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사금융피해 5년來 최대 치닫자···尹 "악독한 범죄, 단 1원도 은닉 없게 조치"

강도원 기자 2023. 11. 9.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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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尹 '불법 사금융' 작심 비판
"극단선택 세모녀 사건 안타까워"
불법 사례 열거하며 '격한 단어'
사금융 피해 상반기에만 6784건
'서민 약자 보호' 민생행보 강조
저소득·취약계층 지원확대 의지
[서울경제]

윤석열 대통령이 9일 금감원을 전격적으로 찾아 불법 사금융에 대해 ‘암적 존재’ ’악독한 범죄’ ’약탈 범죄’ 등 조금은 격한 단어로 작심 비판한 것은 민생 행보의 방향이 서민 약자 보호에 있다는 점을 다시 한 번 강조하기 위해서다. 고금리·고물가로 북극 한파 수준의 경기를 체감하고 있는 “저소득·취약 계층에 두툼하게 지원하겠다”는 의지를 행동으로 보여줬다는 분석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9일 서울 여의도 금융감독원에서 불법사금융 민생현장 간담회를 열고 피해지 지원 및 범죄자 엄단을 지시하는 내용의 발언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실제로 윤 대통령은 불법 사금융 사례를 일일이 열거했다. 윤 대통령은 “불법 사채업자로부터 빚 독촉을 견디지 못해 극단적인 선택을 한 세 모녀 사건을 접하고 너무나 안타깝고 마음이 아팠다”고 말했다. 또 “청소년들이 팬카페나 게임 커뮤니티에서 대리 입금이라는 허울 좋은 이름으로 10만 원의 소액을 빌려주고 수고비·지각비라는 갖은 명목으로 연 5000% 이상의 높은 이자를 요구하며 협박·폭행, 이런 불법을 일삼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옷 가게를 운영하던 30대 여성이 지인의 연락처를 담보로 100만 원을 빌렸다가 연 5200%의 살인적 금리를 요구받고 성 착취를 당한 사건도 있었다”며 “이런 것들을 방치하고 완전히 퇴출시키지 못한다면 우리가 자유민주주의 사회라고 하기 어렵다”고 강조했다. 윤 대통령이 평소 강조하는 ‘자유’와 ‘민주주의’까지 언급하며 엄단을 지시한 것이다.

윤 대통령은 특히 정부가 할 수 있는 모든 수단을 동원하겠다는 의지도 드러냈다. 실제로 이날 행사에는 한동훈 법무부 장관, 이상민 행안부 장관, 방기선 국무조정실장, 김창기 국세청장, 윤희근 경찰청장, 이복현 금감원장이 모두 참석했다. 윤 대통령은 “불법 사채업자들의 범죄수익은 차명 재산까지 모조리 추적해 환수하라”며 “국세청은 광범위하고 강력한 세무조사로 불법 사금융으로 얻은 수익을 단 1원도 은닉할 수 없도록 조치해달라”고 강조했다.

윤 대통령의 작심 비판의 배경에는 고금리에 따른 불법 사금융 문제 급증도 있다. 금융감독원이 서범수 국민의힘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금감원 불법 사금융 피해 신고 센터에 상담·신고된 불법 사금융 피해 건수는 6784건이었다. 이는 상반기 기준 2019년 이후 5년 만에 가장 많았다. 당국의 피해 신고 센터에 접수된 불법 대부 유사 수신 신고 상담 건은 올 들어 3분기까지 1만 62건에 달한다. 지난해 같은 때보다 23.6% 급증했다. 최근 저축은행과 대부 업체가 늘어난 자금 조달 비용으로 대출을 줄이고 있어 저신용차주가 불법 사금융에 쏠릴 우려는 더 커지고 있다.

정부 여당은 불법 사금융 피해를 막기 위한 노력을 하고는 있다. 불법 사금융 의존 증가 및 피해를 막기 위해 국회에 계류 중인 개인 금융채권의 관리 및 개인 금융 채무자의 보호에 관한 법률안(개인채무자보호법) 처리에 속도를 낸다는 방침이다. 금융위원회가 지난해 12월 발의한 개인채무자보호법은 개인 금융 채무자 보호를 위해 채권금융회사가 채무자의 주택 경매 법원 신청 예정일과 채무 조정에 관한 사항 등을 당사자에게 미리 통지하도록 하고 연체 이자 징수를 제한하는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소관 상임위원회인 정무위원회에서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

금융 당국은 저신용자들이 불법 사금융으로 내몰리는 일을 막기 위해 제도권 내 급전 창구를 정비하고 있다. 금융위는 다음 달 ‘서민금융활성화 방안’을 발표한다. 차주의 상황에 따라 찾을 수 있는 정책 상품을 단계적으로 나열할 예정이다. 저신용 차주가 연체 이력이 없다면 A 상품을 이용할 수 있게 하되 그렇지 않은 경우 B 상품을 안내하는 식이다. 상황별로 이용 가능한 정책 상품을 도식화하면 차주가 필요한 상품을 직관적으로 인식할 수 있을 것으로 당국은 기대하고 있다.

당국은 주요 상품별 예산을 확대해 지원액을 늘리는 방안도 함께 추진하고 있다. 최저신용 특례보증 사업의 내년 예산을 올해보다 두 배 많은 560억 원으로 책정했다. 당국은 정부나 금융기관을 사칭하는 불법 대부 광고의 처벌 수위도 한 단계 끌어올릴 계획이다. 현행 대부업법은 사칭 광고 시 5000만 원 이하의 과태료를 매기도록 하는데 이를 개정해 3년 이하 징역을 부과할 수 있는 법적 근거를 마련할 예정이다.

강도원 기자 theone@sedaily.com박경훈 기자 socool@sedaily.com김우보 기자 ubo@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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