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데스크] 엑스포 유치, 지금 무슨 일이

황인혁 기자(ihhwang@mk.co.kr) 2023. 11. 9. 1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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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차 투표에 가면 승부를 예측하기 어렵다고 봅니다."

최근에 만난 모 대기업 임원은 2030 세계박람회(엑스포) 유치를 위해 여러 나라를 정신없이 돌아다닌 탓에 국내에 발 디딜 틈이 없었다고 한다.

엑스포 유치위원회 관계자는 "사우디에 오일머니와 이슬람 네트워크가 있다면, 한국에는 기업이 있다"고 평가했다.

한국보다 1년가량 일찍 유치 활동에 뛰어든 사우디가 훨씬 앞서간다는 관측이 한때 우세했는데 흐름이 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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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우디, 한국 맹추격에 당황
2차 투표로 가면 결과 몰라
기업들 전방위 활약 돋보여
"해외 사업정보는 값진 소득"

"2차 투표에 가면 승부를 예측하기 어렵다고 봅니다."

최근에 만난 모 대기업 임원은 2030 세계박람회(엑스포) 유치를 위해 여러 나라를 정신없이 돌아다닌 탓에 국내에 발 디딜 틈이 없었다고 한다. 대기업 오너 회장을 비롯한 고위 임원들의 해외 출장이 봇물을 이루고 있다. 국제행사를 한국에 끌어오기 위해 이렇게 많은 기업인이 혼연일체가 되어 뛴 적이 있었던가 싶다.

2012년 여수엑스포는 정몽구 현대차 회장이,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은 고 이건희 삼성 회장이 주축이 돼 유치 활동이 이뤄졌다. 이번 부산엑스포 건은 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을 비롯한 수많은 재계 인사가 자기 일처럼 전 세계를 돌면서 표밭을 다지는 게 인상적이다.

최 회장은 지난달 '한·카타르 비즈니스 포럼'에 불참했다. 대한상의가 주최한 행사였지만 중동행을 포기하고 아프리카와 유럽으로 향했다. 중동은 경쟁국 사우디아라비아의 텃밭이니 다른 지역에서 표밭을 다지는 게 낫겠다는 판단에서다.

삼성, 현대차, LG 등 한국의 대기업들은 이미 다져놓은 해외 네트워크의 강점을 십분 활용하는 모양새다. 이들 기업이 접근하면 상대국의 눈빛부터 달라진다고 한다. 수출 강국답게 해외 곳곳을 누비는 한국 기업들의 글로벌 역량이 빛을 발하고 있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은 8일 남태평양 쿡 제도에서 열린 태평양도서국포럼(PIF)에서 피지 총리를 면담했다.

엑스포 유치위원회 관계자는 "사우디에 오일머니와 이슬람 네트워크가 있다면, 한국에는 기업이 있다"고 평가했다. 한국에 글로벌 기업들이 이렇게 많다는 게 얼마나 뿌듯한 일인지 재확인했다는 것이다.

사우디 진영에선 "한국 기업들의 전방위적인 활동이 부담 된다"는 반응이 나오는가 하면, 한국만 아니라면 쉽게 승부를 냈을 것이라는 넋두리까지 들린다고 한다. 2034년 월드컵 유치가 유력시되는 사우디에 '독식 견제론'도 형성되고 있다.

이달 28일 프랑스 파리에서 투표가 이뤄지는 가운데 부산엑스포 성사 가능성은 얼마나 될까. 엑스포 유치위원회와 민관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박빙'의 판세까지 올라왔다. 한국보다 1년가량 일찍 유치 활동에 뛰어든 사우디가 훨씬 앞서간다는 관측이 한때 우세했는데 흐름이 달라졌다.

윤석열 대통령이 '대한민국 1호 영업사원'을 자임하며 전 세계를 누빈 영향도 컸지만 우리 기업들의 맹활약을 빼놓고는 이런 추격전 양상을 설명하기 어렵다.

만약 한국이 유치 실패라는 성적표를 받게 된다면 동분서주한 우리 기업들은 빈손으로 집에 돌아가는 꼴이 될까. 다행스럽게도 그렇지 않을 것이라는 견해가 많다.

익명을 요구한 재계 인사는 "이번에 전 세계를 돌면서 해외 비즈니스 기회가 정말 많다는 사실에 놀라게 됐다"고 말했다.

아프리카, 중남미, 태평양 도서국 등 평소에 안 가본 미지의 나라들을 방문한 기업인은 "전 세계 희토류 지도를 새로 그릴 수 있게 될 정도"라면서 각국의 사업 정보를 획득하게 된 게 큰 소득이라고 자평했다. 한국의 많은 대기업이 미국, 유럽, 중국 등 거대 시장 위주로 사업하다가 신흥 시장의 잠재력과 신규 프로젝트 기회를 탐색하게 된 셈이다.

또한 한국 기업인들을 만나본 상대국 정상과 공무원들은 "한국의 산업 경쟁력과 기업 역량이 이렇게 막강하고 다양한 줄 몰랐다"면서 놀랐다고 한다.

만에 하나 아쉽게 탈락하는 일이 벌어지더라도 민관이 일심동체로 뛴 이번 유치 활동이 대한민국의 저력을 세계에 널리 알린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 기업인들의 땀과 노력이 헛되지 않기를.

[황인혁 산업부장(부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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