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이면 천장보고 스파이에게 말했다 “굿 나잇!”
외교안보에 집중되던 정보 전쟁, 경제로 확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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벨기에 주재 미국 대사였던 하워드 거트먼은 2009년부터 4년간 브뤼셀에서 일하던 시절을 이렇게 회상합니다. “자기 전에 누워서 천장을 향해 ‘굿나잇’을 외치곤 했다.”
브뤼셀에는 유럽연합(EU)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본부가 있습니다. 그래서 각국 스파이들이 암약하는 ‘정보 전쟁터’입니다. 거트먼은 러시아나 중국 기관원이 대사관저 내부를 도청하고 있을 거라 생각하고서 아예 들으라며 ‘굿나잇’ 인사를 했다는 겁니다. 도청 공포에 시달린 거트먼은 집무실에 누구든 휴대전화를 갖고 들어오지 못하게 했을 정도입니다.
브뤼셀에서는 외교 사절단 리셉션마다 상대 공관장이 정보 요원을 대동했는지 살피는 게 일상입니다. 2003년 EU 본부에서 발견된 도청 장치를 추적해 보니 이스라엘 정보원들이 설치한 것으로 드러난 적이 있었죠.
전통적으로 브뤼셀에서 값진 정보는 외교·안보 분야가 주종을 이뤘습니다. 하지만 21세기 들어서는 경제 분야 동향을 빨리 포착하는 게 중요해졌습니다. EU가 미국계 빅테크를 겨냥해 갖가지 독과점 제재를 가하고 있고요. 지구온난화를 막기 위한 환경 규제가 점점 많아지고 있죠. 그래서 이와 관련한 한 발 빠른 정보에 각국 정부는 물론이고 글로벌 대기업들도 목말라합니다. ‘유럽의 공정거래위원장’인 마르그레테 베스타게르 EU 경쟁담당 집행위원은 일거수일투족이 정보맨들의 감시 대상에 올라 있습니다.
여기에 그치지 않고 2020년대 들어서는 지정학적 변화가 글로벌 기업의 수익에 상당한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안보와 경제의 경계가 옅어지고 있는 거죠. 그래서 컨설팅사·로펌이 기업 CEO나 고위 임원을 상대로 ‘지정학 과외’를 하며 돈을 벌고요. 실리콘밸리나 월가의 기업 중에서 전직 외교관을 채용해 대외 안테나를 세우는 사례가 늘고 있습니다. 국내에서도 삼성, 현대차, SK가 전직 외교관들을 여럿 영입했습니다. 세상을 넓게 보는 것도 기업의 경쟁력인 시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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