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면·만두·햄버거…다양해진 매운맛 경쟁

한경제 2023. 11. 9. 17: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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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의점 매대는 그 시기에 유행하는 소비자의 입맛을 가장 빨리 보여준다."

라면에서 시작한 매운맛 경쟁이 과자, 냉동만두 등으로 확산하고 있기 때문이다.

9일 유통·식품업계에 따르면 매운맛 경쟁은 올여름 라면업계에서 시작됐다.

이처럼 매운맛 상품이 다양해지자 편의점 GS25에서 판매 중인 상품 가운데 '매운' '핫' '스파이시'가 포함된 상품 수는 2021년 117개에서 지난해 142개, 올해(1~10월) 174개로 불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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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 리포트
신라면 더레드·맵탱·대파열라면
라면업계, 신제품 속속 선보여
치킨·스낵까지 매운맛이 트렌드
불황에 너도나도 "더 얼얼하게"
매운 음식 먹고 SNS 인증 놀이
농심 신라면 더 레드(사진=농심 제공)


“편의점 매대는 그 시기에 유행하는 소비자의 입맛을 가장 빨리 보여준다.”

유통업계에서 지난 몇 년 새 핵심 채널로 떠오른 편의점을 두고 식품업계에서 하는 말이다. 이처럼 트렌드의 중심이라고 할 수 있는 편의점 매대가 최근 붉게 물들고 있다. 라면에서 시작한 매운맛 경쟁이 과자, 냉동만두 등으로 확산하고 있기 때문이다. 버거, 치킨, 피자 등 외식기업들도 기존 제품의 매운맛을 한껏 끌어올린 신제품을 속속 선보이고 있다.

 ○라면이 촉발한 매운맛 경쟁


9일 유통·식품업계에 따르면 매운맛 경쟁은 올여름 라면업계에서 시작됐다. 농심이 지난 8월 14일 기존 ‘신라면’보다 두 배 이상 매운 ‘신라면 더 레드’를 한정 출시하면서 포문을 열었다. 이 제품이 초반부터 좋은 반응을 끌어내며 80일 만에 1500만 봉 이상 팔리자 농심은 해당 제품을 정식 생산하기로 했다.

‘불닭볶음면’의 삼양식품은 신라면 더 레드 출시 사흘 뒤인 17일 매운 국물라면 ‘맵탱’을 내놨다. 보름 뒤에는 세븐일레븐도 자체브랜드(PB) 제품 ‘세븐셀렉트 대파열라면’으로 이 대열에 합류했다.

 ○다양해지는 제품들

매운맛 경쟁은 이제 버거, 만두, 치킨으로까지 확산하는 중이다. 버거 프랜차이즈 맘스터치가 8일 내놓은 ‘불불불불싸이버거’도 그렇다. 세상에서 가장 매운 고추인 ‘캐롤라이나 리퍼’로 만든 크레이지핫소스를 넣은 버거다. 이 소스는 매운맛의 정도를 나타내는 스코빌지수가 4941SHU로, 기존 ‘불싸이버거’ 소스보다 네 배 이상 맵다.

롯데웰푸드는 기존 매운 만두보다 더 매운 ‘쉐푸드 크레이지 불만두’를 같은 날 내놨다. 스코빌지수 2만3000SHU에 달하는 특제 소스로 맵기를 끌어올렸다. 치킨 프랜차이즈 굽네는 스테디셀러 ‘고추바사삭’ 출시 10주년을 맞아 매운맛을 강화한 ‘마라 고추바사삭’을 6일부터 판매 중이다. 출시 3일 만에 8만 마리 넘게 팔릴 정도로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이처럼 매운맛 상품이 다양해지자 편의점 GS25에서 판매 중인 상품 가운데 ‘매운’ ‘핫’ ‘스파이시’가 포함된 상품 수는 2021년 117개에서 지난해 142개, 올해(1~10월) 174개로 불어났다. 이 상품들의 올해 1~10월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20.7%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놀이문화가 된 매운맛 도전

‘불황에는 매운 음식이 잘 팔린다’는 속설이야 하루 이틀 된 얘기가 아니다. 캡사이신 성분이 일시적으로 스트레스를 줄여주기 때문에 경기가 어려우면 매운 음식을 찾는 소비자가 많아진다는 게 식품업계의 정설이다.

최근에는 매운맛 상품의 인기를 SNS 발달과 연관해 설명하는 전문가가 많다. 매운 음식을 먹고 SNS에 인증을 남기는 게 젊은 세대에서 놀이 문화로 완전히 정착했다는 것이다. 매운 음식의 붉은빛, 음식을 먹고 땀을 흘리는 모습 등을 영상으로 담으면 조회수가 더 잘 나오는 경향이 있어 짧고 굵은 영상 위주의 SNS에 담을 콘텐츠로 인기가 많다는 게 관련 업계의 설명이다.

식품기업으로선 매운맛 메뉴가 순한 맛보다 개발도 더 쉽다. 문경선 유로모니터 한국리서치 총괄은 “새로운 것을 놀이로 즐기는 트렌드가 먹거리 영역에서 뚜렷하게 나타났다”며 “한국 음식 특성상 매운맛의 강도를 높여 새 제품을 출시해도 소비자들이 거부감 없이 도전해볼 수 있어 매운 제품 출시가 잇따르고 있다”고 분석했다.

한경제 기자 hanky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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