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객을, 그때로 밀어넣었다"…'서울의 봄', 김성수의 힘 (시사회)
[Dispatch=정태윤기자] "관객들을 그 상황으로 밀어 넣고 그때를 느껴보게 하고 싶었습니다." (김성수 감독)
실제 사건을 기반으로 한 영화의 가장 큰 약점은, 결말이 이미 알려져 있다는 것. 심지어 해피엔딩도 아니다. 그럼에도 141분간 손에 땀을 쥐게 했다.
역사적 사실 안에 픽션을 적재적소에 녹였다. 욕망과 신념 사이에서 선택과 판단의 연속. 극적이지만, 허술한 상황들로 강약을 조절했다.
그의 말대로였다. 관객들을 그때에 밀어넣고 생생히 느끼게 했다.
"그들은 훗날 법정에서 '성공한 쿠데타는 처벌받을 수 없다'며 입을 다물었습니다. 자기들끼리 있을 땐 어떤 이야기를 나눴을지. 궁금했어요. 그래서 저만의 해석을 넣어 완성했습니다." (이하 김성수 감독)
영화 '서울의 봄'(감독 김성수) 측이 9일 서울 강남구 메가박스 코엑스에서 언론배급시사회를 열었다. 배우 황정민, 정우성, 이성민, 김성균, 김성수 감독 등이 자리했다.
'서울의 봄'은 1979년 12월 12일. 군사반란을 재현했다. 서울에서 일어난 신군부 세력의 반란을 막기 위한 일촉즉발의 9시간을 그린 영화다.
김 감독은 1979년 12월 12일 그날, 그 총성을 들었다.
"고등학교 3학년 때, 집이 한남동이었는데 그 총격전을 들었습니다. 오랫동안 무슨 일인지 알 수 없었죠. 30대가 되고 나서 알게 됐을 때, 당혹스럽고 놀라웠습니다."
하룻밤 사이에 군부가 무너져 내렸다. 이 사건은 김 감독의 마음 속 의구심이자 숙제로 남았다. 그때로 돌아가 상황을 재현하고, 그 안에 있던 사람들이 어떤 판단을 내렸을지 상상했다.
김 감독은 "신군부 세력과 끝까지 맞섰던 진짜 군인들이 있었기에, 그들의 반란죄가 입증된 것"이라며 "아무도 맞서지 않았다면 승리자로 기억에 남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래서 그들과 맞선 훌륭한 군인들의 시선에서 담고 싶었다"며 "결말을 알고 있지만, 그날에 엎치락 뒤치락하는 상황이 많았다. 그 과정을 영화에 살렸다"고 전했다.
역사적 사실에 100% 기반해 만든 건 아니다. 처음엔 관련 자료를 샅샅이 살폈다. 그러나 실질적으로 작업할 땐 재미에 포인트를 뒀다. 김 감독만의 해석으로 특별함을 더했다.
그는 "그들이 훗날 재판을 받을 때, '성공한 쿠데타는 처벌받을 수 없다'며 입을 다물었다"며 "그들이 자기들끼리 있을 땐 어떤 이야기를 나눴을지 궁금했다. 그래서 저만의 해석을 넣었다"고 설명했다.
보안사령관 전두광(황정민 분)과 수도경비사령관 이태신(정우성 분)은 김 감독의 상상력을 많이 가미한 인물이다. 특히 전두광이 승리를 거둔 직후의 장면. 기뻐하는 신군부 사이에서 잠시 떨어진다.
김 감독이 상상한 전두광은, 악마가 아닌 비슷한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이 나이에 와서 느낀 건, 인간들은 항상 비슷한 악행을 저질러 왔다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전두광은 알았을 겁니다. 이 승리가 나에게 좋은 것만 주지 않을 거라는 걸요. 실제 인물이 그런 사람이 아닐지라도 제 영화에선 그랬으면 했습니다. 자기들끼리 승리의 역사로 축하하고 기념하는 게 너무 보기 싫었거든요."
승리한 전두광은 마냥 기뻐하지 않는다. 혼자 화장실에 남았을 때. 그제야 시원한 웃음을 터트린다. 김감독은 "떳떳한 게 없는 사람의 웃음을 보여주고자 했다"고 덧붙였다.
황정민은 이 신에 대해 "지문에 '웃는다'는 것 하나뿐이었다. 감독이 배우의 연기를 보고 판단하겠다는 느낌이 강하게 들었다"며 "교활하고, 탐욕적인 수많은 감정이 응축돼 있는 웃음이었다"고 떠올렸다.
반면 이태신은 가장 정의로운 인물이다. 자신의 신념대로 끝까지 대항한다. 전두광이 '폭주'라면, 이태신은 '억제'였다. 감정을 배제하고 이성적으로 생각하려 누르고 또 누른다.
정우성은 "'서울의 봄'에서 실제 사건과 가장 먼 인물이다. 감독님이 이태신의 디테일에 대해서 정말 많이 말씀해 주셨다. 나중엔 (너무 많이 들어서) 자체 음소거하기도 했다. 그 치열함 덕에 진정성 있는 캐릭터를 만들 수 있었다"고 밝혔다.
밀도 높은 연출로 141분을 빠르게 전개했다. 분노했다가 안도했고, 좌절도 했다가 서글픈 무언가를 남겼다. 무엇보다 실존 인물을 방불케 하는 배우들의 열연이 돋보였다.
김성수 감독은 "60여 명의 비중 있는 인물들이 등장한다. 한 명도 빠지지 않고 말 그대로 연기의 향연이다. 최고의 스태프, 배우들과 함께 만들었다고 자부한다"고 자신했다.
한편 영화 '서울의 봄'은 오는 22일 개봉한다.
<사진=정영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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