985), 페드로 이투랄데(1929~2020) 그리고 자작곡까지 여러 곡을 다채롭게 선보일 예정입니다. 크레스턴의 알토 색소폰과 피아노를 위한 소나타 Op.19는 색소폰 레퍼토리에서 가장 중심이 되는 곡이자 유명한 독주곡으로, 독창적인 리듬과 화성을 사용하는 크레스턴의 언어를 담고 있습니다. 데메르스망과 이투랄데의 작품은 비르투오소적인 기교가 돋보입니다. 슈만의 환상 소곡집 Op.73은 클라리넷이나 첼로로도 자주 연주되는 곡이지만, 이번에는 색소폰 연주로 들려드리고자 합니다. 특히, 이번 무대에서는 자작곡 '있는 그대로 오세요(Come As You Are)'를 체임버 오케스트라 버전으로 편곡하여 세계 초연합니다. 많은 기대 부탁드립니다."
-무엇이 당신을 색소폰으로 이끌었으며, 클래식 음악계에서 색소폰이 어떻게 발전하고 있다고 생각하나요?
"색소폰은 오케스트라에서 사용하기 위해 만들어진 악기로, 목관악기와 금관악기의 장점을 결합하기 위해 개발됐습니다. 색소폰은 소리를 특별하게 변화시킬 수 있는 능력을 갖추고 있는데, 베를리오즈(1803~1869)는 이를 두고 '울고, 한숨 쉬고, 꿈을 꾸는 악기'라고 표현하기도 했죠. 이것이 바로 색소폰이 클래식 음악과 깊은 관련이 있는 이유입니다. 요즘에는 대부분의 사람이 색소폰을 재즈와 연결해 이야기하지만, 사실 그 기원은 클래식 음악에 있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작곡가로서의 역할도 흥미롭습니다. 작곡가로서 품은 뜻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색소포니스트로서의 제 목표는 색소폰을 위해 작곡된 레퍼토리를 늘리는 데 영향을 미치는 것입니다. 동시대의 뛰어난 작곡가들이 색소폰 곡을 쓰게끔 하거나 제가 직접 곡을 써서 말이죠. 은퇴하기 전까지 각각 15개의 협주곡과 독주곡 그리고 실내악 작품을 세상에 소개하고 싶어요. 사실 지금은 색소폰의 장점이 도드라지는 작품이 부족한 편이에요. 예를 들어, 브람스의 색소폰 협주곡이 없는 것처럼 말이죠. 다음 세대 색소포니스트들에게는 그들이 가진 표현의 잠재력을 십분 발휘할 수 있도록 색소폰 레퍼토리가 다양해졌으면 좋겠어요."
-지난해 에이버리 피셔 커리어 그랜트를 수상했고, 2019년에는 영 콘서트 아티스트 오디션에서 1위를 차지한 바 있습니다. 수상 소감이 궁금합니다.
"두 경험 모두 제 꿈이 이루어진 순간이었어요. 청중 앞에서 연주와 투어를 할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되었으니까요! 덕분에 대중에게 인지도를 얻을 수 있었고, 제가 오랫동안 열정을 갖고 있던 이슈에 대해서도 목소리를 낼 수 있게 되었습니다. 최근 저는 아프리카계 작곡가에게 3곡을 위촉했는데요. 그중 한 곡은 제가 작곡한 곡이고, 나머지 두 곡은 카를로스 사이먼(1986~)과 빌리 차일즈(1957~)의 색소폰 협주곡입니다. 이런 기회를 얻을 수 있었던 것은 모두 앞선 두 경험 덕분이죠. 매우 감사하게 생각합니다."
-그래미상을 받은 작곡가 빌리 차일즈의 협주곡 초연을 기대하고 있습니다. 작품 뒤에 숨겨진 영감은 무엇이며, 관객들이 작품에서 기대할 수 있는 바는 무엇인지 소개 부탁드립니다.
"색소폰과 오케스트라를 위한 협주곡은 미국에서 흑인으로 살아온 저와 빌리 차일즈의 경험을 기록하기 위한 교향시입니다. 곡을 구상하며 저희가 가장 먼저 생각한 건 내러티브였습니다. 어떤 특별한 이야기를 담을 것인가, 이야기를 어떻게 전개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었죠. 결국, 우리는 라벨이 '밤의 가스파르'에서 시인 알로이시우스 베르트랑의 시 세 편을 세 개의 악장으로 나눈 것처럼, 이 협주곡에도 흑인 작가들의 작품을 소재로 삼기로 했습니다. 네이이라 와히드, 클로드 맥케이, 마야 안젤루에게 영감을 받아 흑인들의 과거부터 현재 그리고 미래를 따라가는 곡의 구성을 완성했습니다. "
-클래식 음악계에서 색소폰에 관한 목소리를 내는 데 주도적인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이를 위한 동기는 무엇인가요?
"학창 시절, 저는 늘 다른 사람을 위해 만들어진 예술 장르를 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지금도 여러 면에서 그렇게 느껴질 때가 있고요. 음악 활동을 하면서 저는 최대한 많은 이들이 음악 안에서 자신을 바라보고, 음악과 친밀한 관계를 맺으며 풍요로운 삶을 살 수 있도록 돕고 싶습니다. 그러기 위해선 저부터 움직여야 하고요. 제게 다양한 해석과 창작의 아이디어가 있어야 나눌 수 있는 음악적 이야기도 다양해질 테니까요."
진행=브랜든 최(색소포니스트)
정리=월간객석 홍예원기자·사진=세종솔로이스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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