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대 물리고 "숨 안 쉬어져요"…아나필락시스도 부른다
질병청 '빈대 정보집' 개정판 배포
찜질방과 대학 기숙사 등 전국적으로 빈대 목격담이 속출하면서 서울시 등 지방자치단체가 빈대 방역작업에 나선 가운데, 질병관리청이 환경부 등 관계부처와 협력해 빈대 확산 방지와 올바른 빈대 방제 정보 제공을 위한 '빈대 정보집' 개정판을 배포한다고 9일 밝혔다.
이 개정판에 따르면 빈대에게 물리거나 피를 빨릴 때, 바로 아프거나 가렵지 않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가려워지는 증상이 발생한다. 가려운 곳을 긁다가 이차적 피부 감염을 일으킬 수도 있다. 드물게는 빈대에 물린 후 알레르기 반응으로 숨을 쉴 수 없는 아나필락시스(Anaphylaxis)를 일으킬 수도 있다. 빈대는 흡혈 욕구가 강하고, 주로 야간(특히 새벽녘)에 피를 빨아먹는 습성으로 사람의 수면을 방해한다.
빈대에 물린 자국은 일렬로 줄지어 있거나 물집(수포)이 잡히고, 빨개지거나(홍반) 붓는 등 병변이 다양하다. 빈대가 사람의 혈관을 찾는 과정에서 일직선의 선 모양 또는 삼각형 모양으로 물림 자국이 생기기도 한다. 이런 자국은 보통 옷·이불로 감싸지 않아 그대로 노출되는 팔·얼굴·목·다리·어깨 등 잠잘 때 노출되는 부위에 흔하다.
노원을지대병원 피부과 최재은 교수는 "빈대는 피부에 달라붙어 많은 피를 빨아들이므로 심하면 빈혈·고열을 유발할 수 있고, 극심한 가려움으로 과하게 긁으면 염증이 생길 수 있다"고 경고했다.
물린 자국에서 발생하는 가려움증은 일반적으로 치료하지 않아도 1~2주 내 저절로 회복한다. 가려움증이 너무 심하거나 피부 2차 감염을 막기 위해 코르티코스테로이드(corticosteroids)가 든 크림, 경구용 항히스타민제, 스테로이드 연고를 사용할 수도 있다. 단, 정확한 치료를 위해서는 피부과 전문의와 상의해야 한다. 최재은 교수는 "빈대에 물린 후 염증이 생겼다면 항생제를 복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국내에는 빈대와 반날개빈대 2종이 분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성충은 몸길이가 5~6㎜로, 사과 씨처럼 위아래가 납작하게 눌린 타원형이며 진한 갈색을 띠는 게 특징이다.
빈대는 어느 정도 개체군이 만들어지면 침대 주변에 살고 있다가 밤보다는 이른 새벽녘에 사람 피를 빨아먹고 다시 어두운 서식처에 숨어 들어간다. 그래서 베드버그(bedbug)라고 부른다. 을지대 보건환경안전학과 양영철 교수는 "빈대는 이미 살충제에 대한 저항성을 가져, 가정용 살충제에도 잘 죽지 않아 침대보·옷 등 빈대의 서식이 확인된 세탁물은 70도 이상의 뜨거운 물로 빨거나 건조기에서 뜨거운 바람을 두 시간 이상 쫴주면 박멸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빈대에 물렸을 경우 우선 물과 비누로 씻고 증상에 따른 치료법과 의약품 처방은 의사 또는 약사와 상의해야 한다. 잠복기는 최대 10일이며 사람마다 반응 시간이 다를 수 있다. 집, 공동 숙박시설에 빈대가 있는지 확인해야 한다. 빈대는 섬유질·목재·종이로 된 틈새에 숨어 있기를 좋아하기 때문에 침대 매트리스나 프레임, 소파, 책장, 이불, 침구류 등에 숨어 있을 확률이 높다. 빈대에 물린 것으로 의심되거나 빈대가 나타났다면 이런 곳의 틈새를 살펴보자.
단, 깊이 숨어 있는 빈대를 직접 확인하는 것은 매우 힘들므로 빈대의 부산물(탈피 허물)이나 배설물 같은 흔적을 찾는 게 효율적이다. 침대의 매트리스 패드를 들어 올리고 침대 모서리나 커버의 주름진 곳을 확인해 적갈색의 빈대 배설물이나 빈대가 눌러져 죽으면서 묻힌 혈흔, 알껍질(난각), 탈피 허물 등을 찾을 수 있다. 노린내·곰팡내가 나는 지점에서도 빈대를 찾을 수 있다.
빈대는 빛을 싫어하므로 방의 불을 켜면 숨는다. 따라서 캄캄한 방에 조용히 들어가 '갑자기' 손전등으로 비추면 어두운 곳으로 숨기 위해 도망가는 빈대를 찾을 수 있다. 특히 침대 모서리나 매트리스 사이를 집중적으로 들여다보자. 빈대를 발견했다면 그 지점을 중심으로 물리적 방제와 화학적 방제를 병행해야 효과적이다. 스팀 고열을 이용해 빈대 서식 장소에 분사하거나 진공청소기를 이용해 침대, 매트리스, 소파, 가구 등 빈대에 오염된 모든 장소를 청소하고 진공 흡입물은 봉투에 밀봉해 폐기해야 한다. 오염된 직물(의류, 커튼, 침대 커버 등)은 건조기를 이용해 소독하는 것을 권한다.
여행 중 빈대에 노출 경험이 있으면 여행용품에 대해 철저히 소독해야 한다. 밀봉해 장시간 보관하거나 직물류는 건조기에 처리하는 등의 소독이 필요하다. 이날 질병관리청이 발간한 '빈대 정보집' 개정판은 질병관리청 사이트 '누리집'에서 내려받을 수 있다.
정심교 기자 simkyo@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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