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건축 ‘몸테크’ 해볼까”… 사업 추진 단계 따져봐야 [부동산 빨간펜]

오승준 기자 2023. 11. 9.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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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강남구 압구정동 일대의 재건축 사업 추진 단지 모습. 뉴스1

오승준 산업2부 기자
30년 이상 된 노후 아파트 단지를 신축 브랜드 아파트로 짓는 재건축은 대표적인 투자 방식으로 꼽힙니다. 낡은 아파트에 입주해 재건축을 기대하는 투자 방식을 ‘몸테크’로 부르기도 하죠. 소형 평수의 저층 아파트가 밀집해 있던 지역이 대단지 브랜드 아파트로 속속 탈바꿈하면서 지역 이미지 자체가 바뀌는 사례들도 많이 보셨을 겁니다. 하지만 관리처분계획이니, 사업시행인가니, 하는 어려운 단어를 듣다보면 뭐가 뭔지 헷갈리고 어렵다는 생각만 들죠. 오늘 부동산 빨간펜에서는 이런 재건축의 기본 상식을 알아보는 시간을 갖도록 하겠습니다.

Q. 재건축과 재개발은 어떻게 다른가요?

“노후한 시설이 새롭게 탈바꿈한다는 점에서 둘은 비슷해 보입니다. 그래서 재건축과 재개발을 묶어 ‘정비사업’이라고 부르기도 하죠. 하지만 개발 대상이 다릅니다. 재개발은 다세대나 다가구 주택이 밀집해 있는 저층주거지를 대상으로 하죠. 대상 면적은 1만㎡ 이상입니다. 재건축은 준공 30년이 지난 연립주택이나 아파트 같이 면적이 1만㎡ 이상이거나 200채가 넘는 공동주택이 대상이죠.”

Q. 재건축은 어떤 절차를 거쳐 진행되나요?

“통상 사업준비단계-사업시행단계-관리처분계획단계-완료단계의 4단계를 거치게 됩니다. 사업준비단계는 말 그대로 기본 계획을 짜고 정비구역을 지정하는 등 사업을 준비하는 단계입니다. 사업시행 단계에 접어들면 안전진단을 거쳐 조합을 설립하고 시공사를 선정하게 되죠. 관리처분 단계에서는 기존 주민들이 이주하면 철거를 시작하고 분양까지 진행하게 되죠. 이후 완료단계에서는 공사를 거쳐 준공 뒤 입주를 하고, 조합을 청산해 모든 단계를 종료합니다.”

서울시 ‘우리집 우리동네 정비사업가이드’에서 소개된 재건축 사업 추진 절차

Q. 이 중 중요한 단계는 어떤 것이 있나요?

“사실상 조합 설립이 재건축의 시작으로 볼 수 있습니다. 창립총회에서 소유자 3분의2가 찬성하면 조합이 설립되는데, 시공사 선정부터 사업비 관리 등 사업 전반을 책임지는 법인을 주민들이 힘을 모아 세우는 겁니다. 이후 조합이 제시한 재건축에 대한 구체적인 안을 지방자치단체가 검토하는 단계가 ‘사업시행인가’입니다. 건축물의 일조량과 세대별 공간구성, 건축물 안전 여부, 소방 및 구급활동 공간 등을 검토하고 수정합니다. 지자체는 사업의 공공성을 높이기 위해 조합과 여러 차례 조율하게 됩니다. 이 단계에서는 재건축 사업이 본격적으로 궤도에 올랐다고 할 수 있어 ‘재건축 7분 능선’으로 불립니다.

사실 재건축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돈입니다. 내 집을 새로 짓는 것인 만큼 조합원들은 각자 공사에 드는 비용, 즉 분담금을 내게 되는데요. 만약 저층 단지에 용적률이 낮아 조합원들이 각각 분양을 받고도 더 많은 세대를 조합원 외 일반인들에게 분양할 수 있다면 그만큼 분담금이 낮아지게 됩니다. 재건축 전후 집과 땅의 가치를 계산해 추가분담금 혹은 돌려받는 금액을 정산하면 지자체에서 관리처분인가를 받게 됩니다. 관리처분인가를 받게 되면 실제 공사를 제외하면 재건축 과정이 모두 끝난 셈이기 때문에 ‘재건축 9분 능선’을 넘었다고 볼 수 있죠.”

