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 봄' 황정민x정우성, 역사가 스포? 알고 봐도 긴장감 넘치는 웰메이드 탄생 [종합]

[티브이데일리 최하나 기자] 역사가 스포지만, 스포를 알고 봐도 손에 땀을 쥐게 만든다. 김성수 감독의 시선에서 재구성된 그날의 인간군상들이 여러 생각의 꼬리를 물게 한다. 영화 ‘서울의 봄’이다.

9일 오후 서울시 강남구 삼성동 메가박스 코엑스에서 진행된 영화 ‘서울의 봄’(감독 김성수)의 언론시사회에서는 김성수 감독을 비롯해 출연 배우 황정민 정우성 이성민 김성균 등이 참석해 다양한 이야기를 나눴다.

‘서울의 봄’은 1979년 12월 12일 수도 서울에서 일어난 신군부 세력의 반란을 막기 위한 일촉즉발의 9시간을 그린 영화다. 영화 ‘비트’부터 ‘아수라’까지 실감나는 강렬한 이야기 속으로 관객을 끌어들였던 김성수 감독의 신작이다.

이번 영화는 김성수 감독이 12·12 군사반란 당시 총성소리를 들었던 이후 품었던 의구심으로부터 시작됐다. 김성수 감독은 이에 대해 “제가 열아홉 살 때 저희 집이 한남동이어서 육군참모총장이 납치될 때 총소리를 들었다. 이후 그 일이 무슨 일인지 알 수가 없었다. 굉장히 오랫동안 꽁꽁 숨긴 일이었다. 16년 지나서 알게 됐을 때 당혹스러웠다. 이렇게 쉽게 우리나라 군부가 하룻밤 사이에 무너져 내렸다는 거에 놀람과 의구심이 있었다”라고 했다.

이어 김성수 감독은 “그때 총소리를 들었던 겨울밤으로부터 44년이 지났는데, 대체 그날 무슨 일이 있었길래 그 사건이 한국 현대사의 전환점이 되었나 화두였다. 오래된 숙제를 이 영화로 제가 갈음해서 보여드린다고 생각한다”면서 “저는 인생에서 중요한 순간이 되면 각자 생애와 가치관으로 결정하고 판단한다고 생각한다. 저는 1979년 12월 12일로 돌아가서 그 사람들이 어떠한 판단을 내렸는지 극화시켜서 관객들에게 그날 무슨 일이 있었는지 보여주고 싶었다. 그러면 역사에 대해서 관심을 가지고 찾아보지 않을까 생각했다”라고 했다.

김성수 감독은 실제 사건과 최대한 비슷하게 재현하는 다큐멘터리식 연출이 아닌 자신의 상상으로 그 사건을 들여다 보고 캐릭터와 이야기를 재구성했다. 이에 대해 김성수 감독은 “처음에 시나리오를 받았을 때 역사와 사실에 입각한 글이었다. 다큐멘터리를 해야 한다는 생각에 처음에는 고사했다. 시간이 지나서 2020년 여름쯤 됐을 때 신군부 세력과 끝까지 맞섰던 군인들이 있었기 때문에 신군부의 내란죄가 입증됐다. 아무도 막아서지 않았다면 신군부 세력의 영광으로 끝났다. 맞섰던 사람들의 시선으로 보면 반란군의 승리의 역사가 아니라 그들이 얼마나 잘못했는지 관객들이 알 수 있지 않을까 했다”라고 했다.

이어 김성수 감독은 “우리는 결과를 알고 있긴 하지만 그 과정에서 양쪽 진영이 엎치락뒤치락했다. 처음에는 역사 기록을 샅샅이 봤다. 각색 작업을 하면서부터 기록은 미뤄두고 재밌는 이야기를 만들어보고자 했다. 다만 당시 우리나라를 책임지고 있던 군인들이 순간순간 어떤 것을 바라보면서 판단하는지, 누가 끝까지 신념을 지켜내는지 그 과정을 여러분들이 자연스럽게 봤으면 했다. 제20대는 절망감과 패배감이 흘러갔다는 아쉬움이 있었다. 그런 관점으로 다큐멘터리를 재연한다기보다는 제 해석에 입각한 것이고, 그 해석을 배우들이 각자의 방식으로 훌륭하게 표현해 줬다고 생각한다”라고 했다.

김성수 감독은 후반부 전두광이 홀로 삼청동 거리를 걸어가는 장면에 대해 “전두광을 악마로 그리고 싶지 않았다. 오히려 저와 같은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실존 인물이 그 당시 어떻게 생각했는지 전혀 알 수 없다. 제가 생각하는 전두광은 자기가 승리하는 순간에 이 승리가 언젠가 나에게 굉장히 나쁜 부메랑이 돼 올 수 있다는 걸 순간적으로 느꼈다고 생각했다. 양심적인 인물이 아니지만 제 영화 안에서 만큼은 그런 느낌을 주고 싶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그들이 12·12 축하연을 여는 것이 보기가 싫었다”고 말했다.

신군부의 핵심 인물인 전두광은 황정민이 연기했다. 정우성은 신군부에 홀로 맞서 나라를 지키려 했던 군인정신에 충실했던 수도경비사령관 이태신 역을 맡았다. 대한민국의 운명을 바꾼 12.12 군사반란 그날 밤, 권력을 향한 욕망과 군인으로서의 신념을 지키는 두 인물로 각각 변신한 황정민과 정우성의 대비가 흥미롭다.

황정민은 “시나리오 안에 모든 것들이 담겨 있으니까 시나리오를 철저하게 분석해서 전두광이라는 인물을 만들어냈다. 그게 지금 보신 결과물인 것 같다”고 했다.

정우성은 “실제 사건을 모티브로 했다는 걸 부정할 수는 없다. 영화는 영화 나름대로 해석이 있는 거 아닌가. 실제 사건의 부담감을 털어내고, 이태신이라는 인물을 만들 때 그 당시 수도경비사령관의 임무를 맡고 계셨던 분의 이야기를 배척하려고 노력했다. 감독님께서도 이태신이 실제 사건에서 먼 가공된 인물이라고 했다. 이태신이라는 인물은 어떤 인물이 되어야 하나 찾아가는 작업의 연속이었다”라고 했다.

또한 정우성은 영화 ‘헌트’와 비슷한 캐릭터라는 지적에 대해서는 “감독님께서 제안을 하셨을 때 ‘헌트’ 촬영이 끝나는 타이밍이었다. 감독님에게도 이 영화가 나오면 ‘헌트’와 비슷하게 볼 수도 있는데 괜찮으시냐고 말하면서 제안에 대해 부정적으로 말씀드렸다. 감독님이 전혀 다른 인물이라서 상관없다고 했다”고했다.

이외에도 참모총장 정상호 역에 이성민, 9 사단장 노태건 역에 박해준, 헌병감 김준엽 역에 김성균 등이 출연해 기대를 모은다. 김성균은 “제가 맡은 캐릭터는 자기 신념을 가진 사람이다. 자기가 옳다고 생각하는 길을 똑바로 가는 사람이다. 어떻게 보면 이태신이 고군분투할 때 그와 같은 길로 가는 인물이라고 생각하고 집중했다”라고 했다.

‘서울의 봄’은 22일 개봉된다.

[티브이데일리 최하나 기자 news@tvdaily.co.kr/사진=안성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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