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가 인사이드] 상생 압박 커지는데…자금난 심화에 카드사 '끙끙'

오정인 기자 2023. 11. 9. 16: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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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중은행에 이어 보험사까지 상생금융 방안을 내놓는 가운데 카드사들도 긴장하는 분위기입니다. 올 들어 대부분 카드사들의 실적이 악화되는 데다 자금난까지 심화되고 있어 추가적인 상생 지원책 마련이 쉽지 않기 때문입니다.

9일 카드업계에 따르면 이달 들어 신한·삼성·현대·롯데·하나카드 등이 잇따라 자금 조달에 나섰습니다. 

지난 1일부터 지난 8일까지 1주일 사이 발행된 채권 규모만 1조 3천억원에 달했습니다. 운영자금으로 7천550억원, 채무상환 목적으로 5천400억원 발행됐습니다.
 

카드사별로는 신한카드가 4천억원으로 발행 규모가 가장 컸고 롯데카드가 3천350억원, 하나카드는 2천700억원, 현대카드는 1천500억원, 삼성카드는 1천400억원을 발행했습니다. 롯데카드는 이달 들어서만 9번, 현대카드는 7번 자금 조달에 나섰습니다.

각 카드사들이 발행한 채권 금리는 4.696~5.254% 사이로 5% 안팎입니다. 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말에도 금리가 급격히 오르며 부담이 컸는데 1년 만에 비슷한 상황이 나타나고 있다"며 "그렇다고 자금 조달을 아예 안 할 순 없어 비용 부담을 안고서라도 발행하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이런 가운데 카드사들의 실적도 점점 더 악화되는 추세입니다. 신한카드의 3분기 누적 순이익은 1년 전보다 20.2% 감소했고 삼성카드는 0.8%, KB국민카드는 22.7% 줄었습니다. 하나카드와 우리카드는 각각 23.1%, 34.1% 급감했습니다.

업황이 개선될 여지가 보이지 않는 데다 자금난까지 더해진 만큼 카드사들은 리스크를 최소화하는 것이 우선 과제라고 입을 모았습니다. 업계 관계자는 "비용 절감을 위해 고객 서비스를 한시적으로 축소하거나 연체 리스크를 낮추기 위해 대출 규모를 조정하는 것도 그런 과정 중 하나"라고 설명했습니다.

오는 4분기까지도 상황이 녹록치 않을 거란 관측이 많지만, 최근 금융당국의 '상생금융' 동참 압박까지 거세지면서 카드업계의 고심이 깊어지고 있습니다.

올 하반기 들어 금융업권에서 상생금융 방안을 하나 둘 발표한 가운데 금융당국에선 '시즌2' 동참을 압박하고 있습니다. 최근 금융지주들이 1천억원대 자체 상생금융 방안을 제시한 것도 그런 이유에서입니다.

이와 관련해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제 판단이 중요한 게 아니다"라면서도 "썩 만족하지는 않지만 그래도 (은행들이) 나름대로 했구나라는 국민적 공감대가 형성될 방안을 찾기 위해 시간도 걸리고 고민이 된다"고 말한 바 있습니다.

상생금융 시즌2에 금융지주와 시중은행에 이어 보험사까지 동참하는 분위기여서 카드업계로도 확산될 가능성에 무게가 실립니다. 서지용 상명대 경영학과 교수는 "지금 같은 상황이라면 어떤 식으로든 카드사들도 상생금융에 동참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다만 그 내용과 범위는 매우 제한적일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우대 고객에게 부가서비스를 확대하거나 청년이나 중소상공인을 대상으로 하는 여러 서비스를 마련하는 데 그칠 것이라는 전망입니다. 서 교수는 "이미 재무건전성과 수익성이 악화된 상태에서 상생금융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긴 어렵다"며 "일반적인 금융소비자들을 위한 폭넓은 지원책이 나오긴 쉽지 않다"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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