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 노란봉투법 저지 대신 이동관 방탄, 왜…'고육지책' 배경은
국민의힘이 9일 노란봉투법(노동조합 및 노동관계법 개정안)과 방송3법(방송법·방송문화진흥법·한국교육방송공사법 개정안)에 대한 필리버스터(의사진행 지연을 위한 무제한 토론)를 포기하고 이동관 방송통신위원장에 대한 탄핵소추안 처리를 저지했다.
해당 법안은 필리버스터를 해도 물리적으로 민주당의 단독 처리를 막을 수 없는 데다 대통령 거부권(재의요구권) 카드가 남아있는 반면 이 위원장이 탄핵돼 방통위가 무력화되면 내년 총선을 앞두고 손실이 더 클 것이란 판단에서다.
윤재옥 원내대표는 이날 오후 국회 본회의에서 노란봉투법과 방송3법 표결 직전 본회의장을 빠져나온 뒤 기자들과 만나 "우리 당은 필리버스터를 하지 않기로 했다"며 "필리버스터라는 소수당의 반대토론 기회마저도 국무위원 탄핵에 활용하겠다는 (야당의) 악의적 의도를 묵과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이날 본회의엔 민주당이 발의한 이동관 방통위원장 탄핵소추안이 보고됐다. 국회법상 탄핵소추안은 보고 후 24시간 이후부터 72시간 이내에 본회의에서 무기명 투표로 표결해야 한다. 이 위원장 탄핵소추안은 재적의원 과반수인 150명 찬성으로 의결하는 만큼 표결에 들어가면 168석을 가진 민주당 단독으로 처리가 가능하다.
국민의힘이 필리버스터를 강행하면 24시간이 지나도록 본회의가 계속돼 민주당이 탄핵소추안 표결을 진행할 수 있게 된다. 필리버스터를 하지 않고 본회의가 종료된 뒤 72시간 이내에 본회의가 열리지 않으면 탄핵안이 폐기된다.
윤 원내대표는 이날 아침부터 시나리오별 대응방안을 구상하며 필리버스터 포기 방안을 상정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본회의 직전 열린 의원총회에서도, 본회의 개의 이후에도 국민의힘 의원들조차 이같은 결정을 알지 못했다. 김기현 대표에게만 의원총회 직전에 알렸다고 한다. 김진표 국회의장에게도 이같은 구상을 본회의 도중에 알렸다.
윤 원내대표는 본회의 산회 후 기자들과 만나 "(필리버스터를 안 하기로) 오늘 아침에 결정했다"며 "오늘 점심시간 직전까지 민주당과 의장님께 정말 사정했다. 방통위원장 탄핵안은 상정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라며 "필리버스터도 상당히 양당 간 부담이 되는 일정인데 거기에 탄핵을 얹어서 하겠다는 것은 이건 정치적으로 해서는 안 될 일이라고 정말 읍소에 가까운 사정을 했다"고 밝혔다. 이어 "그런데 오후 1시40분 넘어서 이게 접수됐다는 사실을 듣고 제가 이건 정말 너무 심하구나 이런 생각을 했다"고 했다.
이어 "이게 보안유지가 안 되면 안 되는 상황이라 제가 결정할 수밖에 없었다"고 설명했다.
윤 원내대표는 "이 네 가지 악법에 대해 국민들께 소상히 알리고 호소드리고 싶었지만 방통위원장을 탄핵해 국가기관인 방통위 기능을 장시간 무력화하겠다는 나쁜 정치적 의도를 막기 위해서는 필리버스터를 포기할 수밖에 없는 상황임을 국민들께서 이해해주시고 응원해 주시길 부탁한다"고 했다.
여소야대 정국에서 소수당의 고육지책이라는 설명이지만, 양곡법과 간호법에 이어 또 다시 대통령 거부권에 기대는 정치를 한다는 비판을 면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노란봉투법과 방송3법의 문제점을 국민들에게 소상히 알리고 토론을 촉발하는 기회를 스스로 포기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선거를 앞두고 정부여당으로서 방통위 사수가 그만큼 절박한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윤석열 정부는 이 위원장을 통해 방송개혁을 추진, 현재의 '기울어진 운동장'을 정상화하겠단 입장을 밝혀왔다. 언론개혁과 공영방송 개혁은 정부의 국정과제이기도 하다. 헌법과 법률을 위반한 바 없고 임명된 지 3개월밖에 안 된 이 위원장 탄핵은 명백한 정치공세로, 수용하기 어렵다는 원칙도 작동한 것으로 분석된다.
필리버스터를 신청했던 국민의힘 한 의원은 이날 머니투데이 더300(the300)과의 통화에서 "당 지도부가 고민을 많이 한 게 느껴졌다"며 "다른 부처 장관이야 차관이 있지만 방통위는 없다. 수개월간 방통위원장 발을 묶어두면 내년 총선을 치를 때까지 문제가 커지고, 노란봉투법이나 방송3법은 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으니 결국 선택을 한 것 같다"고 말했다.
노란봉투법과 방송3법에 대해선 윤석열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가 확실시된다. 대통령실은 국가재정에 과도한 부담을 주는 등 국익을 침해하는 법안, 이해당사자들 간에 갈등이 첨예한 법안,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야 합의 없이 강행 처리된 법안 등에 대해서 거부권을 행사할 방침이라고 밝혀왔다. 윤 대통령은 법안이 정부로 이송된 후 15일 이내에 이의서를 붙여 국회에 재의를 요구할 수 있다.
한편 이 위원장에 대한 탄핵안 표결을 끝까지 막긴 어려울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민주당은 발의 후 72시간이 지나면 탄핵소추안이 폐기되기 때문에 그 전에 탄핵안을 철회한단 입장이다. 탄핵안을 철회하면 일사부재의 원칙이 적용되지 않아 동일 회기 안에 재발의가 가능하다는 주장이다. 홍익표 민주당 원내대표는 "내일 오후 6시까지 철회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고 했다. 그러나 국민의힘은 탄핵소추안이 본회의에 상정된 이상 일방 처리할 수 없으며, 폐기된 탄핵안은 동일 회기에 재발의가 어렵단 입장이다. 장동혁 국민의힘 원내대변인은 "(탄핵안은) 72시간이 지나면 부결된 것처럼 폐기된다"고 밝혔다.
박소연 기자 soyunp@mt.co.kr 박상곤 기자 gonee@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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