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 딱딱하게 하는 PHMG? 대법원 가습기살균제 판결에 재주목
수백명의 피해자를 냈던 이른바 '가습기살균제' 파동에서 대법원이 피해자의 손을 들어줬다. 9일 대법원은 가습기살균제를 제조하거나 판매한 회사의 배상책임을 인정했으며 피해자에게 위자료 500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이날 대법원은 가습기 살균제 제조·판매사인 옥시레킷벤키저 등을 상대로 김 모씨가 낸 손해배상청구 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로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
김 씨는 지난 2007년 11월부터 2011년 4월까지 옥시의 가습기 살균제를 이용한 뒤 간질성 폐질환을 진단 받았다. 그러나 2014년 3월 질병관리본부로부터 받은 장해 등급은 3등급에 불과했다. 가습기 살균제가 폐 질환을 일으킨 주된 요인은 아니라는 판정이다. 결국 김 씨는 정부로부터 지원금을 받지 못했다.
김 씨는 1심 판결에서는 패소했다. 그러나 2019년 2심 재판부는 옥시 등에서 제조·판매한 가습기 살균제에 설계·표시상 결함이 존재한다고 봤으며, 원고(김 씨)의 신체 손상을 이유로 위자료 500만원 지급할 것을 판결했다. 이후 김 씨는 환경부 구제급여 대상자로 인정돼 2018년 5월부터 매월 97만 원의 급여를 받고 있다.
피해 뒤 위험성 관련 연구 잇따라
가습기 살균제에서 문제가 된 성분은 PHMG(폴리헥사메틸렌구아니딘)로 살균제나 부패 방지제로 사용되는 구아디닌 계열의 화학물질이다. 피부접촉이나 섭취 시 독성이 다른 살균제에 비해 5∼10분의 1 정도이며 살균력이 뛰어나고 물에 잘 녹아 가습기 살균제 용도로 사용됐다.
실제로 PHMG는 국내 유해화학물질관리법에 따라 국립환경연구원에 유독물이 아닌 물질로 등록돼 있고, 일본·호주·중국 등에서도 살균제로 등록돼 판매되고 있다.
안전성평가연구소 이규홍 흡입독성시험연구센터장은 "PHMG와 같은 수용성 물질은 흡입을 통해 몸 안으로 들어오면 폐 안에 축적되며 시간이 지나면서 폐 조직 안에서 물질의 독성이 비약적으로 커질 수 있다"고 경고한 바 있다.
같은 기관 연구에서 PHMG에 대한 급성(14일), 아만성(3개월) 동물 실험을 진행한 적 있다. 실험용 쥐를 대상으로 PHMG를 각각 14일, 6개월 노출 시킨 결과, 급성시험에서는 해당 물질을 분진 및 미스트 흡입 시 치명적 유독물질 반응이 나타났으며 아만성 시험에서는 반복 노출 시 사람에게 중대한 독성을 일으킬 것으로 결론지었다.
아울러 PHMG를 동물모델 호흡기에 노출했을 때, 유사 천식 증상(폐 질환)이 유발되는 것 또한 확인 됐다.
지난해 경희대 의과대학 박은정 교수는 PHMG가 폐섬유증을 일으키는 과정을 밝혔다. PHMG를 실험 쥐 폐에 직접 노출하고 24시간 이내에 폐 내에서 일어나는 현상을 관찰했다. 그 결과 노출 1시간 후부터 폐 조직에서 세포 괴사가 급격히 증가했다. 동시에 염증이 발생할 때, 반대로 염증을 막을 때 나오는 단백질이 모두 증가했다.
이때 염증이 발생하면 나타나는 단백질은 노출 직후 21일까지도 나왔다. 이는 폐에 가해지는 염증이 21일간 계속됐다는 말이다. 그러나 염증을 막아주는 단백질은 노출 3시간 후부터 감소했다. 결국 염증을 막지 못해 폐 조직이 파괴되고 폐 섬유증이 발병했다.
이와 관련해 가습기 살균제 피해 신청자 역학조사에 따르면 가습기 살균제 노출 이후 악화 또는 진단받은 질환(중복)은 폐질환 (83.0%)이 가장 높았으며, 비염 등 코질환 (71.0%), 피부염 등 피부질환 (56.6%) 순으로 보고됐다.
이 뿐만 아니라 가습기살균제 노출 이후 불면증 (55.9%), 우울증 (50.8%), 불안장애 (39.6%), 외상 후 스트레스장애 (39.1%)가 나타났다는 응답이 추가로 보고됐다. 이로 인한 피해자는 2020년 기준 환경부에 피해를 신고한 자가 6,817명이며, 그중 사망자가 1,553명인 것으로 조사됐다.
이번 대법원 판결에 환경보건시민센터는 성명서에서 "현재 수백명의 피해자들이 수십 건의 민사소송을 제기하고 있지만 대부분 1심 판결도 나오지 않은 상황"이라며 "이 가운데 나온 가해기업의 책임을 묻는 확정 판결은 매우 의미가 크다"며 이번 판결이 다른 손해배상 소송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기대를 내비쳤다.
다만 반면 이번 판결이 기업의 책임을 묻는 첫 판결임에도 불구하고 손해배상액은 너무 적은 수준이라고 센터는 지적했다.
임종언 기자 (eoni@kor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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