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당, ‘尹 거부권’ 있는 노란봉투법·방송3법 내주고 ‘이동관 구하기’
노란봉투법과 방송3법이 9일 더불어민주당 등 야당 주도로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윤석열 대통령의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가 유력하다. 국민의힘은 당초 예고했던 법안에 대한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를 포기했다. 야당의 이동관 방송통신위원장 등에 대한 탄핵소추안 처리를 저지하기 위한 선택이었다.
민주당 등 야당들은 이날 국회 본회의에서 일명 노란봉투법으로 불리는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법 개정안 투표에 174명이 참여해 찬성 173명, 기권 1명으로 통과시켰다. 노란봉투법은 하도급 노동자에 대한 원청 기업 책임을 강화하고, 파업 노동자에 대한 기업의 과도한 손해배상 청구를 제한하는 내용이다. 2014년 쌍용자동차 정리해고 반대투쟁 당시 사측의 거액 손해배상소송이 사회적 문제가 된 후 추진돼 9년 만에 국회 문턱을 넘었다.
야당들은 또 방송3법 중 방송법 개정안과 한국교육방송공사법 개정안 투표에 176명이 참여해 전원 찬성, 방송문화진흥회법 개정안 투표에 175명이 참여해 전원 찬성으로 가결시켰다. 방송3법은 공영방송의 이사 수를 현행 9명(MBC·EBS) 또는 11명(KBS)에서 각 21명으로 늘리고, 이사 추천 권한을 방송·미디어 관련 학회와 시청자위원회 등으로 확대해 정치권의 입김에서 벗어나게 하자는 취지다.
국민의힘 의원들은 이날 야당의 법안 처리에 반대하는 의미로 표결에 불참했다. 국민의힘은 본회의 후 규탄대회를 열어 “탄핵중독 의회폭거 민주당은 각성하라”고 말했다. 향후 이 네 법안은 국민의힘의 요청을 받아 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는 수순을 밟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 과정에서 노동계와 방송계, 야권의 거센 반발도 예상된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노란봉투법 거부권 행사 여부에 대해 “부처 보고를 받아보고 신중히 판단하겠다”고 밝혔다. 대통령실은 지난해 노란봉투법이 국회 본회의에 직회부 됐을 당시 사유재산을 침해하는 위헌 소지가 있다며 거부권 행사를 시사한 바 있다.
본회의에는 민주당이 발의한 이 위원장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보고됐다. 민주당은 MBC 대주주인 권태선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장에 대한 방통위의 해임 처분이 법원에서 잇달아 효력 정지된 점을 탄핵 사유로 들었다. 이 위원장은 국회에서 기자들에게 “중대한 법 위반을 한 적이 없다”며 “숫자를 앞세워 탄핵하겠다는 야당이 민심의 탄핵을 받을 것”이라고 반발했다. 그는 방송3법에 대해서는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는 것은 당연한 귀결”이라고 말했다.
‘고발 사주’ 의혹이 있는 손준성 대구고검 차장검사, 자녀 위장전입 의혹을 받는 이정섭 수원지검 2차장검사에 대한 탄핵소추안도 민주당 발의로 함께 보고됐다.
탄핵소추안은 재적의원 과반수(150명) 찬성으로 의결돼 민주당 단독 처리가 가능하다. 단 본회의 보고 후 24시간 이후 72시간 이내에 표결해야 한다.
국민의힘은 노란봉투법과 방송3법에 대해 오는 13일까지 필리버스터를 진행하려 준비했다가 본회의 직전 포기했다. 필리버스터를 하지 않고 본회의를 이날 끝내면 24시간 이후 72시간 이내에 다시 본회의가 열리지 않아 탄핵소추안이 자동 폐기될 수 있기 때문이다. 야당의 탄핵 추진에 대응한 여당의 ‘이동관 구하기’를 위한 ‘깜짝수’였다.
홍익표 민주당 원내대표는 “국회의장에게 우리가 제출한 탄핵안이 본회의에 72시간 내 처리될 수 있도록 본회의 개최를 요청할 생각”이라며 “혹시라도 수용이 안 된다고 해도 반드시 탄핵안을 정기국회 내에 꼭 처리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이날 본회의에는 오송지하차도 참사 진상규명 및 재발 방지를 위한 국정조사 요구서, 윤석열 정부의 언론장악 통제 진상규명을 위한 국정조사 요구서, 해병대원 순직 사건 수사 방해 및 사건 은폐 등의 진상 요구 등에 대한 국정조사 요구서 등 민주당이 추진하는 3건의 국조 요구서도 보고됐다.
조미덥 기자 zorro@kyunghyang.com, 탁지영 기자 g0g0@kyunghyang.com, 신주영 기자 jy@kyunghyang.com, 이두리 기자 red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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