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0조 금맥 '폐배터리 재활용' 발목 잡히나
사업 허가 등 규제 완화 안해
업계 "순환자원으로 인정돼야"
환경부 "유독물 포함, 폭발 위험"
정부가 폐배터리를 재활용할 때 이를 순환자원으로 인정하지 않고 폐기물로 보면서 강화된 규제를 계속 적용하기로 하자 급성장하던 국내 폐배터리 업계가 긴장하고 있다. 배터리 업계는 순환자원 지정 범위에 배터리 재제조·재사용 용도뿐만 아니라 블랙파우더가 포함되는 배터리 재활용 유형까지 포함시켜줄 것을 정부에 공식 요구하고 나섰다.
9일 업계에 따르면 한국배터리산업협회는 조만간 정부에 배터리 순환경제 관련 제도 개선안을 전달할 예정이이다. 배터리 재활용의 주원료인 블랙파우더를 순환자원에 포함시켜 달라는 내용이 핵심이다. 배터리산업협회 관계자는 "순환경제사회 전환 촉진법에서는 순환자원 지정 범위를 폐배터리 '재제조'와 '재사용' 용도로 한정하고, '재활용'은 폐기물관리법의 규율 대상으로 한다"며 "배터리 재활용도 순환자원 범위에 포함시켜 블랙파우더를 현행 폐기물에서 순환자원으로 인정해줄 것을 건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전기차 폐배터리 활용은 크게 재제조, 재사용, 재활용 등 세 가지로 나뉜다. 재제조는 상태가 좋은 폐배터리에서 배터리 셀을 분리해 새로 조립한 뒤 전기차에 그대로 사용하는 것이다. 재사용은 에너지저장장치(ESS) 등 다른 용도로 쓰는 것을 말한다. 최종 단계인 재활용은 폐배터리를 파쇄 또는 고온의 열을 가해 녹인 뒤 배터리 원료 금속을 추출하는 것으로, 최근 관련 산업이 급성장하고 있다. 블랙파우더는 리튬이온배터리를 파쇄해 선별 채취한 검은색 분말로 리튬, 니켈, 코발트, 망간 등 유용한 금속을 함유하고 있어 배터리 재활용의 주원료로 쓰인다.
환경부는 최근 자원순환법을 개정해 폐배터리를 '재사용'하거나 '재제조'할 때는 폐기물 규제를 면제했다. '침수·화재·변형·파손 등이 없고 셀이 훼손돼 유해 물질이 유출되거나 화재·폭발 위험이 없는 배터리'를 분해하지 않고, 재사용하거나 ESS 등으로 재제조할 때에만 순환자원으로 인정하기로 했다. 반면 폐배터리 '재활용'은 위험 물질을 다량 함유하고 있다는 이유로 국민 안전을 위해 '지정폐기물'로 관리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환경부 관계자는 "재제조·재사용은 배터리 셀 자체를 파쇄하지 않고 그대로 가져다 쓰기 때문에 어느 정도 안전이 보장되는 반면, 재활용은 셀에 있는 전해액 등에 유독물이 포함돼 유해 물질 누출과 화재 폭발 위험이 크다"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배터리 재제조와 재사용, 재활용이 사실상 동일 생산라인에서 같은 원료를 다루는 공정이라 위험 물질 함유량에 차이가 없다고 주장한다. 단지 배터리 성능에 따라 처리 방법이 달라지는 것인 만큼 재제조·재사용은 순환자원으로 인정하면서 재활용일 때만 폐기물로 지정해 관리하는 것이 규제의 일관성 측면에서 설득력이 떨어진다고 역설한다.
배터리산업협회 관계자는 "같은 공장에서 생산된 배터리가 잔존 성능과 용도에 따라 가공되기 때문에 배터리 재활용을 위한 핵심 광물도 (재제조·재사용 배터리처럼) 순환자원으로 동일하게 취급하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말했다. 코스모화학 관계자는 "배터리 순환경제는 잔존 성능이 70% 이상이거나 경제성이 높은 광물을 포함한 '사용 후 배터리'의 재제조→재사용→재활용으로 이어지는 '순환구조(closed loop)' 구축을 목표로 한다"며 "공급망 안보 차원에서도 마지막 단계인 재활용에 대해 폐기물이 아닌 순환자원으로 관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폐배터리가 순환자원이 아닌 지정폐기물로 지정되면 밀폐·보관사항에 대해 안전규제를 받고, 어디에서 어떻게 이동하는지 실시간으로 감시받는다. 사업 허가나 입지 규제, 보관, 운송, 거래 등 전반에 걸쳐 강화된 규제가 적용되는 셈이다. 이에 더해 폐기물이 제품으로 인정받기 위해 받아야 하는 우수재활용(GR) 제품 인증 취득에 어려움이 크다고 업계는 호소한다. 환경부 규제가 향후 600조원까지 급성장이 예상되는 폐배터리 재활용의 조기 산업화에 걸림돌이 될 것이라는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양연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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