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하마스, 통제력 상실”…‘교전 중지’ 성사될까
이스라엘군이 하마스가 가자지구 북부에서 통제력을 잃었다고 주장하면서, 더 많은 주민의 피난을 위해 특정 시간에 인도적인 일시 교전 중단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현재 인질 10여명을 석방하는 대가로 교전을 일시 중지하는 안도 카타르와 미국의 중재로 막판 협상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며칠 동안 만이라도 교전이 중지될 경우 구호품 전달과 민간인의 안전한 대피에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이스라엘은 여전히 휴전에는 단호하게 선을 긋고 있다.
8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이스라엘군 수석대변인 다니엘 하가리 소장은 이날 “하마스는 통제력을 잃었고 북부에서도 통제력을 계속 상실하고 있다. 하마스 지도부의 손길이 닿지 않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그는 “주민 5만명이 북부에서 남부로 이동했다. 그들도 하마스가 북부 통제력을 잃었다고 보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유엔은 지난 4일 이후 북부에서 남부로 이동한 주민이 최소 4만명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하가리 소장은 앞으로도 휴전은 없다고 강조하면서 “이스라엘은 주민들이 남쪽으로 이동할 수 있도록 특정 시간마다 인도적 교전 중지를 일시적으로 허용하고 있다”고 밝혔다.
가자지구에 억류 중인 인질 석방을 위해 일시적으로 교전을 중단하는 협상도 진행 중이다. AFP통신에 따르면, 한 소식통은 “1~2일 간 교전 중지를 대가로 인질 10~15명을 석방하는 협상이 카타르와 미국의 중재로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하마스 측근 또한 “3일간 교전 중지를 조건으로 미국인 6명을 포함한 인질 12명을 석방하기 위한 협상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집트 반관영 매체 알아크바르는 교전이 일시 중단되면 이집트가 인도적 지원을 제공하는 내용의 협상안이 타결에 가까워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이 같은 보도에 대해 “근거 없는 소문”이라고 일축했지만, 한 이스라엘 관계자는 CNN에 “하마스가 인질 석방을 진지하게 고려한다면 이스라엘은 일시 중지할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다.
다만 협상이 조만간 타결되기는 쉽지 않은 분위기라고 CNN은 전했다. 미국은 인질 석방 여부와 관계 없이 일시적 교전 중지는 이뤄져야 한다는 입장이다. 한 미국 정부 관계자는 “미국은 인도적 교전 중지가 인질 석방에 따라 조건부로 논의되는 것을 원치 않는다”며 “인질 석방에 즉각적인 진전이 없더라도 이스라엘은 교전 중지를 받아들여야 한다”고 타임스오브이스라엘에 밝혔다. 반면 이스라엘은 상당한 수의 인질 석방이 먼저 이뤄지지 않는 한 전투 중단은 없다는 강경한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이스라엘이 어느 국적의 인질을 어느 정도 규모로 석방하길 원하는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하마스가 인질을 풀어준 건 지난달 23일이 마지막이다. 앞서 이스라엘인 2명, 미국인 2명이 두차례에 걸쳐 석방됐다. 이스라엘군은 8일 현재 가자지구에 억류 중인 인질이 239명이라고 밝혔다.
그간 인질 협상에서는 이스라엘과 하마스가 서로를 신뢰하지 못했던 것이 가장 큰 장애물이었다고 뉴욕타임스(NYT)는 전했다. 하마스는 이스라엘의 폭격 속에 석방할 인질들을 안전하게 한 장소로 모으려면 닷새가 필요하다고 했지만, 이스라엘은 몇시간 내로 모아올 것을 요구했다. 이스라엘에 수감된 팔레스타인인 석방을 조건으로 내걸었던 하마스가 조건 없이 많은 인질을 내주려는 것이 과연 진심일 지에 대한 의구심도 나왔다. 양 측은 한때 인질 50명을 풀어주는 선까지 협상을 급진전 시키기도 했지만, 지난달 27일 이스라엘이 지상전을 개시하면서 결국 물거품이 됐고, 현재까지 안갯속 형국에 빠진 상태라고 NYT는 전했다.
전투를 중단하는 형식이 ‘휴전’이냐 ‘교전 중지’냐를 두고도 의견이 갈린다. 미국은 이스라엘 측에 ‘교전 중지’를 강하게 요구하면서도, “휴전은 없다”는 이스라엘의 입장과 뜻을 함께 하고 있다.
두 용어에 대한 국제법상 합의된 정의는 없지만, 일반적으로 전투 중단의 기간과 범위에 차이가 있는 것으로 여겨진다. 워싱턴 근동정책연구소 그랜트 럼리 연구원은 “인도적 교전 중지는 특정 지역에 지원을 제공하는 데 중점을 둔다. 일반적으로 휴전에 비해 기간이 더 짧다”고 워싱턴포스트에 밝혔다. 반면 “휴전은 일반적으로 제삼자가 지지하거나 촉진하는 협상의 결과”이며 “양방 당사자가 이를 인정하는 한 무기한 지속할 수 있다”고 그는 설명했다.
정의에 따른 차이 외에도, 정치적 입장에 따라 두 용어에 대한 선호가 다르다. 네타냐후 총리는 “휴전은 하마스와 테러리즘에 항복하라는 것”이라며 ‘휴전’이란 용어에 거부감을 보인다. 대신 그는 ‘전술적 일시 중지’라는 표현을 쓴다. 미국을 비롯한 주요 7개국(G7) 역시 지난 8일 일본에서 열린 외교장관 회의에서 이스라엘에 휴전이 아닌 교전 중지를 촉구했다. 반면 유엔을 비롯한 국제기구, 국제구호단체는 휴전을 요구하고 있다.
김서영 기자 westzer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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