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재원의 축덕축톡] '스포츠는 과학' K리그만 모른다
회복·부상 예방 등에 큰 도움
레스터 '기적 우승'에도 기여
日선 '실내 고지대' 훈련 인기
韓은 고가장비 갖춘팀 드물어
PT 등 선수들이 개인적 관리
축구는 단순한 공놀이가 아니다. 시간이 흐를수록 더 깊고 복잡해지고 있다. 누군가는 ‘돈으로 우승컵을 살 수 있다’고 말하지만 투자와 성적이 정확히 비례하는 것은 또 아니다. 축구에는 다양한 변수가 존재하기 때문이고 그 변수를 어떻게 관리하느냐에 따라 한 시즌의 성패가 결정된다.
미국 스포츠 전문 매체 블리처리포트는 “잉글랜드 프로축구 프리미어리그(EPL)는 더 이상 힘·스피드·체력·기술이 우승을 결정하지 않는다”면서 “팀의 회복력과 부상 예방 능력을 바탕으로 우승팀이 결정된다”고 전하며 스포츠 과학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결국 부상이라는 변수를 최대한 예방하고 부상자들을 빠르게 회복시킬 수 있는 능력을 갖추는 게 중요하다는 뜻이다. 이는 전 세계 수많은 팀이 스포츠 과학에 투자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레스터 시티의 2015~2016시즌 기적 같은 EPL 우승 뒤에도 스포츠 과학이 숨어 있었다. 영국 BBC에 따르면 레스터는 해당 시즌 8명의 스포츠 사이언스 직원을 두면서 선수들의 체력과 회복 관리에 힘썼다. 이들은 매일 선수들의 수면 질과 몸 상태를 체크해 개별 훈련 프로그램에 적용했다. 때로는 영하 110~130도의 급랭 환경에 3~4분간 신체를 노출하는 방식의 치료법인 크라이오테라피 장비를 활용해 선수들의 회복을 도왔다. 그 결과 레스터는 전력 질주를 가장 많이 한 팀임에도 부상이 가장 적은 팀으로 기록됐다.
지난 시즌 EPL과 잉글랜드축구협회(FA)컵에 이어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까지 제패하며 트레블(3관왕)을 달성한 맨체스터 시티도 스포츠 과학을 적극 활용하는 팀으로 유명하다. GPS는 물론 열 감도 측정, 크라이오테라피 등 다양한 장비를 활용해 선수들의 몸을 체계적으로 관리하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스포츠 과학에 관심이 높아지는 가운데 한국은 이 분야에서 여전히 불모지나 다름없다. GPS 장비 활용이 일반화되기는 했지만 프로축구 K리그 구단 차원에서 선수들의 회복과 부상 예방을 위한 고가의 장비를 갖춘 팀은 극히 일부에 불과하다. 그나마 전북 현대가 수중 치료실, 대전 하나시티즌이 크라이오테라피 장비를 보유한 정도다.
열악한 환경 속에 국내 선수들은 개인 트레이너를 고용하거나 특수 장비를 보유한 훈련 센터를 개별적으로 찾아가 자신의 몸을 스스로 관리하고 있다. 조지아 대표팀 미드필더인 바코는 2년 전 울산 현대로 이적했을 때부터 운동뿐 아니라 식습관과 휴식·수면 등을 관리하기 위해 개인 트레이너를 고용했다.
경기 화성시 동탄에 위치한 하이알티튜드트레이닝센터도 최근 선수들 사이에서 큰 인기를 끌고 있다. 특수 기계를 활용해 산소 농도만 낮춰 해발 2500m의 고지대 조건을 조성한 공간에서 훈련할 수 있기 때문이다. EPL에서는 맨시티를 비롯해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토트넘, 리버풀 등이 보유한 장비다. 일본에서는 미토마 가오루(브라이턴)와 다나카 아오(뒤셀도르프) 등 대표 선수들이 오래전부터 활용한 훈련 방식이며 2022 카타르 월드컵 독일전(2대1 승) 이후 ‘비밀의 방’이라는 이름으로 주목받았다.
하이알티튜드트레이닝센터에서 국가대표 출신 미드필더 고승범과 가즈키(이상 수원 삼성) 등을 지도하는 트레이닝 전문가 나카 다이스케(48·일본) 코치는 “고지대 환경에서 최대한의 운동 효과를 끌어낼 수 있다”며 “일본에서는 축구뿐 아니라 럭비·농구·배구·수영·레슬링 등 유산소운동을 필요로 하는 다양한 종목의 선수들이 이 훈련을 활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K리그에서는 언제쯤 EPL식 과학 훈련이 일반화될 수 있을까. 한 축구계 관계자는 “선수들의 눈높이가 높아지고 있지만 K리그 구단들은 과학적인 훈련 방법에 대해 적극적으로 투자하지 않고 있다”며 “스포츠 과학에 대한 인식이 더 높아져야 K리그와 국내 선수들의 수준도 한 단계 더 도약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서재원 기자 jwseo@sedaily.comCopyright © 서울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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