탱크 모는 60세 여군…‘병력 부족’ 우크라, 여성 입대 안간힘

입대 연령·보직 제한 단계적 폐지…여성 대상 군사훈련 단체 활성화
남성은 지난 8월부터 결핵·HIV·간염 환자도 징병 대상자 분류

(시사저널=김민지 디지털팀 기자)

러시아에 대항해 20개월 넘게 전쟁을 벌이고 있는 우크라이나가 병력 부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더 많은 여성을 동원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러시아의 침공 이후 우크라이나는 여성의 입대 연령 및 보직 등에 관한 여러 제한을 점차적으로 폐지했다고 8일(현지 시각)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NYT)가 보도했다.

여성도 전차병·기관총 사수·저격수·트럭 운전사 등의 역할을 담당할 수 있게 했고, 여성의 입대 연령 상한선도 기존 40세에서 남성과 동일한 60세로 올렸다.

또한 여성은 의무 징집 대상이 아니지만, 의료 훈련을 받은 여성은 징병 대상자로 등록하는 법률도 지난달 시행됐다.

러시아와의 전쟁 초에는 여성들이 주로 준군사조직원으로서 전투에 참여했으나 이제는 정규군으로 활동할 수 있도록 여건이 개선된 것이다.

이에 따라 현재 군 복무 중인 여성은 러시아의 침공 전인 2021년에 비해 약 40% 증가한 4만3000명에 이른다. 아울러 이들 중 일부는 남동부 전선에서 전투에 참여 중이라고 우크라이나 국방부는 전했다.

이는 지난해 2월24일 발발한 전쟁이 20개월 넘게 계속된 데다 최근에는 치열한 참호전으로 병력 손실이 극심해진 것에 따른 고육지책으로 해석된다.

미국 등 서방이 우크라이나에 첨단 무기와 탄약을 계속 지원하고 있지만 이를 사용할 병력은 오직 우크라이나 내에서 동원해야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우크라이나의 인구는 약 3700만 명으로 1억4000만 명이 넘는 러시아에 비해 3분의1에도 달하지 못한다.

이미 우크라이나 남성은 무증상 결핵, 인체면역결핍바이러스(HIV), 간염을 앓고 있어도 지난 8월부터 징병 대상자로 분류돼왔다.

여성들의 군 복무가 확대되면서 여성을 위한 군사 훈련을 실시하는 자원봉사 단체도 활발해졌다.

여성에 대한 훈련을 지원하는 비정부기구(NGO)인 '우크라이나 발키리야'의 창립자 댜르야 트레부크는 "여성은 여성성을 유지하면서도 남성과 동등하게 싸울 수 있다"며 "전사의 성별은 중요하지 않다"고 밝혔다.

훈련에 참여한 올라 바흐마토바(46)는 "아무도 참호에서 싸우고 싶어 하지 않는다. 그건 당연한 일"이라면서도 "하지만 내가 아니면 누가 하겠나. 이제는 이해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여성들은 이번 전쟁을 기점으로 중요성이 커진 드론 조종사로서의 유망성을 인정받고 있다. 드론 조종은 남녀의 신체적 차이에 영향을 받지 않는다는 평가 덕분이다.

여성 드론 조종사를 양성하는 '필로테시 그룹'의 창립자 발레리 보로비크는 "드론을 조종할 수 있는 여성이라면 필요하다면 당장 내일이라도 드론으로 포병 사격을 유도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보로비크는 패션쇼 주최자가 여성 드론 조종사 모집을 도왔으며, 첫 회 수료생 중에는 모델과 배우도 포함됐다고 알렸다. 게다가 이들 중 3분의1이 실제로 군에 입대했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의과대학을 졸업해 징병 대상자로 등록을 앞둔 알리나 부드뇨바(24)는 드론 조종술 훈련에 대해 "군에 소집될 수 있기 때문에 전선에서 쓸 수 있는 기술을 익히고 싶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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