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서울 특성화고 3곳 중 1곳은 대학 진학자가 절반 이상 [오늘의 정책 이슈]
올해 일반대에 입학한 서울 소재 특성화고 졸업생이 2000명에 육박한 것으로 파악됐다. 또 서울 특성화고의 2023학년도 전문대·일반대 진학률은 역대 최고인 43%에 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산업현장에 필요한 실무인재 양성을 위해 운용되는 특성화고가 30%대 취업률 대신 40%대 진학률을 기록한 데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종로학원은 일반대 이외 전문대 진학자까지 살펴봤다. 서울 특성화고 졸업생의 전문대 진학자 역시 2021학년도 3327명(24.2%), 2022학년도 3517명(27.7%), 2023학년도 3421명(27.4%)으로 점차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를 종합하면 서울 특성화고의 경우 대학 진학률이 △2021학년도 35.6% △2022학년도 42.4% △2023학년도 42.8%로 해마다 늘고 있는 것이다.
교육부의 ‘직업계고 졸업자 취업통계조사 결과’에 따르면 올해 전국 직업계고(특성화고·마이스터고·일반고 직업반) 졸업생(7만1591명)의 취업률(진학자·입대자·장애인 등 제외인정자를 제외한 졸업생 중 취업자 비율)은 55.7%, 진학률은 47.0%, 순취업률(졸업자 대비 취업자)은 27.3%이다. 올해 서울지역 직업계고 취업률은 53.2%, 진학률은 44.0%, 순취업률은 28.0%. 서울 현황을 전국과 비교하면 순취업률은 높지만 취업·진학률은 낮은 것이다.
교육부 직업계고 진학률 통계의 경우 일반대와 전문대는 별도로 분류하지 않고 있다. 하지만 종로학원의 분석 자료를 보면 서울지역 특성화고 졸업생들의 일반대 진학률은 해마다 높아지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일반고 졸업생보다 낮은 성적대인 특성화고 학생들이 어떻게 일반대에 진학할 수 있었을까. 이는 서울 일부 학부모들이 중학생 자녀의 성적이 하위권일 경우 전략적으로 일반대 ‘특성화고졸업자 특별전형’을 노렸기 때문이라는 게 종로학원 귀띔이다.
교육부에 따르면 일반대의 특성화고졸업자 전형 모집인원은 2021학년도 3695명, 2022학년도 3921명, 2023년 4800명으로 크게 늘고 있다. 임성호 종로학원 대표는 “일부 학부모는 자녀가 중학교 다닐 때 100명 중 70∼80위를 기록할 경우 이 같은 특성화고 전형을 통한 서울 주요 대학 합격을 위해 전략적으로 특성화고에 보낸다”고 전했다. 임 대표는 “특성화고에 입학해 내신 1등급을 받고 직업탐구와 국어·영어·수학 중 한 영역에서만 수능 최저기준을 충족하면 서울 주요대에 너끈히 입학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일각에선 정부가 직업계고 학생들의 취업률 제고를 위해서는 특별전형 모집인원을 늘릴 게 아니라 재학 중 자격증 취득 비용이나 교통비 지원 등에 더 힘써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사단법인 특성화고등학생권리연합회가 직업계고 재학생 1006명에게 ‘2024 총선 후보에게 요구할 것’이라는 내용의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응답자의 59.1%(중복응답)는 ‘자격증 취득 비용 지원’을, 42.9%는 ‘양질의 일자리 확대’를, 38.4%는 ‘통학 교통비 지원’을 촉구했다.
직업계고 학생에 대한 자격증 취득 비용 지원(2022년 기준 부산·대구·경북·경남의 경우 학생 1인당 100만원)은 2년 연속 삭감된 상황이다. 진보당 강성희 의원이 교육부로부터 제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직업계고 학생 자격증 취득 지원 예산은 2022년 440억원에서 2023년 전액 삭감된 데 이어 2024년 정부예산안에서도 전액 삭감된 상태다.
교육부는 특성화고 학생들에 대한 자격증 취득 지원금이 “코로나19 (대유행) 시기에 취업 준비에 어려움을 겪는 학생들을 위해서 시작한 한시적 사업”이라며 “2021년 추경과 2022년 특별교부금을 편성해 지원했던 것”이라고 해명했다. 강 의원은 이에 대해 “현장에서 수요가 높고 평가도 좋은 정책인데 사업이 지속될 수 있도록 예산이 복원될 필요가 있다”며 “복원 없이 이대로 간다면 윤석열정부에서 직업계고 학생들을 후순위 정책대상으로 두고 있다는 합리적 의심을 사게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송민섭 선임기자 stsong@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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