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0년 떠돌다… 조선왕조실록, 오대산 귀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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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제가 불법으로 반출했던 오대산사고본 조선왕조실록이 고향인 강원 평창군 오대산 자락으로 돌아왔다.
오대산본은 1913년 788책이 주문진항을 통해 도쿄대에 불법으로 반출됐다가 10년 후인 1923년 간토대지진 때 대부분 불에 타 소실된다.
그러나 임진왜란 이후 실록을 다시 편찬하는 과정에서 나라 살림이 어려워지자 정본을 만들 수 없어 원래는 폐기해야 하는 교정쇄본을 버리지 않고 오대산사고에 봉안했다.
오대산사고 인근에는 실록을 지킨 수호사찰인 월정사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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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 불법 반출했던 오대산사고본
전쟁 후 경제 어려워 교정본 봉안
향후 실록 75책·의궤 82책 선보여
“원본 전시 기능 갖춘 박물관 유일”
인근엔 ‘수호사찰’ 월정사 그대로
일제가 불법으로 반출했던 오대산사고본 조선왕조실록이 고향인 강원 평창군 오대산 자락으로 돌아왔다. 강릉 주문진항을 거쳐 도쿄대로 유출된 지 꼭 110년 만이다.
문화재청은 실록과 의궤를 보관·전시하는 국립조선왕조실록박물관을 오는 12일 정식 개관한다고 9일 밝혔다. 기존 월정사 성보박물관이 운영해 온 왕조·실록의궤박물관을 새로 단장해 실록과 의궤를 상설 관람할 수 있게 꾸몄다.
‘기록의 나라’ 조선은 태조부터 철종에 이르기까지 472년의 역사를 실록에, 왕실의 주요한 행사를 글과 그림으로 의궤에 남겼고 같은 책을 여러 권 찍어 보관했다. 임진왜란과 병자호란 등으로 소실됐던 실록은 이후 물·불·바람이 침입하지 못한다는 상서로운 곳인 오대산을 비롯해 정족산·태백산·적상산에 보관됐다.
오대산본은 1913년 788책이 주문진항을 통해 도쿄대에 불법으로 반출됐다가 10년 후인 1923년 간토대지진 때 대부분 불에 타 소실된다. 이 가운데 화를 면한 27책이 1932년 서울대의 전신인 경성제대로 돌아온다. 민간 차원의 활발한 반환 운동과 정부의 노력이 더해져 2006년 47책이 돌아왔고 2017년 추가 매입해 총 75책이 서울 종로구 국립고궁박물관에 보관돼 왔다.
그간 특별전이 있긴 했지만 대부분이 수장고에 있어 일반 관객이 보기는 어려웠다. 박수희 국립고궁박물관 학예연구관은 이날 열린 현지 사전공개회에서 “국립조선왕조실록박물관은 다른 보관처와 달리 실록의 원본을 전시할 기능을 가진 유일한 기관”이라고 설명했다. 전시를 소개한 서정민 학예연구사는 “전쟁 중에도, 외세의 침략에도 실록과 의궤를 되찾고자 했던 마음을 담아 오대산으로 돌아온 원본을 볼 수 있어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오대산본은 교정본이라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 실록은 몇 차례 원고를 인쇄해 교정을 본 뒤 새롭게 인쇄해 정본을 만들고 교정쇄본은 폐기하는 것이 원칙이었다. 그러나 임진왜란 이후 실록을 다시 편찬하는 과정에서 나라 살림이 어려워지자 정본을 만들 수 없어 원래는 폐기해야 하는 교정쇄본을 버리지 않고 오대산사고에 봉안했다. 우선 공개하는 상설전에서는 국보인 ‘성종실록’, ‘선조실록’ 등 실록 9점과 의궤 26점을 전시했는데 향후 유물 교체와 특별전을 통해 오대산본 실록 75책과 의궤 82책을 선보일 예정이다.
오대산사고 인근에는 실록을 지킨 수호사찰인 월정사가 있다. 숭유억불 정책 속에서도 월정사가 규모 있는 사찰로 유지될 수 있었던 비결이기도 하다. 월정사 주지 정념 스님은 “문화재는 원래 있던 자리에서 가장 빛난다”면서 “실록박물관 개관은 지역 영혼의 회복, 역사의 회복이고 미래로 나아가는 희망의 의미를 지닌다”고 말했다.
글·사진 평창 류재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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