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점포 줄인다고?" 배 타고 들어가도 지점 안 닫는 상호금융

/사진=김현정 디자인기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시중은행들의 점포 폐쇄를 비판하고 나섰지만 상호금융은 올 한해 점포를 더 확대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역 경제를 기반으로 운영되는 상호금융조합은 은행이 빠져나간 소외 지역에서도 영업을 이어가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9일 상호금융권에 따르면 새마을금고와 신협의 점포수는 1년 새 17개 늘어났다. 새마을금고의 점포수는 작년 9월말 3254개에서 올해 9월말 3261개로 7개 증가했다. 같은 기간 신협의 점포수는 1681개에서 1691개로 10개 늘었다.

새마을금고와 신협의 점포수 추이는 은행과 상반된다. 금융통계정보시스템에 따르면 국내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점포수는 작년 6월말 총 4062개에서 올해 6월말 3926개로 136개 감소했다. 은행별로는 △KB국민은행 84개 △우리은행 20개 △신한은행 18개 △농협은행 11개 △하나은행 3개 등의 감소폭을 보였다.

새마을금고와 신협의 점포수가 증가하는 이유는 상호금융조합의 특성상 소외 지역에서 철수가 어렵기 때문이다. 은행은 그 자체로 하나의 법인이어서 모든 점포가 본사 소속이다. 이로 인해 본사에서 수익성이 좋지 않다고 판단하면 점포를 폐쇄한다. 반면 새마을금고와 신협 등 상호금융조합은 각각의 조합이 별개의 법인으로 독립성을 가진다. 소외 지역에서 새마을금고와 신협을 운영하는 이사장은 대부분 해당 지역에 오랫동안 거주하며 애정을 갖고 있어 손실이 나도 폐점을 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실제 9월말 기준 읍·면 단위의 소외 지역에 있는 새마을금고 점포는 601개로, 전체 점포의 18%에 이른다. 거제새마을금고산달지점 등 일부 점포는 육지와 떨어진 곳에 있어 오후 1시가 되면 영업을 종료하기도 한다. 해당 점포의 직원은 불과 몇 해 전까지 배를 타고 출퇴근한 것으로 알려졌다. 신협 역시 읍·면 소재 점포가 371개로, 전체 점포의 22%에 달한다.

은행이 폐점한 곳에 들어가면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는 점도 점포 확대의 유인이 되는 것으로 보인다. 새마을금고는 중앙회와 지방자치단체의 허가를 거쳐 설립되는데, 요건이 까다로워 허가가 쉽게 나지 않는다. 2015년부터 8년간 신규 설립된 조합은 단 2개에 불과하다. 신규 조합 2개는 모두 경기도 용인시에서 허가가 났다. 당시 지자체는 이 지역에 금융사가 많지 않다는 점을 고려해 설립을 허가한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새마을금고와 신협도 조합수는 전체적으로 줄어드는 추세다. 조합은 일종의 본사 개념으로, 한 조합에서 여러 개의 점포를 거느릴 수 있다. 새마을금고의 조합수는 작년 9월말 1294개에서 올해 9월말 1291개로 3개 줄었다. 3개 조합은 부동산PF(프로젝트파이낸싱) 대출 부실 등의 영향으로 연체율이 높아지면서 건전성 관리를 위해 인근 조합으로 통폐합됐다. 신협의 조합수도 작년초까진 873개였으나 올해 9월말엔 870개로 감소했다. 직장신협을 운영하던 기업이 영업난으로 폐업하며 3개의 직장신협도 문을 닫았다.

상호금융권 관계자는 "단순히 수익만 생각하면 소외 지역에 있는 점포를 철수해야 하지만 마이너스를 감수하고서라도 어르신이 많은 지역에 점포를 운영한다"며 "상호금융 자체가 지역 주민을 위한 풀뿌리 금융기관이기 때문에 어쩔 수 없는 숙명"이라고 밝혔다.

황예림 기자 yellowyerim@m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