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빈 맞이 텐트촌 청소… '마약·노숙자 천국' 오명도 씻길까 [APEC 앞두고 달라진 샌프란시스코]
노숙자 집결지 '텐더로인' 중심
텐트 치우고 헬프센터 천막 설치
市 관계자·경찰들 쉼터 입소 권유
■APEC 앞두고 대대적인 텐더로인 정비
이날 거리에서 만난 노숙자들은 생필품이 든 것으로 보이는 손가방을 들고 마지못한 듯 텐더로인을 벗어나고 있었다. 샌프란시스코시가 텐더로인을 중심으로 샌프란시스코 시내 곳곳에서 대대적인 '홈리스 스위핑(정리)'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노숙자 무리 중 일부는 텐더로인의 남쪽 지역과 가까운 샌프란시스코시청(시빅센터) 쪽으로 내려와 자리를 잡았다. 샌프란시스코시는 APEC 회의를 염두에 두고 노숙자 텐트촌을 정리하는 것이 아니라 그동안의 고민을 실행에 옮겼다는 입장이다.
이와 관련, 샌프란시스코 지역지 샌프란시스코 크로니컬은 "샌프란시스코시는 APEC 회의를 위해 노숙자 쉼터를 개소할 예산이 없었다"면서 "그러나 APEC 정상회의가 열리는 모스콘센터에서 멀지 않은 나토마와 8번가에 총 30개의 노숙자 쉼터를 마련하는 동시에 노숙자를 위한 겨울 쉼터 프로그램도 시작했다"고 전했다.
런던 브리드 샌프란시스코시장도 기자회견에서 "정신질환이나 마약중독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노숙자들이 거리를 배회하는 경우가 많다"며 노숙자 쉼터 마련 취지를 설명했다.
노숙자들이 사라진 텐더로인 곳곳에서는 노숙자들이 남겨놓은 집기를 치우는 청소차를 볼 수 있었다. 깨끗이 치워진 텐더로인 거리에 노숙자들에게 쉼터 입소를 안내하는 '헬프 센터' 천막이 설치됐다. 쉼터 직원들이 유인물을 나눠줬지만 노숙자들의 반응은 시큰둥했다.
샌프란시스코 중심거리인 마켓 스트리트에서 텐더로인으로 진입하는 초입에는 소형 철제 바리케이드가 설치됐다. 2인 1조로 꾸려진 경찰이 경찰차에 탑승해 상황을 주시하고 있었다. 한국에서 온 기자임을 밝힌 뒤 경찰에게 잠복 이유를 질문했지만 "우리는 우리의 일을 하고 있다"는 답만 들을 수 있었다.
■노숙자 쉼터 유도 성공할까
샌프란시스코 시내 곳곳에서는 경찰과 쉼터 직원들이 노숙자와 대화하는 모습을 목격할 수 있었다.
이날 거리에서 만난 6명의 경찰은 APEC 정상회의가 열리는 모스콘센터와 맞닿은 미션 스트리트에서 휠체어에 앉아있는 노숙자를 둘러싸고 쉼터 입소를 권유하고 있었다.
강제적인 모습은 아니었다. 이는 빌 스콧 샌프란시스코 경찰청장이 최근 기자회견에서 "노숙자는 범죄자가 아니다. APEC 회의 기간에 우리는 노숙자 수색을 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한 것과 관련이 있어 보인다.
이와 관련, 브리드 시장은 "우리는 노숙자들을 거리에서 벗어나게 하고 있다"면서 "노숙자를 그냥 내버려두지 않고 지원을 제공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샌프란시스코시의 이런 움직임에 노숙자들은 불만을 드러내고 있다. 샌프란시스코 노숙자연합의 제니퍼 프리덴바흐는 샌프란시스코 크로니컬에 "APEC 회의를 앞두고 샌프란시스코 곳곳에서 노숙자에 대한 차별을 목격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 노숙자는 "경찰이 나가라고 했어. 나가야만 한다고 했어"라고 중얼거렸다. 샌프란시스코의 대대적 정비에도 모든 노숙자가 텐더로인을 떠난 것은 아니다. 텐더로인에서 만난 20대 히스패닉 남성 구티에레즈씨는 "(텐터로인) 북쪽 언덕 쪽으로 올라가보면 노숙자들의 텐트를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브리드 샌프란시스코 시장 측에 텐더로인에서의 노숙자 이동과 노숙자들의 쉼터 입소 상황 등을 질의했지만 시장 측은 바로 답을 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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