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공매도에 대한 오해

2023. 11. 9. 16: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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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은 무언가를 소유하고자 하는 본능이 있다. 투자와 관련해서는 부동산이건 주식이건 가격 상승을 통해 만족을 느낀다. 공매도가 어려운 이유는 인간의 본능과 거꾸로 생각하고 투자를 실행에 옮겨야 하기 때문이다.

공매도 투자자는 주가가 하락하면 돈을 벌고, 상승하면 손해를 본다. 실패 시 리스크가 어마어마하다. 주식 투자는 회사가 망하면 원본만 날리는데 공매도 투자자는 테슬라의 경우 2020~2021년 주가가 10배 급등하면서 2년간 원본의 10배를 손해 봤다. 그만큼 공매도는 어렵고 전문가 영역이다. 워런 버핏은 (장기적으로 우상향하는 주식시장에서) 절대로 공매도를 하지 말라고 신신당부한다.

전 세계 기업인 금융인들이 애독하는 파이낸셜타임스는 11월 8일 렉스 사설 톱 기사로 우리 금융당국의 공매도 금지 조치를 다뤘다. 그만큼 이번 조치는 국제금융시장에서 '망치로 맞은 듯한' 충격으로 받아들인다. 공매도 금지는 국가비상사태나 금융위기 같은 긴급 상황 시 투자자 보호를 위해 짧게 쓰는 충격요법이다. 2008년 미국 금융 시스템이 붕괴될 상황이었지만 미국 정부는 공매도 금지 조치를 금융주에 국한했고 불과 5~6주 동안 시행했다. 금년 3월 미국 실리콘밸리은행 파산 시 금융 불안이 확산되자 공매도 금지 요구가 있었지만 미국 금융당국은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그 후 미국 주가는 가뿐히 상승했다. 시장은 원래 그런 것이다. 학문적으로도 공매도가 주가 하락을 유도한다는 결론은 없다.

글로벌 스탠더드와 거꾸로 가는 이번 조치는 뭔가 사연과 오해가 있을 것이다. 금융당국자들이 이번에 마음먹고 밀어붙인 배경에는 1400만명 개미투자자들의 압박이 컸다. 이 중에는 선량한 일반 투자자가 대부분이지만 인터넷과 유튜브를 타고 정치세력화하여 주식시장을 선동의 플랫폼으로 이용하고 공매도를 '악마화'시키는 단체들이 있다.

과연 한국 시장의 장기 투자수익률이 전 세계에서 최하위권이고 '코리아 디스카운트' 불명예를 30년 넘게 벗어나지 못하는 이유가 외국인 투자자들의 공매도 때문일까? 한국 주식시장에서 외국인 공매도가 차지하는 거래 비중은 5%도 되지 않는다. 대부분 외국 투자자는 공매도 포지션을 헤지용으로 사용하기에 공매도와 조합을 이루는 매수 포지션이 함께 있다. 매수·매도를 같이 가져가는 정통 헤지펀드 전략인데 공매도가 불가능하면 이들은 한국 증시를 떠난다. 시장 유동성이 앞으로 많이 감소할 것 같아서 걱정이다.

한국 상장 금융지주사들 주가순자산배수(PBR)가 중국 공산당이 대주주인 중국 4대 은행보다 낮다. 코리아 디스카운트 이유는 네 가지이다. 첫째, 국내 상장사들은 배당, 자사주 매입 등 주주환원에 인색하고 소액주주들이 차별당한다. 둘째, 산업구조가 경기에 매우 민감하므로 이익 변동성이 크고 이는 주가 디스카운트 요인이 된다. 셋째, 정부 간섭이다. 금융업 외에 한국전력공사, 한국가스공사 심지어 내수기업도 관치에 멍들어 있다. 마지막으로, 인구 감소는 국내 잠재 고객과 시장의 축소를 의미한다.

정부는 시장에 대한 직접 개입보다 보이지 않는 손을 이용한 세련된 정책을 펼쳐야 한다. 이번 조치 후 국제금융시장에서 신뢰 회복에 3~5년 이상 걸릴 수 있다. 시장은 스마트하다는 점을 기억하자.

[이남우 연세대 국제학대학원 객원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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