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2000억’ 매출 4분의 1토막... 신세계인터 알짜화장품 ‘비디비치’
‘정유경 1호 화장품’ 비디비치...인수 7년만에 100배 성장했었는데
중국 내수 시장 개척… “면세 매출에만 의존하지 않을 것”
신세계인터내셔날의 자체 브랜드 ‘비디비치(VIDI VICI)’의 매출 부진이 계속되고 있다. 비디비치는 신세계인터내셔날 화장품 브랜드 중에서도 중국인 매출 비중이 특히 높은 브랜드다.
올해 엔데믹(감염병의 풍토병화)을 맞아 신세계인터내셔날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위축됐던 중국 유통망과 현지 마케팅 강화에 나섰지만, 매출이 회복되지 않고 있다. 비디비치는 지난 6월 틱톡 채널에 공식 브랜드관을 새로 열며 고군분투 중이다.
신세계인터내셔날은 올해 3분기 매출이 3158억원, 영업이익이 60억원으로 전년 동기대비 각각 18.5%, 75.1% 감소했다고 9일 밝혔다. 패션 부문 매출은 32%, 화장품 부문은 4% 감소한 반면 생활용품 부문은 4% 늘었다.
특히 화장품 부문을 살펴보면 총 945억원의 매출 중 딥디크·바이레도·산타마리아노벨라 등 니치향수를 주로 보유한 수입 화장품 매출이 754억원으로 약 80%를 차지하며 신기록을 경신했다. 반면 비디비치 매출은 125억원으로 전년 같은기간에 비해 47% 감소했다.
유정현 대신증권 연구원은 “면세점과 따이공(중국 보따리상) 영향을 크게 받는 비디비치 등 자사 브랜드 매출이 크게 부진하다”면서 “수입 화장품 매출이 8% 성장했음에도 화장품 전체 매출은 역성장했다”고 했다.
코로나19 이전에 비디비치는 신세계인터내셔날의 효자 브랜드였다. 비디비치는 2012년 신세계인터내셔날이 인수한 첫 화장품 브랜드로 ‘정유경 1호 화장품’이란 별명을 얻었다.
2018년 비디비치는 매출 1250억원을 기록하며 신세계인터내셔날 화장품 부문 매출의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 또 2019년에는 매출 2000억원을 달성하기도 했다.
신세계인터내셔날이 인수한 지 7년 만에 매출 19억원에서 2000억원으로 100배 이상 성장했다. 그러나 올해 비디비치 매출은 약 500억~600억원으로 4분의 1 수준으로 쪼그라 든 것으로 추정된다.
수입 브랜드는 신세계인터내셔날이 국내 판권만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마진이 높지 않을 뿐더러 이번에 해외 명품 브랜드 셀린느 이탈로 3분기 패션 부문 매출이 430억원 가량 빠지고 이익이 83%나 줄어든 것처럼 계약 종료에 대한 리스크가 상당히 높다. 반면 비디비치 같은 자체 브랜드는 마진이 높고 이러한 리스크에서 자유롭기 때문에 효자상품으로 불려왔다.
엔데믹에도 비디비치의 매출이 회복되지 않고 있는 건 중국의 경기침체와 더불어 한국 화장품에 대한 인기가 시들해졌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이에 보따리상의 영향이 큰 비디비치는 4분기 중국인 단체 관광 재개 효과가 반영되더라도 매출 신장이 불투명할 것으로 전망된다.
중국 현지에서는 자국 브랜드 소비를 선호하는 문화가 확산하며 인기를 잃은 한국 제품이 생겨났다. 지난해 중국 최대 쇼핑 행사인 광군제에서 위노야, 프로야 등 현지 브랜드는 기초 화장품 매출 10위권 안에 들었지만 LG생활건강의 더후, 아모레퍼시픽의 설화수는 들지 못했다.
대한화장품산업연구원에 따르면 국내 화장품의 중국 수출액은 올해 1~9월 기준 21억 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41.5% 감소했다. 이에 따라 중국 의존도가 높은 뷰티업계는 3분기 실적 부진이 불가피했다.
LG생활건강의 3분기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15.1%, 영업이익은 88.2%가 감소했다. 아모레퍼시픽도 3분기 매출과 영업이익이 각각 5.7%, 12.7% 감소했다. 다만 설화수와 이니스프리로 미국에서 매출 35%, 라네즈 중심으로 유럽·중동 지역에서 매출 41%가 증가했다.
신세계인터내셔날 관계자는 “비디비치의 매출 회복을 위해 중국 뿐 아니라 다른 국가로 발을 넓혀갈 것”이라고 했다. 또 기존 중국 시장은 면세에만 집중돼 있었으나, 중국 내부로 직접 들어가 유통 채널을 확대할 예정이다.
이 관계자는 “잘 나가던 중국향 브랜드가 침체기를 겪고 있어 브랜드를 재정립해 다른 국가로도 사업을 넓혀갈 계획”이라면서 “동시에 중국 내수 시장을 중심으로 유통 채널을 늘리고 고객들과 직접 소통할 수 있는 상호작용 마케팅도 강화해 중국 시장도 놓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신세계인터내셔날 실적에 대한 증권가 전망은 엇갈린다.
최지호 삼성증권 연구원은 “신세계인터내셔날의 기저 효과만을 기대하며 실적 반등을 꾀하기에는 내년 영업환경이 녹록지 않다”며 “회사 실적을 지지해 주던 고가 수입 브랜드들의 매출 성장에 대한 가시성이 매우 낮아진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정지윤 NH투자증권 연구원은 “3분기 실적으로 바닥을 지났다고 판단한다”면서 “4분기부터 이탈 브랜드 영향이 줄어들고 마케팅비도 감축해 실적 개선이 기대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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