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총 '외톨이 파업'···내부서도 "명분이 뭐냐" 볼멘소리
한노총, 최종협상 결렬 후 불참
MZ노조 "안전 내세운 정치파업"
660명 채용·市 지원 제안도 거부
"고통 분담 와중에 무책임" 지적
지하철 1~8호선을 운영하는 서울교통공사의 한국노총 소속 노동조합이 9~10일 시한부로 진행되는 경고 파업에 전격 불참했다. 이른바 ‘MZ노조’로 불리는 올바른노동조합도 목소리를 높여 파업을 비판한 데다 한국노총 노조까지 빠지면서 파업 동력이 크게 떨어지고 ‘노노 갈등’까지 수면 위로 올라왔다. 서울시는 시민의 발을 볼모로 명분 없는 파업에 돌입한 데 대해 유감을 표명하며 조속히 파업을 철회할 것을 촉구했다.
민주노총 소속인 서울교통공사노조는 9일 서울시청 앞 대한문 인근에서 출정식을 열고 총파업을 공식 선언했다. 명순필 공사노조 위원장은 “우리는 임금을 위해 이 자리에 나온 게 아니다. 시민의 안전을 위해 싸우기 위해 나왔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송시영 올바른노조 위원장은 이날 서울경제신문과의 통화에서 “합의 내용을 보면 파업을 할 정도의 수준은 아니었고 일방적으로 강행한 것”이라며 “임금을 가이드라인에 맞춰 최대 인상했는데 안전을 내세워 파업하는 건 정치 파업”이라고 꼬집었다.
이번 협상의 가장 큰 쟁점은 인력 감축과 안전 업무 외주화다. 공사는 시민 안전이나 공사의 핵심 업무와 관련성이 낮은 인력을 자회사 등에 위탁하고 퇴직자가 있으면 채용 없이 정원을 자연 조정하는 방식의 경영 효율화를 추진하고 있다.
협상에서 노조는 올해 정년퇴직 예정자 276명 등 내년 인력 공백을 고려해 최소 771명을 뽑아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사측은 하반기 채용 인원을 388명으로 정하고 383명을 감축할 계획이었다. 인력 감축 계획을 철회하라는 노조 반발이 이어지자 사측은 전날 최종 협상에서 안전요원 272명을 포함한 660명 채용, 통상임금 지급 부족 재원(170억 원)의 서울시 지원 등 중재안을 제시했다. 내년부터 2026년까지 추가 감축이 예정된 1528명에 대해서는 인원을 재산정한다는 내용도 노사 합의문에 넣기로 했다. 이를 두고 한국노총 소속 통합노조는 찬성했으나 민주노총 소속 공사노조는 거부했다.
노사 협상 결렬로 공사는 합의안을 원점에서 재검토하기로 했다. 하반기 예정이던 신규 채용 계획도 전면 보류한다. 통합노조는 8일 최종 교섭이 결렬된 후 긴급쟁의대책위원회를 열어 파업에 불참하기로 했다. 이로써 파업 참여율도 지난해 27%에서 25% 미만으로 떨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조합원 수는 서울교통공사노조는 1만 2000여 명, 통합노조는 2400여 명이다.
공사노조가 9일 오전 9시부터 10일 오후 6시까지 이틀만 파업을 하는 것은 명분이 떨어져 여론 부담을 느끼기 때문으로 해석된다. 이번 파업은 지하철 요금 인상 이후 불과 1개월 만이자 2년 연속이다. 지난해에도 이태원 참사 한 달 뒤 시점에 지하철에 많은 인파가 몰리면서 강한 비판을 받았고 하루 만에 파업을 철회한 바 있다.
공사 익명 게시판에도 ‘노조가 바라는 것이 어느 정도길래 자칫 내년 평가급마저 박살 날 수도 있는 파업을 선택한 건지 진심으로 궁금합니다’ ‘평타는 치는 합의문인데 왜 파업하나’ 등 파업 명분에 의문을 갖는 글들이 다수 게시되고 있다.
서울시는 시민 불편을 담보로 노조 측 불만을 드러내는 파업에는 타협 없이 원칙 대응해 오랜 기간 이어져온 악습을 뿌리 뽑겠다는 입장이다. 특히 근로시간 면제(타임오프) 제도 감사 결과에서 한도인 32명을 크게 초과한 311명이 제도를 악용해 출근하지 않는 등 노조의 도덕적 해이가 도를 넘어 현장 근무 인력 부족 사태까지 초래했다고 보고 있다.
서울시 관계자는 “자정 노력 없이 경영 혁신 거부, 대규모 인력 채용 등을 요구하면서 엄청난 시민 불편과 불안을 초래하는 파업은 용납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도 이날 페이스북에 “서울 시민들이 지하철 요금 인상 등 고통을 분담하고 있는 가운데 정작 당사자인 노조가 이를 외면한 채 파업에 돌입한 것은 무책임한 행동”이라며 “지금이라도 파업을 중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황정원 기자 garden@sedaily.com김창영 기자 kcy@sedaily.comCopyright © 서울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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