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길 해외에"… 우리銀, 8개 점포 최대 신설
하나 방산수출 노려 헝가리로
베트남서 강한 신한, 4곳 오픈
동남아 넘어 중동 등 공략 확대
"10%대 해외이익 더 높여야"
우리·하나·신한 등 주요 은행이 전체 이익 중 10%대에 머물고 있는 해외사업 비중을 높이기 위해 내년에 해외점포 설립, 상품 개발 등으로 시장 개척에 적극 나선다. 하지만 여전히 국내 사업 비중이 커 이익의 40~50%를 해외에서 올리는 일본의 메가뱅크 등에 비하면 갈 길이 멀다는 지적이 나온다.
9일 KB국민·신한·하나·우리 등 4대 은행의 내년도 해외 점포 확대 계획을 조사한 결과 우리은행이 미국 인도 베트남 캄보디아 등에 8개 지점을 신규 오픈할 계획을 잡으면서 가장 공격적 행보를 보였다. 올해 6개 점포를 늘렸던 것에 비해서도 많다.
올해 4개 사무소를 신설한 하나은행은 내년에 헝가리와 미국 로스앤젤레스·애틀랜타, 멕시코 몬테레이에 사무소를 신규 개점할 예정인데, 향후 상황에 따라 다른 지역에 추가 개점도 검토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헝가리는 '방산 수출' 수요를 노려 새롭게 진출한다는 점이 눈에 띈다.
신한은행은 일단 베트남에 추가로 4개, 캄보디아에 1개 지점을 더 낸다는 계획을 세웠고 추가 진출 등도 검토한다. KB국민은행은 인도 첸나이 등에 2개 지점을 신설하고, 기존 점포 영업 강화와 해외 인수·합병(M&A)도 함께 추진한다.
은행권은 올해보다 내년에 훨씬 더 해외 시장에 힘을 쏟는 분위기다. 국내 은행들의 상반기 이자이익이 사상 최대인 29조4000억원에 달해 '고금리를 활용한 이자 장사'에 몰두하고 있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면서 해외사업 비중을 높여가야 한다는 인식이 자리 잡았기 때문이다.
임종룡 우리금융 회장은 "지금 대한민국 금융이 가야 할 길은 글로벌인 것 같다"면서 "금방 되는 일은 아니겠지만 동남아시아는 물론 폴란드나 중동 등에서도 열심히 해볼 것"이라고 설명했다.
4대 은행이 올린 지난해 당기순이익 중 글로벌 부문이 차지하는 비중은 모두 20%를 밑돌았다. 과거 외환은행 네트워크를 보유하고 있는 하나은행이 19.2%로 그나마 가장 높았고 신한은행과 우리은행이 각각 15.8%, 15.4%로 비슷했다. 국내에서는 가장 장사를 잘해 순익 1위인 KB국민은행이 해외 부문에서는 적자를 기록했다. 작년 인도네시아 KB부코핀법인에 충당금 5700억원을 적립하면서 손실이 발생한 것이다.
반면 일본 최대 은행인 미쓰비시은행(MUFG)은 해외에서 내는 당기순이익이 전체의 절반을 넘을 정도로 해외 시장 공략이 활발하다.
우리은행은 현재 15%대인 글로벌 비중을 2030년까지 25%로 높이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우리은행은 내년에는 인도 베트남 캄보디아 등 동남아에 집중하지만 이후 중동과 폴란드를 해외 주요 거점으로 잡고 네트워크와 영업을 확대하겠다는 방침이다. 이와 함께 우리카드나 우리캐피탈 등의 해외 진출도 모색할 예정이다.
하나은행은 기존 외환은행 네트워크와 중국 부문이 장점으로 꼽혔는데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중국이 계속 주춤한 것은 약점이 됐다. 그러나 최근 중국 쪽도 예전보다 상황이 나아지고 있다는 것이 하나은행 측 설명이다. 내년에는 미국과 멕시코 등 북중미 지역 영업망 강화에 주력할 계획이다.
전통적으로 일본이 강했던 신한은행이지만 최근 성과는 베트남에서 더 좋았다. 내년에도 베트남을 중심으로 해외 네트워크를 강화한다는 계획이다. 신한은행은 올해 베트남에서 지점 5개를 추가로 냈는데, 내년에도 베트남에서 최소 4개 지점 오픈을 예상하고 있다.
KB국민은행은 내년에는 최소 순이익의 10%대를 해외에서 거두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2022년 KB부코핀을 제외하면 KB국민은행의 글로벌 부문은 전체 순익의 12.8% 정도를 차지했다. 올해 상반기 기준으로 보면 KB국민은행의 글로벌 부문은 전체 수익의 5.6%를 담당해 작년보다 나아진 모습이다.
[박인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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