Q. 재건축 대신 리모델링하는 곳도 있던데, 그렇게 하는 이유는 뭔가요?

“리모델링은 낡은 아파트의 골조는 그대로 두고 내부를 뜯어고치는 것을 의미합니다. 30년 이상 노후화된 아파트에서 진행되는 재건축과 달리 리모델링은 15년만 넘어도 진행할 수 있습니다. 최근 강남구 청담동 건영·신동아 등에서도 리모델링 절차가 진행되고 있습니다. 특히 동작구 우성2·3단지, 극동아파트, 신동아4차에서도 리모델링 시공사를 선정하고 있는데요, 총 사업비가 3조 원에 이른다고 합니다. 부동산 시장에 리모델링 바람이 분 것은 사업 절차를 추진위원회 설립 단계부터 바로 시작할 수 있고, 공사도 비교적 짧게 끝나 시간을 5년가량 단축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서울 양천구 목동신시가지 12단지 일대에 걸려 있는 재건축 관련 플랜카드. 동아일보 DB

Q. 재건축 아파트 투자에 관심이 있습니다. 언제든 재건축이 추진되는 아파트를 사면 되는 건가요?

“재건축 아파트를 매입하기 위해서는 여러가지 요건을 따져야 합니다. 투기과열지구에서는 조합이 설립된 뒤에는 10년 보유·5년 거주·1주택 세대만 조합원 지위를 양도할 수 있습니다. 그 외에는 재건축 조합 설립 뒤 재건축 아파트를 매매한 경우 현금청산자로 분류됩니다.
다만 예외규정으로 △조합설립 후 3년간 사업시행인가 신청이 없거나 △사업시행인가 뒤 3년 내에 착공하지 못한 경우, 3년 이상 보유한 소유주는 조합원 지위 양도를 넘길 수 있게 됩니다. 조합이 설립된 압구정 현대아파트에서 최근 100억 원 넘는 매물이 나와 화제가 됐는데요, 내년이면 조합 설립 3년이 지나 조합원 지위 양도가 가능해지기 때문으로 보입니다.
재건축 아파트도 일반 거래와 마찬가지로 인근 부동산 등에서 거래가 가능합니다. 특히 조합원 지위를 넘겨받을 수 있는 지 확인해야 하기 때문에 개인 간 직거래보다는 공인중개사를 통한 거래가 조금 더 안전할 것 같습니다.”

Q. 재건축 아파트에 들어가면 무조건 ‘대박’이 나는 건가요?

“재건축은 사업 기간이 오래 소요됩니다. 이해관계자들마다 입장이 다르기 때문에 변수가 많습니다. 실제로 부동산업계에서는 조합설립이 된 후에도 재건축이 완료되기까지 10년 이상 소요된다고 보고 있습니다. 재건축이 진행될수록 가격이 오르기 때문에 일찍 투자할수록 차익이 많이 남습니다. 하지만 사업이 시작만 한 채 지지부진하다면 사업비를 대출받은데 따른 금융비용이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조합원들의 부담도 더 커지게 되죠.
여유자금을 충분히 갖고 장기 투자하기 어렵다면 관리처분인가 직후에 투자하는 것을 고려하는 편이 좋습니다. 관리처분인가는 이주 직전이기 때문에 이미 프리미엄이 많이 붙은 상태지만, 재건축 사업이 확실하다는 점에서 리스크가 적습니다.”

Q. 최근 서울에서 진행되는 재건축 사업은 어떤 것들이 있나요?

“현재 강남 지역을 중심으로 재건축에 돌입한 단지들이 많이 있습니다. 재개발 위주로 이뤄지는 강북권과 달리 강남권에 재건축 대상 단지가 많기 때문입니다. 우선 강남 재건축의 상징으로 꼽히는 대치동 은마아파트는 지난해 정비계획수립안이 통과됐습니다. 재건축 조합설립 추진위가 설립된 지 무려 19년 만입니다. 현재 조합설립을 앞두고 있습니다. 송파구 잠실주공5단지, 장미1·2·3차, 잠실우성1·2·3차는 조합설립인가를 받은 상태입니다.

사업시행인가를 거친 단지로는 은마아파트 옆에 위치한 대치쌍용1·2차, 대치우성1차 등이 있습니다. 잠실의 미성·크로바(잠실르엘)와 진주아파트(잠실래미안아이파크)는 현재 공사 중으로 내년 분양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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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승준 기자 ohmygo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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