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부권 행사 불보듯 뻔한데 … 野, 노동계 표심에 구애
노조 불법파업 조장 우려 커
국민의힘 필리버스터 준비하다
이동관 탄핵안 발의하자 포기
대통령실 "여야합의 안된 법안
정부가 받아들일수 없는 입장"
野 "거부권 땐 말로 안끝날 것"
더불어민주당이 의석수를 앞세워 9일 국회 본회의에서 노조법 2·3조 개정안(일명 노란봉투법)과 방송 3법까지 일사천리로 통과시켰다.
국민의힘은 이날 60여 명의 의원을 투입해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로 법안 통과를 최대한 저지하려고 했으나 이동관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에 대한 탄핵안이 발의되자 전략을 전격적으로 수정했다.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이날 "네 가지 악법에 대해 국민에게 소상히 알리고 호소드리고 싶었지만, 방통위원장을 탄핵해 국가 기관인 방통위 기능을 장시간 무력화하겠다는 나쁜 정치적 의도를 막기 위해서는 필리버스터를 포기할 수밖에 없는 상황임을 국민께서 이해해주시길 부탁한다"고 덧붙였다. 이 위원장에 대한 탄핵은 일단 뒤로 미뤄질 것으로 보인다. 국회법에 따라 탄핵안은 본회의 보고 '24시간 이후 72시간 이내'에 표결해야 한다. 처리를 위해서는 10~11일 중에 본회의를 열어야 하지만 김진표 국회의장이 10일에 탄핵안 처리를 위한 본회의를 열어줄 가능성이 높지 않고, 11일부터는 해외순방 일정도 잡혀 있다.
허를 찔린 민주당은 추가로 국회 본회의 개최를 요구하겠다고 밝혔으나 시점은 아직 미지수다.
홍익표 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국회의장에게 우리가 제출한 탄핵안이 본회의에서 72시간 안에 처리될 수 있도록 본회의 개최를 요구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민주당은 본회의 개최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이날 보고된 탄핵안을 철회하고 다음 2일 연속으로 열리는 본회의에서 다시 추진하는 방안도 고려하고 있다. 국회법은 보고된 탄핵안에 대해 기간 내 표결하지 않은 경우 폐기된 것으로 보는데, 민주당은 탄핵안을 철회하면 표결할 수 없고 폐기된 것이 아니기 때문에 회기 중 재추진이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반대로 국민의힘은 탄핵안이 본회의에 보고되는 순간 법적 효력이 발생하기 때문에 민주당 마음대로 탄핵안을 철회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보고 있다. 장동혁 국민의힘 원내대변인은 "탄핵안은 보고되는 순간 법적 효력이 발생한다. 통과가 안 됐으면 부결인 것"이라며 "민주당이 효력을 발생시켜놓고 자기들 마음대로 철회할 수 없고, 폐기된다면 일사부재의 원칙이 적용된다"고 주장했다.
노조법 2·3조 개정안과 방송 3법은 윤석열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가 예상되는 상황이다. 이미 지난 3월과 5월에 양곡관리법 개정안과 간호법 제정안에 대해 각각 재의요구권을 행사한 바 있다. 하지만 내년 총선을 앞둔 민주당 입장에서는 한국노총과 민주노총 등 노동계를 중심으로 한 지지층 결집이 필요하다. 김포시의 서울시 편입과 공매도 금지 등 주도권을 정부·여당에 내준 상황에서 반전 카드로 활용하려는 목적도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박주민 민주당 원내수석부대표는 이날 원내정책조정회의에서 "20년간 기다려왔던 노란봉투법이 드디어 처리되는 것"이라며 "노동자의 합법적인 파업을 보장하고, 공영방송의 지배구조에 정치권의 입김을 축소하는 노란봉투법과 방송 3법이 더욱 절실히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윤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에 대해 "만일 이런 폭거를 또다시 자행한다면 국민의 경고가 말로 끝나지 않을 것이라는 점을 부디 명심하시길 바란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대통령실은 현재 야당이 본회의 처리를 추진하려는 노조법 2·3조 개정안과 방송 3법에 대해서는 명확한 반대 입장을 내비쳤다. 국회에서 여야의 합의를 거치지 않은 법안은 정부에서도 받아들일 수 없다는 게 기본 입장이다. 산업계는 노조법 2·3조 개정안에 대해 대통령에게 거부권 행사를 건의했다. 한국경영자총협회는 이날 "이 법안이 가져올 산업현장의 혼란과 경제적 파국을 막을 유일한 방법은 대통령의 거부권밖에 없다"며 "기업들이 이 땅에서 정상적으로 사업을 영위할 수 있도록 거부권을 행사해주길 건의한다"고 밝혔다. 노조법 2·3조 개정안은 노동조합법상 사용자와 노동쟁의 범위를 확대하고, 불법 쟁의행위에 대한 사용자의 손해배상청구권을 제한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서동철 기자 / 신유경 기자 / 박윤균 기자 / 정승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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