넘어진 뒤 일어서는 고우석, 불펜 야구로 도전해야 하는 LG 여정의 마침표
염경엽 LG 감독은 지난 7일 한국시리즈 1차전 패배 뒤 “고우석이 마무리로서 다음 경기는 잘 해줄 거라 믿는다”고 말했다.
고우석은 1차전 패전 투수다. 2-2로 맞선 9회초 등판해 배정대에게 볼넷을 준 뒤 문상철에게 적시 2루타를 맞아 결승점을 내줬고 LG는 2-3으로 졌다. 단기전이기는 하지만 한 경기 놓쳤다고 바로 마무리를 교체할 수는 없는 일이다. 무엇보다 고우석의 구위를 대체할만한 불펜 투수도 없다.
믿을 수밖에 없는 고우석을 LG는 믿었고 고우석은 다시 일어섰다. 8일 2차전에서 LG가 8회말 5-4로 역전하자 9회초 등판한 고우석은 삼자범퇴로 정리하고 경기를 끝냈다. 1차전 패배의 충격을 2차전 세이브로 바로 만회했다.
고우석은 LG의 가을야구 역사처럼, 포스트시즌에서 아픈 경험이 꽤 있다. 2019년 키움과 준플레이오프 1차전에서는 0-0으로 맞선 9회말 등판하자마자 선두타자 박병호에게 초구에 끝내기 홈런을 맞은 적도 있다. 당시에는 바로 극복하지 못했다. 다음날 2차전에서도 4-3으로 앞선 9회말 등판했으나 동점을 허용하고 마운드를 내려온 끝에 LG가 2연패 했다. 고우석은 3차전에서 2점 차를 지켜 세이브를 거뒀지만 결국 LG는 1승3패로 탈락했다.
고우석의 공 하나가 LG의 가을야구 결과와 직결된다. LG는 KT에 비해 타선이 강하고 불펜 자원이 여유롭다는 강점을 안고 한국시리즈에 들어갔다. 선발이 취약해 불펜에 힘을 줬고 실제 2차전도 그렇게 잡았다. 1·2차전 모두 1점 차로 승부가 결정됐다. 정규시즌에서 늘 팽팽하게 싸웠던 것처럼 양 팀의 한국시리즈는 계속 접전 양상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매우 높다. 결국 뒷문 단속, 마무리 싸움이 대단히 중요하다.
염경엽 감독은 “고우석이 지켜줘야 우리가 목표한 것(우승)을 달성할 수 있다”고 말했다. LG는 불펜층을 두텁게 하고 한국시리즈에 나갔지만 투수들 역시 이 큰 무대 경험이 많지 않다. 두산에서 뛰었던 함덕주와 NC에서 뛰었던 김진성만이 한국시리즈 경험이 있다. 이 중간계투진은 8일 2차전에서 총출동해 처음으로 한국시리즈 경험을 쌓았다. 맨 뒤에서 고우석이 마침표를 제대로 찍어줘야 LG는 우승 목표를 이룰 수 있다.
고우석은 “이번엔 한국시리즈라 무게감이 조금 다르지만, 올시즌뿐 아니라 그동안 가을야구에 진출하면서도 계속 실패를 했었던 경험이 (1차전 충격을 극복하는 데) 도움이 된 것 같다”며 “지난 경기는 잊고 또 새 경기에 집중하면서 던졌다. 한국시리즈는 처음이지만 항상 바로 이 경기를 하기 위해 시즌을 치르고 야구를 한다. 즐거운 마음으로 하겠다”고 말했다.
김은진 기자 mulderou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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