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춘추] 디지털 포용
팬데믹은 우리 사회에 비대면 문화의 일상화라는 흔적을 남겼다. 사회적 거리두기 실천으로 생긴 나와 타인 간 거리는 스마트폰과 키오스크 등 디지털 기기와 빠른 인터넷이 촘촘하게 메웠다.
많은 식당과 카페에 키오스크가 도입되자 다수의 젊은 고객들은 '편리하고 빨라서 좋다'고 말한다. 필자 회사의 사례를 보면, 10명 중 8명의 고객이 키오스크로 주문을 하고 있다. 반면, 10명 중 2명의 고객들은 여전히 카운터에서 대면 주문을 하고 있다. 이들 중 "대면 주문이 더 편리하다"고 느끼는 분들도 있지만 "키오스크를 쓰지 못해 어쩔 수 없이 대면 주문을 한다"는 분들도 있다.
키오스크와 같은 새로운 디지털 기기 사용에 어려움을 겪는 이른바 '디지털 취약계층'은 대표적으로 노인과 장애인이 있다. 올해 78세이신 필자의 어머니는 근래 들어 무인매장이 크게 늘면서 키오스크 이용에 어려움을 호소하시곤 한다. 김밥을 사러 갔다가 키오스크 주문만 가능해 그냥 돌아 나왔다는 한 어르신의 이야기도 들었다. 이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의 도움 없이 내 손으로 음식을 주문해서 먹고 싶다"는 시각장애인의 목소리 또한 흘려들을 수 없다.
대면 주문이 가능한 상황에서 열 명 중 한두 명의 고객을 위해 키오스크에 추가적인 투자를 해야 한다면 어떤 선택을 하는 것이 합리적일까? 이익을 창출해야 하는 사람이라면 이런 고민을 마주하게 되기 십상이다. 그러나 '동등한 권리' 보장이 인권의 기본 가치임을 떠올린다면 인권은 '숫자'로 대변되는 합리와 교환할 수 있는 것이 아님을 새삼 깨닫는다.
이러한 연유로 필자의 회사는 국가평생교육진흥원과 손잡고 어르신들을 위한 키오스크 교육 자료를 만들어 실습을 지원하고 있다. 시간이 걸리겠지만, 이를 통해 어르신들이 키오스크라는 장벽 앞에서 보다 당당해지실 수 있기를 기대하고 있다. 또, 최근에는 장애인복지관이나 맹학교 인근 매장 16곳 키오스크에 시각장애인을 위한 '음성지원시스템' 기기를 시범 설치해 운영 중이다. 글로벌 본사와 1년여의 논의 끝에 미국 이외 국가로서는 처음으로 해당 기기를 도입했는데, 내년 초에는 전 매장에 도입할 계획이다. 한 유명 시각장애인 유튜버는 이 기기를 사용해본 뒤 "시각장애인 된 지 14년 만에 혼자 직접 메뉴를 골랐다"며 "내 장애가 조금은 사라진 느낌"이라고 말해 뭉클함을 던져줬다.
사실 우리의 이러한 노력은 단순한 선의에서 비롯된 것은 아니다. 지난해 여름 한 시각장애인단체 소속 분들이 우리 매장에서 '키오스크 내돈내산 권리찾기' 시위를 벌여 매장 담당자와 본사가 진땀을 흘렸던 기억이 있다. 당시에는 억울한 마음도 한편에 있었지만, 그 이후 시각장애인단체와 소통하며 음성지원시스템에 대한 피드백을 받기도 했다. '화'가 '복'이 되어 필자의 회사는 한 뼘 더 포용적이 되었다고 자부한다. 이 과정에서 우리 구성원들의 자긍심도 함께 자라난다는 데에 또 한 번 뿌듯함을 느낀다.
변화와 혁신은 늘 소외를 동반한다. 우리는 누구나 노인이 된다. 어느 날 갑자기 장애를 얻게 될 수도 있다. 그 누구도 소외되지 않는 사회를 위해 노력하는 것은 결국 '나'와 '우리 모두'를 위한 일이다.
[김기원 한국맥도날드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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