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천후 경기중단에 7타 뒤지고도 골프 우승? [김창금의 무회전 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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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운의 우승'이라고 했지만 정작 우승자도 마음 놓고 웃을 수 없었다.
가슴 한쪽이 씁쓸한 선수들은 더 많았다.
이날 경기에서는 공동 2위(11언더파) 김재희가 4라운드 전반홀까지 3타를 줄여 14언더파가 됐고, 선두(12언더파) 성유진은 5타를 잃어 순위가 크게 역전됐지만 대회조직위가 뒤늦게 4라운드 무효 선언을 하는 바람에 3라운드 성적만으로 우승자가 결정됐다.
경기를 지켜본 팬들은 선두에 7타차 뒤진 선수가 우승하는 모습에서 모순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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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용 부담에 예비경기일 잡지 않는 탓…겸연쩍은 우승
‘행운의 우승’이라고 했지만 정작 우승자도 마음 놓고 웃을 수 없었다. 가슴 한쪽이 씁쓸한 선수들은 더 많았다. 팬들의 반응은 더 부정적이다. “오늘 우승자 선정은 말이 안 된다”, “우승하고도 민망할 것 같다” 등의 댓글이 그렇다. 날씨 영향을 받는 야외 경기의 특성 탓에 유·불리는 ‘복불복’이라는 얘기도 있다. 하지만 뒷맛이 개운치 않은 것은 사실이다.
지난주 제주도 엘리시안 제주 컨트리클럽에서 열린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에쓰오일 챔피언십 4라운드가 폭우로 중단되면서 빚어진 순위 결정에 대한 얘기다. 이날 경기에서는 공동 2위(11언더파) 김재희가 4라운드 전반홀까지 3타를 줄여 14언더파가 됐고, 선두(12언더파) 성유진은 5타를 잃어 순위가 크게 역전됐지만 대회조직위가 뒤늦게 4라운드 무효 선언을 하는 바람에 3라운드 성적만으로 우승자가 결정됐다. 경기를 지켜본 팬들은 선두에 7타차 뒤진 선수가 우승하는 모습에서 모순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골프대회에서는 폭우나 강풍 등 날씨 변수로 대회가 축소되는 경우가 있다. 전인지는 2015년 KLPGA투어 삼천리 투게더 오픈에서 최종 3라운드가 취소되면서 2라운드 성적만으로 정상에 올랐고, 지난해 말 열린 KLPGA투어 하나금융그룹 싱가포르 여자오픈에서는 3라운드가 낙뢰로 중단돼 2라운드 선두였던 박지영이 우승했다. 규정에 따라 이뤄진 것이라고 하지만, 36홀을 마치고 타이틀과 우승 상금을 받는 것은 겸연쩍은 일이다.
이런 일을 막기 위한 방법의 하나가 ‘예비일’을 두는 것이다. 하지만 경기 일을 하루 더 늘리는 것이 말처럼 쉽지는 않다. 대회장 추가 사용, 골프장의 예약 취소 등 비용이 많이 늘어나기 때문이다. 다음 대회장으로 이동해야 할 중계차 등 방송장비의 수송이나, 제주에서 열릴 경우 선수들의 항공 일정 변경까지 까다로운 일이 겹친다. 하지만 이번 대회처럼 챔피언조가 전반 9개 홀을 마친 상황에서 라운드 자체를 취소하는 것은 형평성 문제를 낳는다.
한국여자프로골프 투어는 상금 규모나 대회 숫자 등에서 미국, 일본, 유럽 무대와 함께 세계적인 리그로 성장했다. 올 시즌에는 10일 열리는 투어 최종전 에스케이(SK)쉴즈-에스케이(SK)텔레콤 대회를 포함해 32개로 구성됐다. 이 가운데 악천후에 대비해 예비일을 둔 대회는 딱 2개뿐이다. 한국여자프로골프협회 쪽은 “대회가 정상적으로 이뤄져야 한다는 데에 공감한다. 또 대회마다 가능하면 예비일을 두도록 적극 권고하고 있는 실정”이라고 설명했다.
정당한 승부는 스포츠의 중요한 가치다. 다수의 선수가 형평성에 대한 불만이나 박탈감을 느끼지 않도록 납득할 수 있는 대회 운영을 해야 하는 것은 조직위의 임무다. 이런 측면에서 양적인 팽창을 거듭한 한국여자프로골프가 이제 경기 운영 측면에서 질적인 전환을 고민해야 할 시점에 온 것 같다. 에쓰오일 챔피언십이 한국여자프로골프협회에 새로운 화두를 던졌다.
김창금 선임기자 kimc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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