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플라스틱협약 제정 앞두고, 플라스틱 규제 후퇴시킨 정부 너무 무책임”
국내 환경단체들로 이뤄진 한국환경회의와 노동환경건강연구소 등은 9일 서울 광화문 이순신 장군 동상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최근 플라스틱 규제를 완화한 정부를 규탄했다.
앞서 지난 7일 환경부는 종이컵, 플라스틱 빨대, 비닐봉투 등의 1회용품 관련 규제를 사실상 포기하는 관리대책을 발표했다. 종이컵 규제를 철회하고, 플라스틱 빨대와 비닐봉투 단속의 계도기간을 무기한 연장했다.
환경단체들은 “국제사회가 2022년 3월 (국제 플라스틱 협약 체결을 위한) 첫 발을 내딛었지만 윤석열 정부는 이러한 흐름에 발맞추기는커녕 지속적으로 역행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국제사회는 지난해 3월 사상 최초로 법적 구속력 있는 국제 플라스틱 협약을 만드는데 합의했다. 동참한 나라는 175개국이다. 이 협약 체결을 위한 정부간 협상회의에서 언급되고 있는 주요 내용은 플라스틱 생산 제한과 극적인 감축, 재사용 시스템 촉진, 화학물질 사용 금지, 미세플라스틱 규제 등이다.
국제 플라스틱 협약의 구체적 내용을 마련하기 위해 오는 13일부터 19일까지 제3차 정부간협상위원회(INC-3)가 케냐에서 열린다. 이어 내년 상반기 캐나다에서 4차 회의가, 하반기에 마지막 5차 회의가 한국에서 개최될 예정이다.
환경단체들은 “더욱 우려스러운 것은 대한민국이 스스로를 잘하고 있다고 자화자찬하고 있다는 점”이라며 “한국은 지난해 ‘플라스틱 오염 종식을 위한 우호국 연합’에 가입했고, 국제 플라스틱 협약 제정을 위한 마지막 회의인 제5차 정부 간 협상위원회 회의(INC-5)도 유치했다”고 설명했다. 단체들은 “하지만 한국 정부의 실제 행보는 일회용 플라스틱 규제를 파격적으로 완화한 것”이라며 “(정부는) 플라스틱 협약의 목표인 플라스틱 생산 감축에 대해서는 일언반구도 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강우정 여성환경연대 활동가는 “환경부의 역할이 국제 플라스틱 협약의 내용을 국내에서 이행해내는 것임에도 오히려 규제 완화를 고집하는 것은 담당 부처로서 임무를 포기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환경단체들은 “플라스틱으로 인한 환경문제를 해결하고, 끝내 오염을 종식하기 위해서 한국 정부가 나아가야 할 방향은 분명하다”며 “가장 먼저 원료 추출과 생산을 포함한 플라스틱 전 생애 주기에 걸쳐 감축 목표를 설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이어 “이를 이행할 수 있도록 생산감량의 목표와 비율을 명확하게 명시한 구체적인 로드맵을 마련해야 한다”며 “더불어 플라스틱 생산을 실질적으로 줄이기 위한 강력한 규제를 시행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김기범 기자 holjja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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