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리포트] 독과점·이자장사 뭇매에…금융권, 상생금융 보따리 푼다

박윤호 2023. 11. 9. 17: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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尹 대통령·금융당국 수장 작심 비판
16일 금융지주 간담회서 논의 전망
은행권, 대출금리 인하·이자 캐시백
'사상 최대실적' 보험사도 합류 유력
은행권 상생금융 상품 세부 내역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국내 5대 시중은행들이 본격 상생금융 대책 마련에 분주하다. 윤석열 대통령이 '종노릇' '독과점' 등 강도 높은 발언 이후 금융당국 수장들까지 은행들의 과도한 이자 장사를 지적하자 관련 작업에 속도를 높이고 있다.

최근에는 보험업권까지 상생금융 동참을 위해 자동차보험료 인하를 논의하고 있어 전 금융권이 참여하는 '상생금융 시즌2' 가능성이 커졌다.

◇ 매 맞은 은행권, 상생금융 보따리 푼다

하나은행은 최근 1000억원 규모 상생금융 방안을 발표했다. 하나은행 상생금융은 소상공인·자영업자 30만명을 대상으로 △11만명 개인사업자 대출 대상 이자 캐시백(665억원) △금융취약 자영업자 대상 에너지 생활비 지원(300억원) △신규 가맹 소상공인 대상 통신비 지원(20억원) △개인사업자 대출 고객 일부 컨설팅 비용 지원(15억원) 등을 지원하기로 했다. 앞서 하나은행은 올해 초 '새희망홀씨대출 신규 금리 1%포인트(P) 인하', '햇살론15 이자 캐시백 프로그램' 등 상생금융 대책을 내놓은 바 있다.

하나은행에 이어 신한금융그룹도 상생금융 패키지를 발표했다. 기존 상생금융 지원프로그램 추가 지원과 신규 지원을 포함해 1050억원 규모다. 해당 패키지는 신한은행이 중소법인 대상으로 시행하던 상생금융 지원프로그램 지원 기간을 1년 연장하고, 지원 대상을 자영업자까지 확대하는데 610억원을 지원하는 것이 핵심이다. 여기에 소상공인·청년 금융부담 완화 부문에 440억원도 새로 지원한다.

우리금융그룹도 최근 임종룡 우리금융 회장 주재로 전 계열사 대표가 상생금융 긴급대책회의를 진행해 대책 마련에 속도를 내고 있다. 우리은행은 우선 상생금융 태스크포스(TF)를 발족하고, 임원과 부서장들이 직접 현장을 찾아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들로부터 고충을 청취한다.

KB금융그룹과 NH농협금융의 경우 아직 구체적인 방안은 나오지 않았지만, 각각 상생금융 지원 마련 등 논의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 정부부터 금융당국까지 은행 서민이자 '작심 비판'

이 같은 분주한 움직임은 이달 들어 윤 대통령부터 금융당국 수장들까지 은행 서민이자 장사에 작심한 듯한 비판의 목소리를 낸 데 따른 것이다.

앞서 윤 대통령은 대통령실에서 주재한 국무회의에서 참모진이 최근 민생 현장을 찾아 청취한 내용을 소개하면서 “고금리로 어려운 소상공인·자영업자들은 '일해서 번 돈을 고스란히 대출 원리금 상환에 갖다 바치는 현실에 마치 은행의 종노릇을 하는 것 같다'며 깊은 한숨을 쉬었다”고 전했다. 이어 이달 1일에는 또 은행에 대해 “갑질을 많이 하고 너무 강한 기득권층”이라면서 “은행 독과점 시스템을 자꾸 경쟁이 되게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윤 대통령이 은행들에 대해 강도 높은 작심 발언 이후 금융당국 수장들도 최근 이를 겨냥한 발언을 서슴없이 내놓고 있다.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지난 6일 은행연합회 등 6개 금융업권 협회 회장단과 한국거래소 이사장을 만난 자리에서 “최근 금리상승 과정에서 금융권 순익은 역대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면서 “그 이익 원천이 소비자 편익 증대를 위한 혁신 노력의 결과라기보다는 단순히 금리상승에 따른 이자수입 증가라는 점에서 국민의 시선이 따갑다”고 지적했다.

같은 날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9개 회계법인 CEO와 간담회 이후 기자들과 만나 “올해 은행의 이자 수익이 아마도 60조원 수준에 달해 역대 최고 수준일 것을 보인다. 3분기 영업이익 비교해 보자면 삼성전자·LG전자·현대차를 다 합친 것보다도 영업이익 크다”며 “과연 반도체, 자동차와 비교해 (은행들이)어떤 혁신을 했길래 60조원 이자 이익을 거둘 수 있는지는 의문”이라고 비판 수위를 높였다.

◇ 보따리 푸는 은행들, 보험사까지 다시 상생금융 합류 유력

금융권 내부에서는 대통령부터 금융당국 수장까지 비판이 나오면서 조만간 전 금융권이 참여하는 '상생금융 시즌2' 대책이 나올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업계 일각에선 오는 16일 김주현 위원장과 이복현 원장이 참석하는 5대 금융지주 회장단 간담회에서 구체적인 안들이 오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금융당국의 관계자는 “16일 만남은 업권별 릴레이 간담회 차원에서 계획돼 있던 일정이었는데 현재 상황상 사회공헌도 중요한 주제로 다뤄지게 될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상황이 상황인 만큼 보험업권 역시 상생금융 합류를 피할 수 없을 것으로 관측된다. 이복현 원장은 오는 15일에는 보험개발원 주최로 열리는 '금감원장 초청 보험사 최고경영자(CEO) 세미나'에 참석한다. 보험업계에서는 이 자리에서 보험업권에 상생금융 동참을 요청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보험업계는 지난해 이어 올해에도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이에 손해보험사들이 상생금융에 동참하기 위해 의무보험인 자동차 보험료를 내년에 1.5~2% 안팎으로 인하할 수 있는지 검토하고, 생명보험사들도 상생금융 상품을 추가로 선보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금융권 안팎에서는 향후 마련된 상생금융 지원 규모가 기존 규모를 넘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올해 초 전 금융권이 상당한 규모 상생금융 방안을 마련했지만, 반년도 되지 않아 또다시 금융권에 대한 강도 높은 문제가 지적됐기 때문이다.

금융권 고위 관계자는 “올해 초 대통령의 작심 발언과 이후 금융당국 수장들이 각 업권과 간담회를 가지면서 구체적인 상생금융 방안 등이 나왔었다”면서 “올해 초 상생금융 대책 이후 실효성 등에 대한 지적이 나오고 있어 규모가 더 커지는 것은 물론 실제 서민들이 체감할 실효성 있는 대책 마련이 나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윤호 기자 yuno@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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