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에 비례 50% 할당하라는 與혁신위…고민 깊어지는 김기현(종합)

경계영 2023. 11. 9. 16: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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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혁신위, 청년 정치 기회 확대 건의
'당선 가능' 비례 순번에 넣고 '청년전략구'도 배정
지도부 불출마·용산 특혜 배제도 안건 의결 예고

[이데일리 경계영 이상원 기자] 국민의힘 혁신위원회가 9일 제3호 혁신안으로 비례대표 당선권에 45세 미만의 청년을 50% 의무 배정하는 안건을 건의했다. 국민의힘이 우세한 지역구를 ‘청년 전략지역구’로 정하고 공개 오디션을 거쳐 청년 후보자를 선발하자는 안도 제안했다. 당 지도부·중진 의원·대통령 측근을 대상으로 한 불출마 또는 수도권 출마, 대통령실 공천 특혜 차단 등도 당 지도부에 공식 요구하겠다는 방침이다. 파격이라 할 만한 혁신안을 잇따라 받아든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는 “모든 일에는 시기와 순서가 있다”고 말을 아끼며 장고에 들어갔다.

3호 혁신안은 ‘청년’

혁신위는 이날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중앙당사에서 제3차 회의를 열고 △비례대표 명부 당선권에 청년 50% 할당 의무화 △당선 우세 지역 일부의 청년 전략지역구 지정 및 공개오디션 통한 청년 후보 선발 △모든 정부 기구·지방자치단체의 청년 참여 확대 등의 안건을 의결했다.

인요한 당 혁신위원장은 ‘청년이 미래다’를 슬로건으로 내걸며 “청년 국회의원뿐 아니라 도·시·군·구 단위에서 청년이 현실적으로 정치에 참여할 길을 어떻게 열어줄 수 있을지, 더 나아가 나라에서 청년이 실력으로 경쟁해 좋은 일자리를 가질 수 있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인요한 국민의힘 혁신위원장이 9일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중앙당사에서 열린 국민과 함께 혁신위원회 제5차 전체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김경진 혁신위원은 비례대표 당선 가능 순번에 청년 50%를 할당하자는 제안에 대해 “45세 미만 청년 유권자는 전체 37~38%로 추정되는데 청년 국회의원은 4% 남짓에 불과하다”며 “청년 비례대표를 우선 공천하는 방식으로 청년들이 정치 현장에 많이 들어올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청년 전략지역구의 경우 국민의힘 후보의 당선 가능성이 큰 지역 일부를 ‘청년 공개 경쟁 특별 지역구’로 선정해 청년 간 공개 경쟁을 실시해 청년 후보를 공천하자는 것이 혁신위의 제안이다. 김경진 위원은 “상당한 숫자의 지역구를 배정하자는 것이 혁신위 권고 사항”이라면서도 “그 기준을 정하는 것 자체가 부작용이 있을 수 있어 선거관리위원회와 공천관리위원회에 구체적 내용을 위임하겠다”고 했다.

이날 당 최고위원회의에 국회의원 정수 축소와 세비 삭감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2호 혁신안만 건의됐다. 당 지도부·중진 의원·친윤(親윤석열)에 대한 불출마 또는 수도권 출마 권고가 제외된 데 대해 김 위원은 “나중에 (안건으로) 접수할 것”이라며 “비공식적 루트를 통해 마음 먹을 시간이 필요하니 시간적 여유를 주면 당내 혁신을 위해 그것이 더 도움될 수 있겠다는 전언이 있어 안건에 넣지 않았다”고 말했다.

청년 전략지역구가 대통령실 인사 공천을 위한 것 아니냐는 기자들에게 김 위원은 “대통령실에서 내려오는 사람들이 이번 선거 과정에서 절대 어떤 특혜도 없을 것이고 외려 더 엄중한 과정에 들어가는 것으로 안다”며 “그 부분도 혁신위 안건으로 논의해 어느 시점엔 당에 접수될 것”이라고 답했다.

“급하게 밥 먹으면 체해”

혁신위의 연이은 강공에 당 지도부는 표정 관리에 들어갔다. 특히 당 지도부를 포함해 중진 의원, 대통령 측근을 겨냥해 내년 총선에서의 불출마 혹은 수도권 등 어려운 지역으로 출마할 것을 권고한 것이 큰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김기현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혁신위의 불출마 혹은 수도권 출마 권고에 “모든 일에는 시기와 순서가 있는데 요즘 보도를 보니 너무 급발진하는 것 같다”며 “급하게 밥을 먹으면 체하기 십상이니 잘 보겠다”고 말했다. 결단 시점을 거듭 묻는 말에 “식사 맛있게 했나” “본회의 빨리 가야지” 등으로 즉답을 피했다.

중진 의원들도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전날 ‘정치를 시작한 대구에서 정치를 마치겠다’고 공언한 주호영 국민의힘 의원(5선·대구 수성갑)은 혁신위 권고에 대해 “권고로 사람에 따라 받아들이기도, 아닌 사람도 있을 것”이라며 “(혁신위 권고는) 공관위 권한”이라고 선을 그었다. 박덕흠 국민의힘 의원(3선·충북 보은옥천영동괴산)도 “떠밀려서 하기보단 운영의 묘를 살렸으면 한다”고 말했다.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가 9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에 참석하고 있다. (사진=뉴스1)

경계영 (kyung@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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