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마 내 것도? 전국에 가짜 비아그라 613만 정 유통됐다

서울 가산디지털단지 사무실서 제조…일당 24명 검거·4명 구속
정품 기준 920억 원 상당…실제 범죄 수익금은 9억 원 추정

서울경찰청 상징물. 연합뉴스

강원도 농가와 서울 도심에 제조공장을 차린 후 600만 정이 넘는 가짜 비아그라를 만들어 유통한 일당이 경찰에 적발됐다.

서울경찰청 국제범죄수사계는 가짜 비아그라 등 위조 의약품을 제조·유통한 혐의로 총책 A 씨와 제조 기술자, 유통 총판, 판매책 등 24명을 붙잡았다고 9일 밝혔다. 이 중 8명은 보건범죄단속법 위반, 16명은 약사법 위반 혐의로 지난달 말 송치됐다. A 씨 등 주범 4명은 구속 상태로 검찰에 넘겨졌다.

경찰에 따르면, A 씨 등은 코로나19 확산으로 무역이 중단돼 의약품 밀수가 어려워지자 국내에서 이를 만들면 막대한 수익을 낼 것으로 생각하고 지난해 1월부터 올해 6월까지 중국에서 원료를 밀수입해 최근까지 가짜 비아그라와 시알리스 등을 제조했다. 시중에서 1정당 1만5000원에 판매되는 정품 비아그라를 기준으로 계산하면, 920억 원 상당의 약품 613만 정을 제조했다.

가짜 비아그라는 정당 최대 1000원에 팔렸으며 600만 정 이상이 유통된 것으로 경찰은 판단하고 있다. 실제 범죄 수익금은 9억 원 규모로 추정된다. 이들은 애초 강원 정선군 한 농가 비닐하우스에 제조 공장을 차렸다가 경찰의 수사가 시작되자, 지난 6월 서울 금천구 가산디지털단지의 한 사무실에 다른 공장을 세워 약을 제조해왔다.

일당은 원료와 의약품 설명서, 포장용기 라벨지 등을 국제우편이나 다른 화물에 숨겨오는 방식으로 중국에서 밀수입했다. 제조한 가짜 비아그라는 소매상들에게 1정당 약 233원에 유통했다. 이 약은 소매상을 통해 시골 농가와 공사장 인부들, 유흥업소 종사자 등에게 판매된 것으로 조사됐다.

A 씨 등은 가짜 비아그라에 정품과 동일한 ‘VGR100’ 식별 표시와 제조사명을 각인해 진품과 구별이 어렵게 했고, 한약재와 비아그라 성분을 섞어 효과가 더 좋은 약이 있다고 홍보하기도 했다. 경찰은 지난 1월 가짜 비아그라 관련 첩보를 입수해 수사에 착수했으며, 공장 두 곳을 특정해 피의자들을 순차적으로 검거했다. 이와 함께 정품 기준 시가 13억3000만 원어치의 가짜 비아그라 8만8792정을 압수했다.

노기섭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