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스크 '다이어트 약'보다 더 센놈 나온다

안갑성 기자(ksahn@mk.co.kr) 2023. 11. 9. 17:00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릴리社 '마운자로' 美 승인
고용량 복용시 체중 22% 감량
출시 기대감에 주가 연일 급등
올해 4조원 벌어들인 경쟁약
위고비보다 가격도 20% 저렴

미국 제약사 일라이릴리가 '꿈의 비만 치료제'를 노리는 신약을 선보인다. 미국 식품의약국(FDA) 승인을 받고 연내 출시를 확정했는데, 그동안 '위고비'로 독주하던 덴마크 제약사 노보노디스크와 한판 전쟁을 벌일 것으로 전망된다.

8일(현지시간) FDA는 일라이릴리가 개발한 제2형 당뇨병 치료제 '마운자로'(성분명 티르제파타이드)를 비만 치료제로 승인했다고 밝혔다. 지난해 당뇨 치료제로 승인받았던 마운자로를 비만 치료제로도 인정한 것이다. FDA는 체질량지수(BMI)가 30 이상인 성인이나 고혈압 등 비만 관련 합병증이 있는 BMI 27 이상 성인 환자를 대상으로 한 비만 치료제로 이 약을 승인했다.

일라이릴리는 보도자료를 내고 연내 '젭바운드'라는 상품명으로 이 피하주사제(복부 등 지방 조직에 놓는 주사 형태)를 출시한다고 발표했다. 한 달분 가격은 1059.87달러(약 139만원)다. 일라이릴리가 FDA에 제출한 임상시험에 따르면 마운자로 약효는 기존 치료제보다 뛰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이 회사가 당뇨병이 없는 성인 비만 환자 2500명 이상에게 72주간 마운자로 5㎎을 주사한 결과 비만 환자들은 평균 체중의 약 16%를 감량했다. 15㎎을 복용했을 때에는 평균 체중이 22.5%나 줄어든 것으로 분석됐다. 경쟁사인 노보노디스크의 비만 치료제 위고비(성분명 세마글루타이드)가 평균 15%의 체중 감량 효과를 보인 것을 감안하면 효과가 더 뛰어나다.

마운자로와 위고비는 모두 'GLP-1 계열 비만 치료제'다. 노보노디스크가 2014년 가장 먼저 출시한 비만 치료제 '삭센다'도 같은 계열의 신약이다. 인체에서 분비되는 호르몬 GLP-1과 비슷하게 설계된 바이오의약품으로, 기존 화학의약품보다 체중 감량 효과가 높으면서 부작용 위험을 크게 줄였다. 특히 체중 감량에 성공한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X'(옛 트위터)에 감량 비결로 단식과 위고비를 거론할 정도로 미국과 유럽에서 선풍적 인기를 끌었다.

매일 1회 주사가 필요한 삭센다와 달리 위고비는 주 1회만 맞으면 된다. 수요 폭발로 품귀 현상까지 겪고 있는데 현재 미국, 덴마크, 노르웨이, 독일, 영국 등 5개국에서만 출시됐다. 미국 판매가는 월 4회 1349달러(약 170만원) 수준으로, 정가 월 4회 700달러(약 92만원) 대비 높은 가격에 거래되고 있다.

노보노디스크에 따르면 위고비의 올 3분기 누적 매출은 217억2900만덴마크크로네(약 4조1200억원), 같은 기간 삭센다 매출은 86억7400만덴마크크로네(약 1조6400억원)로 전년 대비 급증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외신은 일라이릴리의 젭바운드가 위고비보다 약 20% 저렴한 점에 주목하며 신형 비만 치료제 경쟁에서 2위 주자인 일라이릴리가 본격적인 반격에 나섰다고 보도했다.

블룸버그는 "미국 보험사들은 부분적으로 높은 가격 때문에 위고비 보장을 꺼려왔다"며 "젭바운드 출시 후 일라이릴리와 노보노디스크가 시장 점유율을 높이고자 보험사를 통해 리베이트에 나서는 등 본격적인 경쟁이 시작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미국을 비롯해 세계적으로 비만 인구가 증가하는 추세를 보이면서 비만 치료제 시장도 폭발적인 성장세를 이어갈 전망이다.

이에 따라 월가에서는 2030년께 비만 치료제 시장 규모가 1000억달러(약 135조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비만 치료제 시장의 성장 전망에 일라이릴리 주가는 지난해 360달러 선에서 70% 오르며 지난 8일 619.13달러로 역사상 신고가를 달성했다. 같은 기간 노보노디스크 주가도 420덴마크크로네 선에서 715.3덴마크크로네로 70%가량 급등했다. 주가가 급등하면서 노보노디스크의 시가총액은 4547억5000만달러(약 596조원)로 올해 덴마크 국내총생산(GDP) 전망치인 4208억달러(약 551조원)를 넘어섰다.

[안갑성 기자]

Copyright © 매일경제 & mk.co.kr.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