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고처럼 짓는 조립식 주택, 29㎡(9평) 별장부터 20층 아파트까지 '각양각색'

최지혜 2023. 11. 9. 16: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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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엔지니어링, 20층 모듈러 주택 목표
DL이앤씨, 조립식 단독주택 단지 조성

DL이앤씨가 전남 구례군 산동면에 준공한 국내 최초의 '타운형 모듈러 단독주택 단지' 모습. 건설업계는 모듈러 공법을 이용한 다양한 주택 유형을 내놓고 있다. /DL이앤씨

[더팩트ㅣ최지혜 기자] 건설업계가 조립식 건설공법 '모듈러'를 활용해 다양한 주택 형태를 구현하고 있다. 모듈러 공법은 주요 구조물과 건축 마감 등을 포함한 모듈 유닛(부품)을 공장에서 먼저 제작한 후, 현장으로 운송해 조립하는 건설 방법이다. 폐기물 배출이 적고 공사 기간이 짧으며 시공현장 위험도가 낮다는 장점이 있다.

이를 활용한 건설사들의 전략은 크게 유닛 단위의 소형 주택을 '세컨하우스'로 판매하는 방법과, 기술개발(R&D)을 거쳐 고층 주택을 짓는 방법 두가지로 나뉜다. 그동안 모듈러주택은 층고가 낮은 주택에 적용돼 왔다. 업계는 기존의 특성을 활용해 별장 개념의 전용 29㎡(9평) 남짓의 세컨하우스를 짓거나 기존의 한계를 개선해 층고가 높은 아파트 건축을 시도하고 있다.

단독주택 건설에 모듈러 공법을 활용한 업체들은 소비자가 취향에 맞게 자신만의 집 구조를 구성할 수 있는 서비스를 함께 제공한다. 이마트24와 YMK종합건설은 9일 오프라인 매장을 통해 조립식 주택을 판매 중이다. 고객들은 3차원 모델하우스에 접속해 계약할 수 있다. 주택은 방2개, 화장실, 거실, 테라스, 주방, 다용도실이 단층으로 구성된 49㎡(15평)형, 복층으로 구성된 66㎡(20평)형과 83㎡(25평)형 등 총 3가지로 선택지로 나뉘었다.

이같은 시도는 최근 대형 건설사를 중심으로 확산하고 있다. GS건설은 지난 4월 전문 자회사 '자이가이스트'를 설립해 유사한 신사업을 추진 중이다. 자이가이스트는 일반 소비자를 대상으로 조립식 단독주택 건설 계약을 한다. 주택 구성은 9평형 단일 모듈로 구성된 소형 '세컨하우스'부터 178㎡(54평)에 이르는 대형까지 다양하게 구성된다.

건설업계가 모듈러 공법을 활용해 다양한 주택유형을 선보이고 있다. GS건설이 용인기술연구소에 설치한 철골모듈러 샘플 주택(왼쪽)과 현대엔지니어링이 지난 6월 준공한 국내 최고층(13층) 모듈러 주택 '용인 영덕 경기행복주택' 모습. /각 사

낮은 층고의 단독주택으로 단지를 형성한 사례도 나왔다. DL이앤씨는 이달 초 전남 구례군 산동면에서 국내 최초로 '모듈러 단독주택 타운형 단지'를 준공했다. 해당 단지는 연면적 2347.63㎡ 부지에 다락방을 포함한 지상 1층 단독주택으로 전용면적 74㎡, 26가구 규모다. DL이앤씨는 국내 최초로 총 11개의 철골 모듈러 유닛을 조합해 하나의 주택을 만드는 방식으로 설계를 적용했다. 이번 구례 모듈러 주택단지에는 '유닛 조합 설계'와 '무용접 커넥터', '무하지 외장 접합 시스템' 등 자체 특허 기술을 대거 적용했다.

회사는 2017년부터 모듈러 기술 개발에 들어가 40여건의 관련 특허를 보유하고 있다. 현재는 모듈러 유닛을 마음대로 골라 원하는 평면을 계획할 수 있는 '멀티 커넥션 기술'을 개발 중이다. 이 기술을 활용하면 주방과 거실, 침실 등 고객이 원하는 유닛을 마치 레고처럼 선택하고 조립해 배치할 수 있다. 또 기존에 거주하던 모듈러 유닛을 빠르고 안정적으로 해체한 뒤 새로운 장소로 이동해 재설치·재활용이 가능한 '기초-유닛 해체 기술' 개발 등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고층 주택 건설에 모듈러 공법을 적용하기 위한 기술개발도 활발하다. 모듈러 주택은 조립식인 만큼 내진설계에 취약하다. 이에 아파트 건설에 한계가 있는 단점을 개선하기 위한 기술 마련에 나선 것이다.

현대엔지니어링은 지난 9월 '고층 모듈러 건축 구조 및 접합 기술'에 대한 특허를 출원했다. 이로써 회사는 모듈러 공법 관련 건설신기술 1건과 특허 17건 등 총 18건의 원천 기술을 확보했다. 현대엔지니어링 관계자는 "이번에 출원한 특허는 국내 주택 수요자들이 원하는 중·대형 면적의 고층 모듈러 공동주택을 건설하기 위한 원천기술을 확보 한 것으로 의미가 크다"고 설명했다.

현대엔지니어링은 이번 특허를 원천기술로 활용해 최고 20층 높이의 모듈러 주택을 짓겠다는 포부다. 건축법상 고층건축물의 기준은 높이 120m 혹은 30층 이상을 뜻하는데, 이보다는 현실적인 목표다. 현재 모듈러 공법이 적용된 아파트는 현대엔지니어링이 시공한 경기 '용인 영덕 경기행복주택'이다. 그러나 이조차 최고 13층 높이에 불과하다.

GS건설도 철골모듈러의 '내화시스템'을 개발해 특허 등록까지 마쳤고 현장에서 조이는 작업없이 모듈 간 접합 가능한 원터치형 '퀵 커넥터'를 자체 개발해 특허출원과 한국지진공학회 기술인증서를 받았다. 모듈러를 적용한 된 중·고층건물 상용화를 위한 것이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모듈러 공법은 폐기물이 적고 시공 과정이 효율적이라는 장점이 뚜렷하다"며 "해외에서는 이미 상용화된 공법인 만큼 국내에서도 다양한 활용 기회가 열려있어 기술개발에 투자가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고 말했다.

wisdom@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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