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찬규와 벤자민, 엘린이와 킬러 , 누구 기가 더 셀까

강호철 기자 2023. 11. 9. 16:26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7전 4선승, 단기전을 치러지는 프로야구 한국시리즈는 기(氣) 싸움이다. 양쪽 더그아웃을 들쭉날쭉 오가는 승부의 흐름을 누가 더 강하게 움켜잡는가가 승부를 가른다.

KT는 1차전에서 고영표와 불펜의 호투, 문상철의 결승 2루타로 3대2 승리를 거뒀고, 2차전에선 LG가 벌떼 불펜의 앞세워 1회초 4실점을 극복한 끝에 추격의 신호탄이 된 주장 오지환의 홈런, 그리고 8회말 박동원의 역전 결승 2점홈런으로 5대4로 이겼다. 승부가 원점으로 돌아간 상황에서 두 팀은 10,11일 수원KT위즈파크에서 3,4차전을 치른다. 1승1패(무승부 포함) 후 두 번째 승리를 먼저 거머쥔 팀이 한국시리즈 챔피언에 등극한 것은 20번 중 17번. 85%의 확률이다.

10일 KT와의 한국시리즈 3차전 선발로 수원KT위즈파크 마운드에 오를 LG 임찬규. 초등학교시절부터 LG의 열성적인 팬이었던 그는 이제 LG의 유니폼을 입고 29년만의 한국시리즈 우승 염원을 품에 안고 공을 던진다. 지난 10월 15일 잠실 KIA전에 등판한 임찬규. /최문영 기자
KT위즈의 좌완 웨스 벤자민은 올 시즌 LG 전에서 5차례 선발로 마운드에 올라 4승무패 평균자책점 0.84를 기록한 '킬러'다. 1승1패로 승부가 원점으로 되돌아간 상황에서 벤자민이 3차전 승리의 중책을 짊어졌다. 벤자민이 지난 5일 NC다이노스와의 플레이오프 5차전에서 역투하는 모습.

◇'엘린이’ 임찬규와 ‘킬러’ 벤자민

LG는 3차전에서 임찬규(31)가 선발로 마운드에 오른다. 그에겐 3차전에 단순한 한국시리즈 한 경기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임찬규는 LG가 21년 전인 2002년 한국시리즈에서 삼성과 맞붙었을 때 초등학교 4학년이었다. 김성근 감독이 이끈 LG는 절대 열세를 예상을 뒤집고 명승부를 펼쳤으나 결국 2승 4패로 준우승에 머물렀다. 뼛속 깊은 LG 팬이었던 그는 눈물을 펑펑 흘리며 학교까지 안 가겠다고 어머니에게 떼를 부리기도 했다. 그는 운명처럼 휘문고 졸업후 2011년 신인지명 1차 2순위로 LG 줄무늬 유니폼을 입고 지금까지 쭉 한 팀에서 뛰고 있다. 임찬규는 그 동안 꾸준히 활약했으나 팀 에이스가 되기엔 부족한 성적을 냈다. 올해는 다른 후배들에 밀려 불펜투수로 시즌을 시작했다. 하지만 5월부터 균열이 생긴 선발로테이션에 합류해 한 시즌 자신의 최다승이자 올 시즌 국내 투수 최다인 14승을 올렸다. 평균자책점(3.42)도 프로 데뷔 후 가장 좋았다. 임찬규는 시리즈에 앞서 미디어데이에서 “정규시즌 시작할 때 모든 선수들이 우승 하나만을 생각했고, 단 한 번도 의심하지 않고 하나로 뭉쳐있기 때문에 29년만에 대업을 이룰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며 “공 하나하나, 장면 하나하나 모두 기억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준비했다”고 했다.

KT 선발투수인 웨스 벤자민(30)은 올해가 리그 2년차이다. 지난해 적응기를 거쳐 올해 15승을 올리며 리그의 대표적인 투수로 자리매김했다. 특히 LG 타자에겐 저승사자와도 같다. 올 시즌 5차례 선발 등판해 평균자책점 0.84, 4승 무패의 성적을 내면서 천적으로 자리잡았다. 올 시즌 LG를 상대로 KT가 거둔 6번의 승리 중 5승이 벤자민이 등판한 경기에서 나왔다. 좌완투수인 벤자민은 특히 홍창기·박해민·김현수·오지환 등 LG 타선의 핵심인 좌타자들에게 강했다. 5타수 2안타로 강했던 이재원은 한국시리즈 엔트리에서 빠졌고, 2차전 역전 결승 2점 홈런을 주인공인 박동원이 11타수 3안타(0.273)으로 그나마 강했다. 시속 150㎞안팎의 빠른 볼과 컷패스트볼, 슬라이더 등 구종이 다양하고 디셉션(숨김 동작)이 좋은 게 장점이다. 벤자민은 올 포스트시즌 NC와의 플레이오프 2,5차전에 등판해 1패, 평균자책 3.60을 기록했다.

그래픽=김하경

◇결국은 불펜 싸움

경기 전 주목 받는 것은 언제나 선발투수들 지만, 1점차로 희비가 갈린 1,2차전에선 불펜이 결국 승부를 쥐고 흔들었다. 1차전에선 양팀 선발의 힘겨루기 속에 8회까지 2-2로 맞섰다. KT는 7회 손동현, 9회 박영현을 내세워 3이닝을 퍼펙트로 막았다. 결국 KT는 9회 문상철이 LG 마무리 투수 고우석을 상대로 2루타를 터뜨려 결승점을 뽑아냈다. 하지만 2차전에선 손동현·박영현이 무너지며 결국 4대5로 역전패했다. 플레이오프부터 계속 던졌던 손동현과 박영현의 볼끝 위력이 줄어들었다. 이강철 KT 감독은 2차전 이후 “하루 쉬면 회복될 것”이라고 말했다. 확신이라기보다는 기대에 가깝다. 필승 불펜조인 이들이 무너지면 KT로선 더욱 경기를 풀어가기 어렵다.

2차전에서는 LG 불펜이 활짝 웃었다. 선발 최원태가 1회 아웃카운트 한 개만 잡고 무너지자 이정용·정우영·김진성·백승현·유영찬·함덕주·고우석등 불펜 투수 7명을 연이어 내세워 뜨겁게 달아오르려던 KT 방망이를 차갑게 식혔다. 김진성이 4회 1사 만루, 유영찬이 5회 2사 1·2루 위기를 넘긴 뒤엔 6회부터 4이닝은 퍼펙트로 막아냈다. 1차전 패전 멍에를 썼던 고우석은 위력적인 공 10개로 9회를 간단하게 끝내 자신의 한국시리즈 첫 세이브를 기록했다. 선발진의 무게에서 KT에 상대적으로 열세인 LG는 한국시리즈 엔트리에 투수 14명을 넣었다. KT보다 2명 더 많다. 불펜 인해전술에선 LG가 앞선다.

Copyright © 조선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