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 회원국들에 우크라 가입 협상 시작 권고···실현 가능성은?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가 회원국들에게 우크라이나의 EU 가입을 위한 협상을 개시하라고 권고했다.
EU 집행위는 8일(현지시간) 채택한 ‘2023년 확장 패키지’ 보고서에서 27개 회원국으로 구성된 EU 이사회에 우크라이나와 EU 가입 협상을 시작하라고 권고했다.
‘2023 확장 패키지’는 우크라이나를 포함해 EU 가입을 원하는 10개국에 대한 집행위의 평가를 담은 총 11개의 보고서로 구성돼 있다.
집행위는 지난해 6월 우크라이나에 ‘가입 후보국’ 지위를 줄 때 제시한 7개 분야 사전 개혁 요건 중 4개 분야에 대한 개혁이 완료됐다면서 가입 협상 개시를 권고했다.
EU 27개 회원국들이 집행위의 권고를 받아들일 경우 협상은 내년에 시작될 것으로 예상된다. 집행위는 다만 부패 척결, 로비 문제, 소수자 교육 등 3개 분야 개혁은 완료되지 않았다면서 첫 공식 가입 협상 시작 전에 해당 분야 개혁이 마무리 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집행위는 내년 3월에 이들 3개 분야에 대한 재평가를 실시할 계획이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EU가 우크라이나를 회원국으로 받아들여 더욱 강해지는 길로 가기 위한 역사적인 발걸음”이라고 환영하면서 개혁에 박차를 가하겠다고 밝혔다. 로이터 통신도 “집행위의 이번 권고는 우크라이나에는 서방과의 통합을 향한 중요한 이정표”라고 평가했다.
다만 우크라이나의 실제 EU 가입까지는 만만치 않은 도전들이 기다리고 있다.
EU 27개 회원국은 오는 12월 14~15일 열리는 EU 정상회의에서 집행위의 가입 협상 개시 권고를 수용할지 여부를 결정할 계획이다. 가입 협상을 개시하려면 27개 회원국이 만장일치로 동의해야 하는데, 친 러시아 성향이 강한 헝가리와 슬로바키아가 반대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벌라주 오르반 헝가리 총리실 국장은 지난 7일 네덜란드 방송과 인터뷰에서 우크라이나 내 헝가리인들에 대한 헝가리어 수업권이 보장돼 있지 않다며 가입 협상 개시에 반대할 것이라고 밝혔다. 우크라이나는 2017년 5학년 이상 수업의 70%를 우크라이나어로 진행하도록 하는 법률을 제정한 바 있다.
EU 입장에서는 전쟁 전 기준으로 유럽에서 다섯 번째로 인구가 많은 우크라이나가 가입할 경우 치러야 할 비용 부담도 고려해야 한다.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EU 이사회는 우크라이나가 EU에 가입할 경우 회원국에 대한 농업보조금 등으로 우크라이나에 흘러들어가는 EU 예산이 가입 후 7년 동안 1860억유로(약 261조2000억원)에 이를 것으로 보고 있다. 반면 EU가 현재 예산 규모를 유지할 경우 기존 회원국들이 받아왔던 농업보조금은 1헥타르 당 20.3% 감소할 것으로 추정된다. 이 때문에 프랑스와 폴란드 등 농업보조금 의존도가 높은 회원국들은 자국 농민들의 강한 반발에 부딪칠 수 있다.
가입 협상이 시작되더라도 실제 가입까지는 상당한 기간이 소요될 전망이다. 현재 회원국들 중 가장 최근인 2013년 EU에 가입한 크로아티아는 가입 신청부터 최종 승인까지 10년이 걸렸다.
집행위는 이날 우크라이나 외에 몰도바와 보스니아 헤르체고비나에 대해서도 개혁 조처가 끝난다는 조건 하에 가입 협상을 개시하라고 권고했다. 조지아에 대해서는 가입 후보국 지위를 부여하라고 권고했다.
정원식 기자 bachwsi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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