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 넘게 이어온 강제동원 피해자 '손배 소송' 내년 1월 선고

피해 생존자 정신영 할머니, 법정서 직접 일본 만행 증언
재판부, 변론 종결…내년 1월18일 선고공판

(광주=뉴스1) 최성국 기자 = 일제강점기 강제동원된 피해자와 유족들이 미쓰비시중공업을 상대로 수년간 이어온 추가 손해배상소송의 결과가 약 4년 만인 내년 1월에 선고된다.

광주지법 제13민사부(재판장 임태혁)는 9일 정신영 할머니(93) 등 4명이 미쓰비시중공업을 상대로 낸 2억4000만원 상당의 손해배상 소송 변론기일을 열었다.

이날 재판에는 미쓰비시중공업으로부터 강제동원됐지만 80년이 다 되도록 사죄의 말 한마디조차 듣지 못한 정신영 할머니가 법정에서 증언을 했다.

정 할머니는 나주초등학교를 졸업한 직후인 1944년 5월쯤 양금덕 할머니 등과 함께 일본 아이치현 미쓰비시중공업 나고야항공기제작소로 동원돼 약 17개월 간 모진 강제노동을 겪었다.

'일본에 가면 좋은 학교도 다니게 해주고 밥도 잘 준다'는 말을 듣고 일본에 건너간 정 할머니는 당시 배를 곯아가며 죽도록 일했지만 월급 한 푼 손에 쥐어 보지 못했다. 심지어 폭격에 생명의 위험을 느껴왔고 또래 친구 7명은 지진으로 공장 건물더미에 묻혀 사망했다.

정 할머니는 이날 변호사의 질문에 차분히 기억을 짚어가며 전범기업의 만행을 하나씩 증언했다.

정 할머니는 "미쓰비시중공업 나고야제작소에서 페인트칠을 위한 알루미늄 판 배열 일과 청소, 배급 등의 일을 했다"며 "큰 지진이 났는데 당시엔 폭격인지 지진인지도 모르고 안에 있던 친구들은 죽고, (저는) 운동장으로 뛰어나가 살았다"고 말했다.

그는 "정찰기가 폭격을 할 때는 우리 기숙사 애들이 사다리를 타고 올라가 불을 껐다. 비행기가 오면 미리 이불을 가지고 개집 같은 방공호로 들어가 있다가 나오곤 했다. 식사도 제대로 나오지 않아 쓰레기통을 뒤져 음식물을 먹었다"며 전범기업의 만행을 증언했다.

정 할머니는 "강제노역 값으로 준 돈은 어린이 과자 값도 되지 않았고 아이스크림 하나 사먹으니 돈이 남지도 않았다"고 말했다.

일본 연금기구는 지난해 정 할머니의 후생연금 탈퇴수당이라며 엔화로 99엔, 우리나라 돈으로 931원을 지급했다.

원고 측은 2020년 미씨비시를 상대로 해당 소송을 냈으나 일본 외무성에 보내진 소송 서류가 미쓰비시 측에 전달됐는지 여부도 확인이 되지 않고 미쓰비시 측이 재판 출석도 하지 않아 수년간 재판은 진척되지 않았다.

결국 법원은 지난해 7월 궐석재판을 시사했고 미쓰비시 측은 뒤늦게 법률 대리인을 선임, 3년 넘게 재판을 이어왔다.

재판부는 이날 양측의 변론을 종결했으며 내년 1월18일 오전 9시50분에 선고할 계획이다.

한편 일제강제동원시민모임이 2012년과 2013년, 2014년에 제기한 세 차례의 근로정신대 소송 중 1건은 대법원 승소 판결이 확정됐다. 2건은 1심, 2심 승소 후 현재 대법원에 계류 중이다.

일본 11개 기업을 상대로 제기한 집단 소송은 원고 87명에 총 15건으로 현재 광주지법에서 진행되고 있다.

소송 원고 중 생존해 있는 피해 당사자는 정신영 할머니를 비롯한 3명에 불과하다. 나머지 84명은 유족이 대리진행하고 있다.

stare@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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