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분 기다려도 안 온다” 지하철 파업에 퇴근길 시민들 분통
“서울교통공사 노조 파업으로 퇴근 시간 지하철 혼잡이 예상됩니다. 파업 기간 동안 증회 운영 중인 버스 등 대체 교통수단을 이용해 주시기 바랍니다.”
서울교통공사 노조가 경고 파업에 돌입한 9일 오후 5시 45분. 서울 영등포구 지하철 1·5호선 신길역 환승 통로에 안전 안내 문자 알림음이 울려퍼졌다. 시민들은 일제히 휴대전화를 들여다봤다. 안내 문자를 확인한 뒤 걸음을 재촉하는 시민도 있었다.
서울 지하철 1~8호선을 운영하는 서울교통공사 노조가 9일 오전 9시부터 총파업에 돌입했다. 공사에는 3개 노조가 있는데 이번 파업에는 민노총 소속 노조만 참여한다. 제3노조인 ‘올바른노조’는 처음부터 불참했고, 한노총 소속 노조는 민노총 소속 노조와 이견을 좁히지 못한 채 뒤늦게 불참을 결정했다.
파업 여파로 지하철 운행이 지연되면서 퇴근시간대 시민들은 불편을 겪었다. 이날 오후 6시 종로구 지하철 2호선 시청역 승강장은 출입문 하나 당 20여명의 시민들이 열차를 기다리고 있었다. 열차가 도착해도 내부 혼잡도가 높아 기다리던 시민들 중 5-6명만 열차를 탑승할 수 있었다.
열차를 탑승하지 못한 일부 시민들은 도착 정보 안내 화면을 쳐다보며 불만을 토로하기도 했다. 경기 광주시에 사는 김모(50)씨는 “지하철은 수도권 시민들이 가장 많이 이용하는 교통 수단”이라며 “적어도 지하철은 파업을 자제해서 시민들에게 피해를 줘서는 안된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시민들의 불만이 이어지자 시청역 관계자가 방송을 통해 다음 열차가 어디쯤 오고 있는지 지속적으로 안내했다. ‘파업 기간 동안 퇴근시간대 시청역 열차 운행 시간 간격이 2.5분’이라는 내용의 안내문이 승강장 곳곳에 붙어있었지만, 실제 배차 간격은 10분을 넘어가기도 했다.
지하철 3호선 교대역 승강장도 상황은 마찬가지였다. 안내문에는 ‘열차 운행 간격이 5분 30초에서 10분으로 늘어났다’고 적혀 있었지만, 실제로는 10~15분마다 도착했다. 15분 동안 열차가 오지 않을 때는 “노조 파업으로 지연되고 있다”는 안내 방송이 1분마다 흘러나왔다. 일부 시민들은 한숨을 쉬거나 기지개를 켜기도 했다.
지하철 5호선 광화문역 승강장도 퇴근하는 시민들로 붐볐다. 출입문 하나당 약 15명이 줄을 서고 있었다. 승강장에 붙은 안내문에 따르면 평상시 7분 간격이었던 열차 운행은 파업 기간 퇴근시간대(오후 6시~8시) 10분으로 늘었다고 한다.
열차 파업으로 승강장이 혼잡해질 것을 대비해 광화문역 승강장에 경찰관 3명이 대기하기도 했다. 경찰 관계자는 “인파 밀집 상황을 대비해 일부 역에 3명씩 배치돼 실시간으로 보고하고 있다”고 했다.
평소에 비해 큰 불편을 느끼지 못한다는 시민도 있었다. 광화문역 인근으로 출퇴근하는 직장인 노모(28)씨는 “매일 출퇴근 때 5호선 열차 이용하는데, 평소와 크게 다른 점은 느끼지 못했다”며 “아침 8시 출근길에도 파업인 줄 알았지만 불편함 못 느껴 지하철 타러 왔다”고 했다.
이날 오후 6시쯤 지하철 1호선 서울역 승강장에도 평상시와 비슷한 3분 배차 간격으로 열차가 들어왔다. 대학생 김모(24)씨는 “파업 문자를 받고 버스를 탈까 잠깐 생각했는데 승강장에 와보니 평소와 크게 다르진 않은 것 같다”고 했다.
이번 파업은 전날(8일) 공사측과 민노총·한노총 양대노조 연합교섭단의 교섭 협상이 결렬된 데 따른 것이다. 파업으로 인해 전체 지하철 운행률은 평상시 대비 82%, 퇴근 시간대에는 87% 수준으로 떨어진다. 경고 파업은 오는 10일 오후 6시까지 진행될 예정이다.
서울시와 공사는 시민 불편을 최소화하기 위해 파업 미참여자와 협력업체 직원 등 총 1만3500명의 인력을 확보하고 하루 기준 직원 125명을 역사 근무 지원 요원으로 배치했다. 또 대체 수단으로 버스 집중 배차 시간(오전 7~9시, 오후 6-8시)을 1시간씩 연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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