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찾은 이준석, 96년 자민련 성공 들어 “다시 변화 만들어달라”···신당으로 대구 출마 시사
최근 들어 신당 창당을 공식화하고 있는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가 9일 대구를 찾아 “어렵다는 이유로 회피하지 않겠다”며 신당에서 대구에 출마할 것임을 시사했다. 그는 1996년 자유민주연합(자민련)이 대구에서 여당 본류인 신한국당을 꺾은 일을 언급하며 대구 시민들에게 “다시 한번 변화를 만들어달라”고 호소했다.
국민의힘에서는 김기현 대표가 “집안 대소사를 앞두고 가족이 힘을 합쳐야 한다”고 이 전 대표의 신당 창당 움직임을 견제했다. 친윤석열계 인사들은 신당에 대해 “백일몽” “낙천자들이 가는 맛집” 등 부정적인 전망을 쏟아냈다.
이 전 대표는 이날 동대구역에서 기자들과 만나 “국민의힘에는 가장 쉬운 도전일 수 있지만 새로 뭔가 시도하는 사람에게는 가장 어려운 도전이 그 아성(대구·경북)을 깨는 일”이라며 “당이라는 건 혼자 하는 게 아니기 때문에 저에게 그런 역할(대구 출마)을 해달라는 요구가 있을 때는 당연히 어렵다는 이유로 회피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그는 “대구에 출마한다면 12개 지역구 모두 다 신당으로 도전하는 사람에게는 어려운 도전일 것”이라며 “만약 한다면 가장 반개혁적인 인물과 승부를 보겠다”고 했다. 윤석열 대통령의 낙하산 공천을 받은 측근 인사에 도전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이 전 대표는 “대구 도전이 어렵다지만 1996년 대구는 이미 다른 선택을 했던 적이 있다”고 강조했다. 당시 김영삼 대통령의 신한국당이 대구 13석 중 2석에 그쳤는데, 신한국당에서 갈라진 김종필 총재의 자민련이 8석을 차지한 일을 말한 것이다. “지금 60대, 70대가 돼 윤석열 정부를 많이 사랑해주시는 분들이 30대, 40대 때 했던 선택”이라며 “다시 한번 변화를 만들어 달라”고 말했다. 주호영 국민의힘 의원(대구 수성갑)에 대해선 “항상 조정자 역할을 해 온 분이다. 혁신의 대상이 아니다”라고 평가했다.
이 전 대표는 이날 지역 언론 인터뷰를 위해 대구를 찾았다. 지난달 18일 “대구 시민들이 ‘배신의 정치’의 저주를 풀고 보수 정치의 스펙트럼을 넓혀달라” “호랑이 새끼를 키워야 한다. 초선 때 말 못 하는 대구 비만 고양이 12명(지역구 의원) 키워봤자 아무것도 안된다”고 대구 출마를 암시한 뒤 22일 만이다.
이 전 대표는 비례대표 중심의 신당, 20·30대 남성이나 영남이란 지역에 갇힌 신당은 하지 않겠다며 전국 수권정당을 만들 생각이다. 그는 오는 10일 제3당 창당 작업 중인 금태섭 전 의원과 만나고 이달 중순엔 전남 순천과 광주를 방문해 호남에서도 신당 분위기를 끌어올릴 계획을 세우고 있다.
국민의힘에선 이 전 대표 신당이 가시화하자 견제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김 대표는 이날 당 전국위원회에서 “총선을 앞두고 정계개편 관련 보도들이 흘러나오고 있다”며 “집안의 대소사를 앞두고는 이모, 숙모, 고모, 삼촌 모두가 힘을 합쳐야 한다. 외가 쪽, 친가 쪽 구분짓기 보다 우리 모두가 가족이라는 테두리 안에서 당을 위한 진지한 고민, 나라를 위한 진정성 있는 판단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혐오와 비난, 분열의 언어로는 국민의 지지를 얻을 수 없다는 점을 말씀드린다”고 했다. 이 전 대표의 최근 인요한 혁신위원장 영어 응대 등 사건을 연상시켜 이 전 대표의 신당 추진을 비판한 것이다.
윤 대통령 멘토로 불렸던 신평 변호사는 이날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하나의 정당으로서 기능할 의석수도 확보하지 못한 채 신당은 백일몽으로 끝날 가능성이 대단히 높다”고 전망했다. 국민의힘 총선기획단에 속한 윤창현 의원은 이날 SBS 라디오에서 “신당이 잘못하면 우리 당이나 민주당 공천 떨어지신 분이 마지막으로 찾아가는 공천 맛집이 될 수 있다”고 깎아내렸다.
조미덥 기자 zorro@kyunghyang.com, 문광호 기자 moonlit@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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