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용 감세정책' 민심 등돌려···중의원 해산도 보류

송주희 기자 2023. 11. 9. 17: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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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기시다 후미오 정권이 민생 정책을 둘러싼 국민들의 낮은 호응과 정권 내 엇박자 등으로 역대 최저 지지율을 이어가면서 '재집권 전략'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의원내각제인 일본은 여당 총재가 총리를 맡는 구조로, 기시다 총리의 자민당 총재 임기는 내년 9월까지다.

지지율 반등을 위해 꺼내든 개각과 소득 감세 카드가 오히려 추가 하락을 부추기면서 총재 연임과 장기 정권 토대 구축을 염두에 둔 연내 중의원 해산도 물 건너가는 분위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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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집권 전략 '빨간불'
지지율 자민당 21%·내각 25%
증세 추진하다 감세로 돌아서
인사실패·행정오류 불신 증폭
중의원 해산 내년으로 연기될듯
[서울경제]

일본의 기시다 후미오 정권이 민생 정책을 둘러싼 국민들의 낮은 호응과 정권 내 엇박자 등으로 역대 최저 지지율을 이어가면서 ‘재집권 전략’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의원내각제인 일본은 여당 총재가 총리를 맡는 구조로, 기시다 총리의 자민당 총재 임기는 내년 9월까지다. 지지율 반등을 위해 꺼내든 개각과 소득 감세 카드가 오히려 추가 하락을 부추기면서 총재 연임과 장기 정권 토대 구축을 염두에 둔 연내 중의원 해산도 물 건너가는 분위기다.

9일 일본 7개 주요 언론사의 최근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기시다 내각의 지지율은 25~36%대를 기록하고 있다. 이 중 네 곳이 30% 미만이다. 자민당 지지율 역시 최저 21%를 찍었다. 특히 ‘내각·여당 합산 지지율이 50% 아래로 떨어지면 정권이 와해된다’는 경험칙(아오키 법칙) 적용 시 이미 데드라인을 넘긴 결과가 2건이나 돼 정권 내 긴장감은 한층 고조됐다.

지지율 부진의 주요 원인으로는 민생 정책의 잇따른 실책과 신뢰 상실이 꼽힌다. 저임금·고물가 상황과 동떨어진 일련의 경제정책으로 가계(개인)의 불신을 키운 것이다. 일본 정부는 당초 43조 엔의 방위비 충당을 위해 2024년 1조 엔을 증세(법인·소득·담뱃세)할 계획이었다. 기시다 총리는 그러나 10월 중·참의원 보궐선거를 앞두고 돌연 ‘감세 카드’를 꺼냈다. “성장(세수 증가분)을 국민에게 환원한다”는 게 이유였지만 급작스러운 태세 전환에 여론은 물론 당내에서도 ‘선거용’이라는 비판이 나왔다.

정책을 둘러싼 정권 내 엇박자는 지지율 하락을 가속화하고 있다. 기시다 총리가 소득세 감세 등의 근거로 든 것이 ‘세수 증가’이지만 나라 곳간을 담당하는 재무성은 다른 말을 한다. 스즈키 슌이치 재무상은 전날 국회에 출석해 “과거 2년간 증가한 세수분은 이미 정책 경비나 국채 상환 등에 충당해왔다”며 “감세를 하려면 국채를 새로 발행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세금을 깎아주는 만큼 빚을 내(국채 발행) 메워야 한다는 이야기다. 시마자와 마나부 간토가쿠인대 재정학 교수는 “만성 재정적자를 안은 채 느닷없이 감세하면 시장의 신인도를 얻지 못하고 인플레이션 가속을 초래할 뿐”이라며 “재정에 대한 책임감이 결여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기시다 정권은 이 외에도 디지털 신분증인 ‘마이넘버카드’를 성급하게 추진하다가 행정 오류를 초래하는가 하면 개각 한 달 만에 정무관과 부대신이 각각 불륜, 선거 개입 의혹으로 자진 사퇴해 인사 검증 논란에 휩싸이는 등 악재가 거듭되고 있다. 잇따른 실책에 집토끼 이탈도 늘었다. 2차 아베 신조 정권 시절, 당 지지층의 내각 지지율은 평균 88%였으나 기시다 정권에서는 이 수치가 77%로 낮아졌다. 지지 세력인 보수층이 그만큼 떠났다는 의미여서 내각에는 뼈아픈 결과다. 기시다 총리의 연임 시나리오는 전면 수정이 불가피하게 됐다. 당장 총재 선거를 위한 진용 구축의 성격으로 연내 단행하려던 ‘중의원 해산’이 내년으로 연기될 것으로 전망된다. 기시다 총리는 이날 총리관저에서 기자단에게 “우선은 경제 대책, 미룰 수 없는 과제에 임해가겠다. 그외의 것은 생각하고 있지 않다”며 이 같은 의사를 전했다. 국민의 관심이 고물가에 집중돼 있어 의회 해산이 역풍이 될 수 있는 데다 현재 지지율로는 선거를 치를 수 없다는 판단이 작용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송주희 기자 ssong@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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