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대형 국적선사 노리는 하림 … 팬오션 통한 지렛대 통할까 [HMM 인수후보 집중분석]

오대석 기자(ods1@mk.co.kr), 강두순 기자(dskang@mk.co.kr) 2023. 11. 9. 17: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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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림·JKL 연합
팬오션 M&A 성공 경험에
사료·돈육·육계사업도 탄탄
팬오션 벌크선 국내 1위
HMM은 컨테이너선 강점
모회사 하림지주가 소유한
양재동 터미널용지 개발땐
1조이상 추가 투입 가능해
JKL 근무 김홍국 회장 장남
HMM 인수전서 역할 주목

하림그룹에서 HMM 인수 주체로 나선 계열사 팬오션이 이미 자체적으로 3조2500억원 수준의 현금성 자금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23일로 예정된 HMM 본입찰에서 제출할 인수제안가에 관심이 쏠린다.

그동안 해운업계와 투자은행(IB) 업계 일각에서는 하림그룹을 포함한 적격인수후보들이 HMM을 인수할 자금이 충분치 않을 것이라는 평가도 나왔다. 인수 대상인 HMM 지분 3억9879만주(57.9%)에 대한 금액은 5조~7조원 사이로 거론된다.

재무적 투자자(FI)로 나선 JKL파트너스가 프로젝트 펀드를 조성하고 있으며 이미 다수의 대주단을 확보한 만큼 인수금융을 통한 자금조달은 용이한 상황이다. 여기에 지주가 소유한 양재동에 있는 옛 한국터미널 용지 개발이 가시화되면 자금 1조원 이상을 투입해 인수금융 조기 상환 등에 사용할 전망이다.

9일 IB업계에 따르면 하림그룹은 해운 계열사인 팬오션을 중심으로 자금조달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최근 팬오션이 영구채를 발행하고 선박 등 자산 유동화를 진행한 것도 이 같은 전략의 일환으로 분석된다.

팬오션이 기존에 들고 있던 현금성 자산은 1조8000억원 수준이었다. 지난 9월부터 시작한 실사와 함께 적극적으로 실탄을 확보해 현재 이를 3조2500억원 수준까지 끌어올린 것으로 전해졌다.

팬오션은 안정성과 성장성을 동시에 갖춘 전략을 통해 연간 4000억원이 넘는 상각전영업이익(EBITDA)을 2018년부터 4년 연속 달성하고 있다. 올해부터는 안정적으로 EBITDA 5000억원 이상도 바라볼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매출도 2020년 2조4972억원에서 지난해 6조4203억원으로 확대됐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도 2252억원에서 7896억원으로 늘었다. 이런 현금창출 능력은 HMM 인수전에서 자본조달에 자신감을 더해준 것으로 보인다.

하림그룹은 HMM 인수전 초기부터 신한은행 KB국민은행 우리은행 NH증권 미래에셋증권으로 대주단을 꾸리며 충분한 인수금융 재원을 마련했다고 평가받고 있다.

또한 컨소시엄을 구성한 국내 대형 사모투자펀드(PEF) 운용사인 JKL파트너스도 프로젝트 펀드를 6000억원 이상 조성하고 있다. 특히 팬오션에 지원사격을 준비하고 있는 모회사 하림지주가 2016년 인수한 한국터미널 용지 개발에 대한 심의 절차가 연내 마무리될 것으로 예상되는 점도 긍정적인 부분이다. 하림그룹은 개발이 가시화되면 자금이 1조원 이상 유입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는데 이를 활용해 인수 후 인수금융을 조기 상환하는 등 재무 부담을 덜겠다는 복안이다.

하림그룹이 적극적인 자금조달 등 HMM 인수 의지를 불태우는 것은 팬오션이 HMM을 인수하면 컨테이너와 벌크를 아우르는 국가대표 국적선사로서 도약할 수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하림그룹은 적격인수후보 가운데 유일하게 해운사를 보유하고 있다. 김홍국 하림그룹 회장도 "우리에게도 좋은 일이고 국가 경쟁력 강화에도 중요하다. 앞으로 잘할 사람이 해야 한다"며 HMM 인수에 강한 의지를 보이고 있다.

팬오션은 직접적인 인수 시너지가 예상되는 후보로 꼽힌다. 국내 1위 벌크해운사로서 2023년 상반기 기준 선박 총 301척을 운영하며 연간 화물 약 1억t을 전 세계에 운송하고 있다.

LNG선과 탱커선 등 선박 포트폴리오 다변화와 곡물 트레이딩 사업 진출을 바탕으로 외형 성장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러한 팬오션이 글로벌 8위 컨테이너 선사인 HMM을 인수하면 국가의 해운물류를 책임지는 초대형 국적선사가 탄생하게 되는 셈이다.

기존 팬오션이 운영 중인 선박에 2023년 상반기 기준 HMM 선박 105척과 양사가 수년 내로 인도받을 선박까지 더하게 되면 향후 400척을 훌쩍 넘는 선대를 거느리게 된다.

팬오션의 벌크사업은 변동성이 심한 HMM의 컨테이너 사업에 안정성을 더할 수 있다. 각자 쌓아온 글로벌 해운 네트워크를 통합해 영업력을 강화하고 친환경 전환에 공동으로 대응하며 공동 구매를 통해 연료비를 절감하는 등 수익성과 ESG(환경·책임·투명경영) 측면에서 실질적이고 즉각적인 협업이 가능하다.

특히 하림그룹이 팬오션 인수·합병(M&A)에 성공한 경험과 해운을 포함해 사료·돈육·육계 등 시황산업 명가로서 경영능력을 인정받은 것은 강점으로 평가된다.

하림과 컨소시엄을 구성한 JKL파트너스에서 일하고 있는 김홍국 하림그룹 회장의 장남 김준영 씨의 역할론도 주목된다. 김씨는 현재 JKL파트너스에서 수석운용역으로 근무하면서 HMM 인수와 관련된 실무를 담당하고 있다. 시장에선 이번 HMM 인수전으로 김씨가 업무능력을 입증해야 할 시험대에 올랐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오대석 기자 / 강두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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