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불법사금융 끝까지 추적, 불법이익 남김없이 박탈”
“대통령이 직접 관여할 수밖에 없는 상황”
윤석열 대통령은 9일 불법 사금융 문제를 두고 “약자의 피를 빠는 악질적 범죄자들은 죄를 평생 후회하도록 강력히 처단하고, 필요하면 법 개정과 양형기준 상향도 추진해달라”고 밝혔다. 윤 대통령은 최근 택시업계 수수료와 은행 금리, 물가 등 생활밀착형 민생 이슈를 연이어 부각하고 있다.
윤 대통령은 이날 서울 여의도 금융감독원에서 주재한 불법사금융 민생현장 간담회 모두발언에서 “불법 사금융을 끝까지 처단하고, 불법 이익은 남김없이 박탈해야 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윤 대통령은 지난해 8월 빚 독촉 때문에 주소지 등록을 하지 못해 지원 사각지대에 머물다 극단적 선택을 한 ‘수원 세 모녀’ 사건으로 발언을 시작했다. 그는 그러면서 “고리사채와 불법 채권추심은 정말 악독한 범죄”라며 “민생 약탈범죄로부터 서민과 취약계층을 보호하는 것이 국가의 기본 책무”라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온라인을 통해 확산한 범죄 수법, 청소년으로 확대된 피해자들, 성착취로 이어진 피해 사례 등을 짚은 뒤 “이런 범죄는 개인의 삶을 송두리째 짓밟고 인권을 말살하고 가정과 사회를 무너뜨리는 아주 악랄한 암적 존재”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그는 이어 “이를 방치하고 완전히 퇴출시키지 못한다면 자유민주주의 사회라고 하기 어렵다”면서 강력한 대응을 주문했다.
간담회에는 불법사금융 피해자, 피해자 상담 인력 및 경찰청 수사관 등 현장 관계자 20여 명이 참석했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과 윤희근 경찰청장, 김창기 국세청장, 이복현 금융감독원장 등 관계 부처 수장들과 국민의힘의 김기현 대표와 유의동 정책위의장 등도 자리했다.
윤 대통령은 정부·당국 참석자들을 언급하면서 “불법 사채업자들의 범죄수익은 차명재산까지 모조리 추적해 환수하고, 특히 국세청은 광범위하고 강력한 세무조사로 불법 사금융으로 얻은 수익을 단 1원도 은닉할 수 없도록 조치해달라”고 지시했다. 윤 대통령은 회의를 마치며 “국세청은 철저한 세무조사와 함께 (범죄 이익을) 전액 국고에 귀속시키라”고 거듭 강조했다. 환수된 범죄수익을 피해자 구제에 사용하는 방안, 피해자들의 정신적·육체적 고통에 대한 배상 방안 등도 강구하도록 했다. 이와 함께 서민생계금융 확대와 개인 파산 및 신용회복 절차 정비에도 착수하도록 했다.
윤 대통령은 회의 마무리 발언에서 “사금융 피해가 너무 심해 노예화, 인질화까지 벌어지는 등 집단화 구조화되고 있다”면서 “자유와 인권 등 근본적인 헌법 가치가 훼손돼 국정 최고 책임자인 대통령이 직접 관여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날 간담회는 최근 윤 대통령이 강조하는 ‘민생 현장’ 행보의 연장선이다. 윤 대통령은 지난달 여권의 서울 강서구청장 참패 이후 민생과 현장, 소통 강화를 국정 화두로 띄우고 있다. 이에 따라 생활밀착형 이슈와 관련된 현장 행보가 늘었고, 메시지 수위는 높아졌다. 지난 1일엔 물가를 주제로 타운홀 미팅을 열고 “카카오의 택시에 대한 (수수료) 횡포는 매우 부도덕하다”, “우리나라 은행은 갑질을 많이한다”며 정부의 강력한 대처를 주문했다. 전날엔 한덕수 국무총리에게 “내각 고위직들이 민생 현장 직접 소통을 강화해 국민과 정부 사이 벽을 깨 달라”고 당부한 바 있다.
여기에는 지난 1년6개월간 국정에서 ‘국가정체성·이념 바로세우기’를 강조하면서 민생 문제에 대한 정부 대응이 도드라지지 않았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실제 여론조사 기관 한국갤럽 조사를 보면 윤 대통령이 국정 수행을 잘하고 있다고 답한 이들 중 ‘경제/민생’을 이유로 꼽은 비율은 최근 한 달간 2~4% 수준에 그쳤다. 반면 국정 수행 부정 평가자들은 같은 기간 ‘경제·민생·물가’ 문제를 부정 평가 이유로 가장 많이 꼽았다.
유정인 기자 jeongi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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