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공통화두 `험지 출마론`… 전문가 "당 이미지 제고에 도움"

여야가 내년 총선을 앞두고 당 지도부를 향해 '험지 출마'를 제안했다.

국민의힘 혁신위원회는 지도부와 중진의원들, 친윤 인사들을 향해 험지 출마를 요구하고 있고 더불어민주당 일각에서는 이재명 대표 등 지도부에 대한 험지 출마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험지 출마 대상'으로 꼽힌 당사자들은 반발한다.

김경진 국민의힘 혁신위원은 9일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당사에서 열린 5차 전체회의 후 브리핑에서 지도부나 중진의원, 친윤계에 대한 총선 불출마나 수도권 험지 출마 등을 당에 공식적으로 요구하겠다고 밝혔다. '인요한 혁신위'는 당 중진들을 향해 불출마나 험지 출마를 꾸준히 권고하고 있다.

당내 인사들은 반발했다. '대구 5선' 주호영 국민의힘 의원은 8일 대구 수성구청에서 열린 수성갑 의정보고회에서 "정치를 처음 대구에서 시작했으니 대구에서 마쳐야 한다"고 사실상 반대 입장을 밝혔다. 국민의힘 관계자도 9일 본지와 통화에서 "혁신이 아니라 총선에서 필패할 방법을 강구하는 집단 같다"며 강력 비판했다.

민주당에서도 이 대표 등 지도부나 친명계 의원들이 험지에 출마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김두관 민주당 의원은 최근 "국민의힘이 민주당보다 혁신작업에 앞서 가는 느낌"이라며 "총선 승리를 낙관할 수 없는 상황인데 우리 당에서 너무 안일하게 대응하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험지 출마의 '희생하는 모습'이 여야 모두의 이미지 쇄신에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봤다. 정치 불신이 날로 커지는 상황에서 험지 출마론이 그나마 혁신에 가깝다는 것이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이날 본지와 통화에서 "친윤을 대상으로 험지에 출마하라는 건 나름의 의미가 있을 수 있다"며 "'윤핵관'이라는 부정적 이미지를 줬던 사람들이어서 여론의 관심을 끌 수 있는 소재가 될 수도 있다"고 분석했다. 신 교수는 민주당의 '지도부 험지 출마론'에 대해 "총선을 위해 자기 몸을 던진다는 인상을 줄 수 있다"고 했다.

이종근 시사평론가는 '험지 출마론'이 거론되는 이유를 '대한민국 특성'이라고 봤다. 이 평론가는 이날 통화에서 "여론조사를 살펴보면 '새로운 사람을 뽑고 싶다'는 비율이 우리나라가 제일 많다"며 "우리나라는 정치에 대한 불만을 '새 인물의 대체'로 해소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국민의힘은 고착화된 이미지 해소를 위해, 민주당은 이 대표의 사법 리스크 등으로 당이 흔들렸으니 공천권을 행사하려면 희생하는 게 공평하다는 뜻을 보여주기 위해 험지 출마론을 꺼낸 것으로 본다"고 했다.

안소현기자 ashright@d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