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퍼개미 연말 매물폭탄 방지···추가매수 유도해 증시 활성화

윤경환 기자 2023. 11. 9. 17: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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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식 양도세 완화]
◆ 과세기준 10억서 20억+α 상향
尹 "큰손 들어와야 주가 오른다"
대선 후보 시절때부터 폐지 공언
작년 100억 이상 추진하다 불발
2021년 기준 국내 대주주 7000명
與, 투자자 반응 살피며 추진할 듯
윤석열 대통령이 9일 서울 여의도 금융감독원에서 열린 불법 사금융 민생 현장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서울경제]

정부와 여당이 주식양도소득세 요건 완화를 재차 추진하는 것은 이른바 ‘슈퍼 개미’들이 세금을 피하려 연말마다 매물 폭탄을 쏟아내는 상황을 방지하겠다는 목적으로 풀이된다. 증시 ‘큰손’들이 양도세 부담 없이 연말에 주식을 움켜쥐거나 추가 매수하면 개인투자자들까지 주가 방어의 혜택을 누릴 수 있다는 계산이 깔렸다는 분석이다. 정치권과 금융투자 업계에서는 이번 방안이 ‘공매도 전면 금지’ 카드에 이어 1400만 개인투자자의 표심을 얻으려는 여권의 총선용 증시 활성화 대책이라고 해석했다.

9일 금융투자 업계에 따르면 상장 주식에 대한 양도세 부과 대상에 금액 기준이 포함된 것은 2000년부터다. 1999년만 해도 단일 종목 기준 5% 이상 지분을 보유한 투자자에 대해서만 양도세를 걷던 것을 2000년부터 지분율 3%나 시가총액 기준 100억 원 이상의 주식을 보유한 사람으로 확대했다. 이 기준은 이후 ‘부자 증세’ 논리에 따라 유가증권시장 종목 기준으로 2013년 지분율 2% 또는 시가총액 50억 원, 2016년 지분율 1% 혹은 25억 원 이상, 2018년 지분율 1% 혹은 15억 원 이상, 2020년 지분율 1% 혹은 10억 원 이상 등으로 계속 강화됐다. 문재인 정부에서는 이 기준을 심지어 3억 원까지 내리려 했다가 반대 여론과 국회의 반발로 결국 무산된 바 있다.

소득세법 시행령 조항에 따라 매년 말을 기준으로 대주주로 규정된 개인투자자는 주식을 팔 때 증권거래세(최대 0.25%)뿐 아니라 매매 차익의 22~33%(주민세 포함)를 세금으로 더 내야 한다. 이 때문에 상당수 고액 투자자들은 과세 대상으로 지정되지 않기 위해 매년 12월 주식을 대거 처분해 평가액을 10억 원 미만으로 유지하고 연초에 다시 사들이는 일을 반복하고 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21~27일 개인은 대주주 지정을 회피하기 위해 코스피 종목을 2조 5874억 원, 코스닥은 1조 555억 원어치를 내다팔았다. 그러다 올 1월 초 증시가 다시 열리자 코스피와 코스닥을 각각 4978억 원, 735억 원어치씩 순매수했다. 개인투자자는 그 전에도 2018년 12월 10~28일 코스피·코스닥 시장에서 1조 4649억 원과 4508억 원을, 2019년 12월 6~27일 4조 5072억 원과 9616억 원을, 2020년 12월 23~28일 2조 1350억 원과 1조 5264억 원을, 2021년 12월 21~28일 5조 6425억 원과 2조 8644억 원을 각각 팔아치웠다.

윤석열 정부는 이 같은 상황에서 20년 이상 보수·진보를 막론하고 기준을 높이기만 해온 주식양도세를 과거 수준으로 되돌리겠다고 나선 셈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부터 “주식시장에 큰손들이 들어와야 주가가 오른다”면서 이 제도를 아예 폐지하겠다고 공언하기도 했다. 슈퍼 개미들의 연말 대량 매도 행태가 임기 내 주가 상승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다는 인식이 일찌감치 있었기 때문이다. 윤 대통령은 지난해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시절부터 주식양도세 과세 대상을 현 10억 원에서 100억 원 이상으로 올리는 방안을 준비했다.

주식양도세 기준 100억 원 상향안은 지난해 말 금융투자소득세 과세 2년 유예안과 맞물려 결국 도입이 불발됐다. 지난해 말 여야가 올해 예산부수법안들을 조율하는 과정에서 한 걸음씩 양보한 결과다. 경기가 악화하는 상황에서 ‘부자 감세’ ‘세수 부족’ 논란에 휩싸일 수 있다는 점도 부담 요인으로 작용했다.

업계에서는 여당이 최근 주식시장 부진과 내년 총선 대비 전략을 연계해 다시 주식양도세 완화안을 꺼냈다고 보고 시장의 움직임을 주시하는 분위기다. 법안 개정까지 넘을 벽이 많은 데다 공매도 금지 효과로 여전히 증시가 출렁거리는 만큼 정부와 여당도 투자자들의 반응부터 살필 것이라는 예상이다.

고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달 국세청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2021년 귀속분을 기준으로 지난해 상장 주식 양도세를 신고한 인원은 총 7045명이다. 상장 주식 대주주로 분류돼 양도세를 납부한 인원은 귀속 시기별로 2018년 2964명, 2019년 3022명, 2020년 6045명 등으로 매년 늘었다. 결정세액도 2018년 1조 2625억 원, 2019년 9777억 원, 2020년 1조 5462억 원, 2021년 2조 983억 원으로 증가 추세를 보였다.

박혜진 대신증권 연구원은 “윤석열 정부가 연초에 제시한 증시 개혁안에는 종목당 100억 원 이상 고액 보유자를 제외한 투자자에게는 주식양도세를 폐지하겠다는 내용이 포함됐다”면서 “다만 공매도 금지의 경우 가격 효율성 저하, 변동성 확대 효과 등으로 제도 도입 이후 거래 대금을 늘린 경우는 거의 없었다”고 분석했다.

윤경환 기자 ykh22@sedaily.com강도원 기자 theon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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