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또 빠진 공화당 토론…헤일리-디샌티스 공방
8일(현지시간) 미국 공화당의 세번째 대선 후보 토론회에서는 최근 상승세를 타고 있는 니키 헤일리 전 유엔대사가 집중 견제를 받았다. 압도적 우위를 점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번에도 토론에 불참했다. 미 대선 1년을 앞두고 조 바이든 대통령이 트럼프 전 대통령과의 맞대결에서 열세를 보이고 있다는 여론조사가 연달아 나온 가운데, 백악관은 전날 주 단위 선거에서 민주당이 거둔 승리를 부각하는 모습이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또 다시 빠진 채 진행된 이날 공화당 3차 대선 토론에는 2위 다툼을 하고 있는 헤일리 전 대사와 론 디샌티스 플로리다 주지사 간 공방이 이어졌다. 두 후보의 차이는 외교정책에서 극명하게 드러났다. 우크라이나 전쟁과 관련 헤일리 전 대사는 우크라이나에 군사 장비를 적극 지원하는 것이 미국의 이익에 부합한다는 ‘개입주의’ 노선을 보인 반면, 디샌티스 주지사는 미국보다 유럽 국가들이 더 지원해야 하며 미국은 남부 국경 방어가 우선이라는 ‘고립주의’ 색채를 여실히 드러냈다. 두 후보는 주지사 시절 중국 기업 투자 유치 실적까지 거론하며 날을 세웠다.
공화당 주자들은 이스라엘·하마스 전쟁과 관련해선 이스라엘이 하마스를 ‘제거’할 때까지 미국이 끝까지 지원해야 한다는 입장을 보였다. 하지만 이스라엘의 공습으로 커지는 가자지구 민간인 피해를 줄이기 위한 ‘인도적 교전 중지’의 필요성이나 인도적 지원 제공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켄터키, 오하이오, 버지니아 등에서 공화당이 연거푸 패배한 것과 관련 ‘트럼프 책임론’도 제기했다. 전날 치러진 버지니아 주의회 선거와 오하이오 주민투표, 켄터키 주지사 선거에서 민주당은 ‘임신중지권’ 이슈에 힘입어 모두 승리를 거뒀다.
디샌티스 주지사는 “트럼프는 공화당원들이 선거에서 지겨울 만큼 이길 것이라고 했지만, 어제 밤 결과를 보지 않았나. 나는 지는 것이 지긋지긋하다”고 말했다. 크리스 크리스티 주지사는 “앞으로 1년 반 동안 자기 자신을 감옥과 법정으로부터 벗어나는 데 매달려야 하는 사람은 공화당이나 미국을 이끌 자격이 없다”고 말했다.
백악관은 민주당의 전날 승리에 대해 “바이든 대통령의 가치와 의제의 승리”(커린 잔피에어 대변인)라고 환영했다.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도 이날 기자들과 만나 “어제는 민주주의를 위해 좋은 밤이었다”며 “우리가 (대선에서) 이길 것으로 확신한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특히 지난해 11월 중간선거에 이어 임신중지 이슈의 결집력을 재확인한 데 고무된 분위기다. 공화당 텃밭인 켄터키에서는 임신중지권 보호를 내세운 앤디 베시어 민주당 주지사가 재선에 성공했고, 오하이오주에서는 임신중지권을 주헌법에 명시하는 개헌안이 통과됐다. 버지니아에서는 민주당이 상·하원을 모두 장악했다.
하지만 민주당이 승리한 이번 주 단위 선거 결과가 최근 바이든 대통령의 여론조사상 열세를 반전시킬 것으로 볼 수는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뉴욕타임스는 민주당이나 진보적 가치를 지지하는 유권자 상당수가 바이든 대통령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다면서, 이들의 표심을 잡는 것이 바이든 대통령의 과제라고 지적했다.
실제 바이든 대통령이 트럼프 전 대통령과의 가상 대결에서 뒤쳐진 것으로 나타나는 조사 결과가 잇달아 발표되고 있다. 이날 CNN이 여론조사기관 SSRS와 지난달 27일~지난 2일 미국인 1514명을 상대로 실시한 조사에서 바이든 대통령에 투표하겠다는 응답은 45%, 트럼프 전 대통령은 49%였다. 앞서 뉴욕타임스와 시에나대가가 경합주 6곳의 등록 유권자 3662명에게 설문한 조사에서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경합주 5곳에서 앞서는 것으로 나왔다.
워싱턴 | 김유진 특파원 yjk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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