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비 조련사도 "포기 안한다"…'외야→1루' 방황했던 재능러, 다시 대형 2루수로 정착할까

조형래 2023. 11. 9. 16: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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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SEN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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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SEN=김해, 조형래 기자] “이러다 내년에는 포수까지 할 것 같아요.”

롯데 자이언츠 고승민(23)의 푸념이다. 고승민은 현재 다시 내야수 훈련을 받고 있다. 지난 2019년 신인드래프트 2차 1라운드 전체 8순위로 지명 받았을 당시, 대형 2루수 재목으로 평가 받았다. 센터라인 내야수 치고는 189cm의 큰 키는 고승민의 수비력에 지장을 줄 것이라고 내다봤지만 입단 당시 수비에 대한 우려보다는 기대감이 컸다. 풋워크 핸들링 등이 비교적 안정적이라는 평가였다. 여기에 강한 손목 힘을 바탕으로 장타를 생산해낼 수 있는 타격 재능까지 더해지며 ‘역대급 2루수’로 기대를 모았다.

그러나 성민규 전 단장은 부임 이후 고승민을 외야수로 테스트했다. 포지션별 유연성을 강조하면서 유틸리티 플레이어 가능성을 타진했다. 2020년에는 외야수에 전념하면서 포지션 전향이 확정됐다. 고승민의 빠른 발과 운동능력으로 외야진을 강화하겠다는 복안이기도 했다. 

2020년 현역으로 군에 입대했고 2021년 말 전역한 뒤, 고승민은 외야수로 커리어를 이어가게 됐다. 2022년에는 NC로 이적한 손아섭의 후계자로 꼽히면서 기대를 모았다. 실제로 2022년 후반기, 손아섭에 버금가는 성적을 기록하면서 앞으로의 활약을 기대하게 만들었다. 92경기 타율 3할1푼6리(234타수 74안타) 5홈런 30타점 OPS .834의 기록으로 마무리 했다. 

그런데 올해 고승민은 잘 적응을 해 나가던 외야를 떠나야 했다. 구단은 스프링캠프에서 1루수 전향을 시도했다. 스프링캠프부터 급하게 진행된 1루수 전향이었다. 훈련도 몇번 해보지도 못한 채 실전에 투입했고 그대로 시즌을 치렀다. 지난 7월 초, 1루에서 헤드 퍼스트 슬라이딩을 하다가 엄지 손가락 인대 파열 부상을 당했다. 고승민은 올해 여러 시행착오와 불운 속에서 시즌을 치러야 했다. 2022년보다 퇴보한 성적과 마주했다. 94경기 타율 2할2푼4리(255타수 57안타) 2홈런 24타점 OPS .649의 성적에 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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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황하던 고승민에게 또 다시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올해 마무리캠프에서는 다시 내야 글러브를 꼈다. 펑고를 받는 위치는 2루수다. 데뷔 때 포지션으로 다시 돌아갔다. 김태형 신임 감독 부임과 함께 포지션 전향을 했던 일부 선수들은 원래 포지션으로 돌아가고 있다. 고승민을 비롯해 신윤후도 다시 내야 글러브를 끼고 훈련을 받고 있다. 시즌 중 외야수로 자리를 옮겼던 서동욱도 현재는 다시 포수에 집중하고 있다.

그래도 관심이 집중되는 포지션 전향 선수는 단연 고승민이다. 훈련을 몇번 해본 코칭스태프의 판단은 나쁘지 않다. 김민호 수비코치는 다시 내야 훈련을 받고 있는 고승민에 대해 “다시 내야를 할 수 있는 가능성이 보인다”라면서 “언제쯤 수비가 괜찮다는 소리를 들을 지 모르겠지만 될 때까지 포기하지 않겠다”라면서 고승민의 2루 재전향과 정착에 자신감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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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승민 입장에서는 최근  잦은 포지션 변경이 혼란스러울 수 있다. 어쩌면 고승민의 재능을 썩히기는 아깝기에 여러 포지션에서 활용하려는 현장의 판단일 수 있다. 고승민도 혼란스럽다는 상황은 인정하면서도 “잘하는 곳이 없으니까, 어느 포지션에서든지 나가야 한다. 외야로 자리를 못 잡았기 때문에 한 자리로 나가는 것보다는 저에게 기회가 될 것 같다”라고 설명했다. 

결국 올해의 부진이 스스로에게 아쉬울 수밖에 없다. 수비보다는 강점이었던 타격이 아쉬웠다. “되돌아보고 싶지 않다”라고 말할 정도. 그는 “5월까지는 그래도 잘하고 있다고 생각했다. 꾸준하게 경기를 뛰고 싶었는데 그게 잘 안됐다”라면서 “더 잘하고 싶은 마음에 이것 저것 해보고 또 시즌을 일찍 준비했다. 더 못하면 안될 것 같았다. 또 후반기에 잘할 것이다라는 얘기가 너무 듣기 싫었다”라면서 과욕이 아쉬운 결과로 이어졌다고 돌아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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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즌 중에도 고승민은 순간의 선택을 후회했다. 그는 “돌이켜보니 너무 빨리 준비했고 제 스타일을 믿고 나갔어야 했는데 주위에서 너무 많은 얘기들을 듣다 보니까 욕심에 방망이 궤도를 바꿔봤다”라면서 “타이밍이 늦다는 얘기를 들어서 더 잘하고 싶은 욕심에 궤도를 바꿨다가 시즌을 그르친 것 같다. 나쁜 것을 얻어서 시즌 절반을 허비했다. 올해 후반기에는 타석에서 어떻게 쳤는지도 모르겠다. 감이 아예 없었다”라고 돌아봤다.

본인이 좋았을 때의 감각을 결국 마무리캠프가 시작되고 나서야 찾았다. 그는 “지금에서야 좋았던 감각을 딱 찾았다. 김태형 감독님, 김주찬 코치님과 얘기를 많이 하고 하고 싶은대로 해주신다. 아무 생각 없이 제 스윙을 할 수 있게 해주시면서 점점 나아지는 것 같다”라면서 “감독님께서 제가 보완해야 할 점들을 한 번에 알아보시더라. 그래서 안 좋은 습관이나 잡동작들을 알려주셔서 수정하고 있다”라고 덧붙였다. 

이제는 자신의 자리를 잡아야 하는 고승민의 과제다. 타격 재능이 있더라도 포지션 정착이 없으면 올해와 같은 방황이 또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롯데와 고승민으로서는 또 한 번의 전향 과정을 거치면서 전환점을 만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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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hrae@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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